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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5
    사람한테 대체 뭘 뿌린거야?!(6)
    에밀리오

사람한테 대체 뭘 뿌린거야?!

#1. 기억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해서 토요일 새벽 03:00 시경 물대포를 맞고 화상을 입은지 벌써 일주일 정도 됐다.

 

그 동안 써야지... 하면서 바빠서(!) 못 쓰고 있었는데, 이거 퇴근 좀 늦게 하더라도 할 말은 좀 하고 가야겠다.

 

(편의상) 휴대용 분사기에 안면부나 눈을 맞아 점막에 손상이 오거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사람도 많았고, 아예 물대포에서 쏟아지는 최루액을 뒤집어 써서 온통 엉망이 된 사람도 많이 있었다.

 

내 경우는 < (왼쪽) 아파트 - (가운데) 도로 - (오른쪽) 신한은행 > 중 왼쪽에 서 있었다. 그러다 물대포에서 쏟아지는 물을 뒤집어썼다.

 

특별히 착오가 없다면 살수는 크게 세 차례에 걸쳐 진행 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먼저 살수된 두 차례의 물줄기를 맞았을 때는 특별히 내 몸에서 이상반응을 보이거나, 호흡곤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당연히 별 일(?)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 그도 그럴 것이, 내 짧은 집회시위 경험 10년여 동안 계절 가릴 것 없이 매년 물대포를 맞고 살아왔지만 피부에 심각한 트러블이 일어나거나, 호흡 곤란을 겪은 기억은 없었다 - 물대포를 온몸으로 막았는데...

 

이건 갑자기 불에 데인 것처럼 뜨겁다. 한 순간, "아... 이젠 하다못해 뜨거운 물 틀어서 데워 죽이려고 그러나 ㅡ_ㅡ" 하고 혀를 차고 있는데 갑자기 호흡이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물대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폭포처럼 몸 위로 흘러내렸다. 아차하는 순간에 최루액이 일회용 비닐 우의를 뚫고 스멀스멀 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렵고, 눈도 뜰 수 없어서 더듬더듬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안 보여요" 하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나만큼 다들 아파하고 있었다. 누군지 보이지도 않는 옆 사람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퍽하고 무거운 둔기가 살과 부닥치는 소리가 났고, 곧 "병력이 들어온다"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는 아수라장이 됐다.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쉽쓸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누군가가 머리에 쓰고 있던 일회용 비닐 우의 모자를 벗기고 내 머리채를 휙 잡아챘다. '잡혔구나...' 하는 순간 내 고개가 옆으로 젖혀졌고, 누군가가 "눈 떠요. 눈 떠야해요. 비비지 말아요." 하고 내게 말했다.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던 건 해동병원에서 눈을 충분히 씻은 후였다. 눈을 씻고 나니 얼굴이, 얼굴이 그나마 나아지고 보니 온 몸에 화상과 수포자국이 나기 시작했고, 몸이 활활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쓰라린 느낌은 이틀 이상 지속됐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뭔가 벌레가 내 몸 위를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2. 왜 내 살갗이 탄 걸까? 그들이 나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내가 뭘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이 나와 또 함께 있는 시민들에게 뭔가 생화학적 방법을 사용한 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중인 적성국가에 대해서도 NBC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시민들에게 이래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9일에서 10일로 넘어온 아침 7시 쯤 기자회견을 듣고서야 상황이 심각한 걸 알았다. 더 중요한건 난 치료해주시는줄도 모르고 넋아웃 상태로 있었다는거... (안경도 어디로 날아가서 제 정신도 아니었지만...)

 

이미 알려진 것처럼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경찰이 "PAVA 30" 이라고 밝힌 최루액의 성분 중 노니브아미드(Nonivamide)가 합성 캡사이신이며 문제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경찰의 폭력적 진압과 인체에 매우 유해한 최루액 살포에 대한 보건의료단체 입장 바로가기

 

논란이 되자 경찰청은 다음 아고라에 공식적인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서 강성복 장비과장은 "사실 최루액이 유해하냐 무해하냐의 논란은 의미가 없다. 불법폭력행위를 해산시키고자 하는 장비가 몸에 유익한 물질일 수 없다" 고 말했다고 한다.

 

애당초 인권의식이 부재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건 정말 충격적이다. 나 개인이 볼 때는 2차 희망버스가 불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경찰은 위헌판정으로 효력이 정지된 "야간집회불허"를 근거로 집회를 불법이라고 방송했고, 집회시위를 막는 방식 역시 위헌판정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차벽으로 저지선을 만드는 형태였다.), 불법이면 독극물 뿌려서 막아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3. 그래서 내가 맞은게 대체 뭐야?

