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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생역전(6)

3. 

‘김순애, 넌 죽었어.’

 

영철은 순애와 경찰서 대기실에서 20여일 만에 만났다. 순애가 들어서자 반쯤 벗겨진 머리에 작고 마른 체구, 한쪽만 쌍거풀진 작은 눈을 가진 영철이 벌떡 일어나 입을 앙다물고 그녀를 쏘아보았다. 당장이라도 한대 후려칠 듯한 영철의 눈빛을 피해 순애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발장난만 했다. 

 

그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영철은 한바탕 육박전을 치루고 순애가 가출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순간부터 복수를 계획했다. 순애가 자신이 던진 유리 재떨이에 가슴팍을 맞고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던 생각만 하면, 그는 지금도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처음 순애를 데려올 때만 해도 그가 예상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조선족이란 이름에 걸맞는 순진하고 나긋나긋한 ‘조선처녀’를 꿈꿨다. 남영동 후미진 뒷골목이긴 하지만 당구장과 노래방을 하며 동네에선 돈 좀 만지는 축에 속하는 영철은 한국에서도 재혼 상대를 구할 수 있었다. 그가 굳이 멀리 중국까지 가서 신부감을 고른 건 드세고 돈만 밝히는 한국 여자들이 싫어서였다. 3년전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와 20년 결혼 생활로도 충분히 넌더리 날만큼 겪었다.     

 

재혼하기로 마음먹은 영철은 결혼상담소의 안내로 중국 심양에 신부감을 고르러 갔다. 그는 도착한 날부터 서너명의 아가씨를 소개받고 가장 어리고 늘씬한 순애를 선택했다. 조선족 여성들과 결혼하려는 다른 한국 남성들에 비해 경제력이 있는 그는 어딜 가나 환영 받았다.

 

고3인 큰아들보다 불과 여섯 살 많은 여자에게 처녀장가 든다는 기쁨에 영철은 자기보다 두 살 어린 장모를 ‘어머니’라며 존대하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순영이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자신과 단둘이 살아온 장모 걱정을 하자 그는 결혼하면 장모에게 작은 슈퍼마켓 하나 차려주마, 큰 소리도 쳤다.

 

그렇게 만난지 일주일 만인 3월25일 영철과 순애는 결혼했다. 순애의 집 가까운 곳에 위치한 조선족 식당을 빌려 하루 종일 먹고 마시는 중국식 결혼을 치렀다. 고개를 젖히고 술잔에 담긴 술을 입에 탁 털어 넣는 순간 식도가 타 들어갈 것 같은 독한 중국술을 적잖이 마신 영철은 그날 밤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순애를 데려왔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10분도 안돼 사정하고 만 것은 그가 만취해서도, 20대 중반의 탄력 있는 순애의 몸 때문도 아니었다. 그 몸을 자신만이 독점할 수 있다는 희열이 더 컸다.(계속)

 

덧붙이는 말 : 이 소설을 기다리는 분이 적어도 두 분이나 된다는 걸 알면서도 여섯번째를 올리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사정을 말씀드리자면

요즘 좀 슬럼프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저 글 쓰는 게 조금 피곤한 상태입니다.

 

좀 지나면 나아지겠죠^^

(이건 일곱번째도 늦어질 거란 암시? ㅎㅎ)

 

날씨가 너무 추워요....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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