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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의(祭儀)

습작이란 표현이 좀 부담스럽긴 한데...

 

내가 최소한 '작가 지망생'이란 걸 의미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요즘 예술적 글쓰기와 기록적 글쓰기 사이의 차이를 더욱 절감한다.

 

올해 봄 열병을 앓듯 무언가를 끄적였는데

 

젊은 한 때 감상들이 결코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걸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결론은

 

우선 '기자질부터 제대로 하자'로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느끼는 내 감정들이 아깝고 아쉬울 때가 있다.

 

다시는 못 가져볼 것 같아 말이다.

 

여기엔 그런 기록을 남기려 한다.

 

첫 번째 올리는 글이 내 엽기성을 드러내는 것 같아 거시기 하네;;;

 

제의

 

자, 이제 우리 의식을 시작하자.

너와 나만의 마지막 제의.

실수할까 걱정하지 마.

넌 그저 내게 가만히 몸을 맡기면 돼.



널 위해 손에 석회 가루를 살짝 바르고

투명한 수술용 장갑을 끼웠어.

난, 실수하면 안 되잖아.

 

오래 기다렸지?

이제 은빛 메스로

네 살집을 꽃잎처럼 떠

떠돌이 개들에게 던져줄거야.

 

진동하는 피냄새에 모여든

동네 개들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침을 뚝뚝 바닥에 흘리며

흥분해 날뛰겠지.

 

조상들이 죽어 독수리로 부활한다고

망자(亡者)의 시체를 그들에게 던져주는

몽골의 조장(鳥葬)을 알지?

 

조장을 치르듯

네 내장은 까마귀에게 줄거야.

 

광활한 대지를 가로지르는 독수리와 달리

도시 뒷골목에 둥지를 튼 까마귀는

행여 네 영혼을 쓰레기와 함께

내장 어느 한 귀퉁이에 담았을지라도

저주받은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할거야.

 

네 뼈는 하얗게 빻아

수채 구멍에 조금씩 흘려 보낼 거야.

하숫물로 등이 젖은 시커먼 시궁쥐가

살빛 코를 벌름거리며 모여들겠지.

 

네 살을 뜯은 개와

네 내장을 훔쳐간 까마귀와

네 뼈를 갉은 시궁쥐.

 

존재 자체가 혐오인

이들의 기쁨만으로는

내 죄가 사해지진 않을까?  

 

마지막으로

죽어서도 

내 맘을 헤집고 다니는

네 영혼을 위해

작은 관을 짤 거야.

내 가슴 한켠에 네 무덤을 만들기 위해.

 

내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찾을 수 있길 바래.

 

이것으로 타인에 대한 내 증오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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