 

보건의료단체연합이 나보다야 훨씬 전문성이 있을테지만, 대체 내가 뭘 맞고 이렇게 된 건지 궁금증을 풀 길이 없어 직접 알아보기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내가 맞은 최루액은 스위스 IDC SYSTEM AG社에서 제조한 PAVA 이며, 현재 5,780L (20L 용기 - 289통 / 물대포 144대 사용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PAVA의 구성성분의 함량은 [노니브아미드(Nonovamide) 10.7%, 이소프로필알콜(2-proanol) 68%,  지방산(2-butoxyehoxy ethyl ester) 21.3%] 라고 한다. 합성 캡사이신인 노니브아미드가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는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 이미 충분히 설명했으니 넘어가고 대체 절반도 넘게 들어가 있는 "이소프로필알콜"이 어떤 건지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경찰에 따르면 이소프로필알콜은 "단기간 노출시 흡입의 경우 코와 목에 약한 자극을 주나 특별히 독성은 보고되어 있지 않음", "피부 접촉에 대하여는 몇 가지 알러지 반응이 보고되었지만 단시간 노출시는 자극을 일으키지 않음" 이라고 주장하며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성 유해물질이 아니며, <영국, 스위스,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포르투칼,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말레이시아, 홍콩, 타이 등> 에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안전함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에서 밝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물리분석과 감정서에 따르면, "이소프로필알콜은 발암성 물질로 보고 되어 있지 않으나", 이소프로필알콜에 대한 단기간 폭로(노출)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가) 흡입의 경우 코와 목에 약한 자극을 주며, 졸음, 두통, 운동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음

(나) 눈과의 접촉시는 400ppm에서 눈에 가벼운 자극을 주며, 액체와 접촉되면 심한 자극을 일으킬 수 있음

(다) 피부 접촉에 대하여는 몇 가지 알러지 반응이 보고되었지만 간단한 폭로는 자극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음

(라) 섭취시에는 졸음, 위통, 경련, 구역질, 구토,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과도한 폭로는 의식 불명과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음

 

이라고 밝히고 있다. 후우... 돌연사 한다는 말이다.

 

이소프로필알콜은 전자기판이나 CD 등을 세정할 때 쓰인다. 이소프로필알콜 취급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장갑을 끼고 사용해야하며, 마시거나, 흡입,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할 것]이다.

 

또 영국 식품, 소비재, 환경 독성 평가위원회(COMMITTEE ON TOXICITY OF CHEMICALS IN FOOD, CONSUMER)가 2002년 4월 PAVA 액을 진압장비로 사용하는 것과 관련한 Statement에 따르면(COT statement on the use of PAVA (Nonivamide) as an incapacitant spray (April 2002) - The Committee considered the use of PAVA (Nonivamide) as an incapacitant spray.) 눈 손상을 막기 위해서 시위대와의 거리를 3피트 (약 1미터) 정도 이격해야 분사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다.

 

그 날 새벽 코 앞에서 휴대용 최루액 분사기에 맞은 분들이 상당수 된다. 게다가 더 문제는  영국 경찰의 행동불능용 스프레이 사용 지침 (Guidance on The Use Incapacitant Spray) 등에 따르면 스프레이 형태로만 사용하고 있고, 물에 타서 사용한다거나 그걸 물대포로 쏜다거나 하는 경우는 아예 사례도, 용법도 없다.

 

#4. 그래서 내가 섬뜩한 이유는...

 

영국에서도 PAVA  Incapacitant Spray를 과다하게 분사하여 사람이 죽거나, 사회적 문제가 된 적도 있다고 한다. 하물며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시위대가 맞은 것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와 코 앞에서 눈을 향해 쏘아진 최루액이었다.

 

대체 시민들에게 얼마만큼 들이 부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보건의료단체연합의 보도자료를 보고 한 번, 그리고 경찰자료를 확인해보고, 관련 자료를 뒤져 보다가 섬뜩했던 건.

 

뭐가 치사량인지도 모르고 그런걸 사람들 몸에 마구 들이부엇던 그 날 새벽, 나나 내 주변의 누군가는 "눈이 아파요, 안 보여요, 피부가 타는거 같아요"가 아니라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되풀이 해서 말하지만...) 경찰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에서 경찰청 강성복 장비과장은 "불법폭력행위를 해산시키고자 하는 장비가 몸에 유익한 물질일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또 주변의 누군가가 죽을 뻔 했다는 사실에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3차 희망버스에 참가할 것이고, 나를 죽일지도 모르는 그 물대포를 쏘면 또 맞으면서 영도 조선소로 향할 것이라는 거다.

 

암담하다 암담해...

 

안전상의 이유로 저런걸 뿌렸다고 개드립질 하는 국회의원도 있질 않나, 적법이니 어쩌고 떠들어 대는데 정말 그 경찰을 포함한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야, 대체 니들 사람한테 뭘 뿌린거냐?"

 

덧) 월요일날 도서관 가서 무기화학 등에 대한 자료를 더 찾아봐야겠다... 더 추가된 내용이 있으면 써서 다시 올려야겠다...

 

덧) 중화제는 도저히 못 찾겠고, 진짜 월급 나오면 방독면과 방호복이라도 사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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