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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엔에서 해주길래
오랜만에 다시 본 비포선셋.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많은 것(혹은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귀에 들렸다.
특히
제시와 셀린느가 셀린느의 아파트로 가는 차 안에서
셀린느가 했던 말들이
꼭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처음의 열정과 흥분이 지속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실에 슬퍼하고 또 자신이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는 그녀.(나만 그러는걸까? 라는 생각에)
사랑받고 싶지만, 온종일 같이 있으면 숨이 막히고
자신과 헤어진 남성들이 하나같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성과
결혼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셀린느,
자신이 갖고 있는 낭만을 모두 그 하룻밤에 쏟아부어서
더는 낭만을 꿈꿀 수도 없다는 그녀를 보면서
참 사랑스럽단 생각을 했다.
이런 얘기를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그녀의 용기, 그 이유 하나로.
아니, 뭐 그녀의 얼굴에서 말그대로 빛이 나는 이유도 있겠다-ㅅ-
만약에 그녀가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가 제시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그렇게 애뜻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았을테니까-
저런 용기는 언제쯤 내게 생길까,
아니 과연 그럴 날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내가 살짝 한심하고 불쌍해졌다.
문득 떠오른 그 공간을 기억해내고는
('떠오른' 그 공간을 '기억'해낸다는 건 어떤 걸까)
참 많이도 드나들던 그 곳에 갔다.
그곳엔 2년 전의 내가,
2년 전의 니가
있더라.
2년 전의 나를 2년 후의 내가 바라보고 있는
소름돋는 기분.
차근차근 내가 남긴 흔적들을 엿보면서
많이도 부끄럽더라.
부끄럽지만
치기어리고, 감상적이었던 내가 부럽기도 하고.
소통을 이야기하고,
공동체를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정작 서로 맺고 있던 관계에 대해선
한없이 무력했고 또 어쩌면...의지조차 없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나도 그 사람들 중에 하나였으니까
결국 이 글은 내가 나에 대해서 하는 분석이고, 한없이
나약한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해.
나는 그를 욕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
그리고, 그를 욕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비난보다는 오히려 공감의 마음이 앞서
오히려,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다.난.
그치만 이것과는 좀 다른 이유로
나는 이제 그 이름조차 듣기 싫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조차
괴로워. 아슬아슬하게 세상 끝에 서있는 것 같던 그 사람이
삶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지만, 이런 마음과는 별개로 그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듣고싶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잊고
어쩌면 그 시간들을 부정하면서(어떻게-)
혹은 그 시간들을 부끄러워하며
어떤 감정이든 현재와 단절된 과거로 생각하며
지금을 살아가고, 미래를 그리고 있더라.
그래서 나는 생각해.
지금 이 곳이 내가 있을 곳이 맞는걸까.
지금의 너와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아니, '너'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이 내게 있는걸까.
포럼이 끝났고,
다음 일주일간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그동안 미뤄놨던 약속들이 하나둘 잡히기 시작하고
왠지 고 일주일을 그냥 흘러보내면 안될 것 같다는 강박에
일을 다시 꾸리고 있다. 일이래봤자 놀궁리ㅋㅋ
놀아봤자, 단발성 놀이에 그치겠지만=_=
뭔가 멀리 멀리 장기간 여행을 가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니 뭐. 흑
일단 내일은 가볍게 영화를 보고 뒹굴거리다가 알바를 가는걸로ㅠ
근데 내가 이런 정세 속에서 신나게 노는 게 맞는 건가 싶으면서도
또 정세가 엄혹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생각이 든다.
에- 모르겠다. 복잡하고 또 아이러니해-
어쨌든 난 휴식이 필요하니까!
오늘,
홈에버 파업 투쟁과 매출 타격 투쟁으로
이마트가 흑자를 내고 있다는 좀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_=
문제해결의 본질과 유리된
불매운동(모든 불매운동이 그러하진 않다)의 위험성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이마트는 '윤리경영'을 하고 있나?
거기도 홈에버 만큼이나 저임금 불안정 노동력을 착취했으면 했지
더 나을 것이 없을 꺼란 이마트 알바 경험자의 말을 떠올려 본다.
뉴코아-이랜드 문제는
결코 파렴치한하고 비도덕적인 박성수 회장 때문 만이 아니며
이랜드 자본은 비정규보호법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교회에 십일조로 한 해에 130억원이나 갖다바치며 노동자들은
쓰고 마음대로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하는 박성수는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할 가능성이 99.9999999999999% 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남한 사회의 일반적인 노동을 불안정 저임금 노동으로 고착화시키려 하고 있는 비정규악법이며,
법의 시행을 강행하며 이에 대한 반대의 움직임을 군홧발로 짓밟는
노무현 정부이며,
불안정한 노동력과 근로빈곤층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이다.
그러나 불매운동은 그것이 제기된 맥락과는 상관없이
마치 이번 갈등의 원인을 비'윤리적'인 경영을 자행해온
이랜드 자본만의 문제로 축소시킬(혹은 축소되어 이해될) 여지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불매운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하지 말자는 말도 아니다.
대신 불매운동은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과 이에 연대하는 사람들의 싸움이
비정규악법을 폐기하기 위한 싸움이며,
이 땅의 불안정 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싸움이며,
여성권과 노동권이 쟁취될 수 있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싸움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싸움임을 명확하게 직시하는 속에서
그리고 이 싸움의 승리는 더욱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속에서 쟁취될 수 있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는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싸움은
이렇게 머리로만 생각하고 글로만 쓴다고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동시에 나의 결의를 밝히는 것이기도 하기에 조금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어쩔까. 나는 이미 그 절규를 들었다.
되돌리기엔 이미 늦어버렸엉
하루 빨리 일자리로 돌아가서 거리가 아닌 그곳에서 투쟁을 시작하는
노조원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아무튼
이 정권도 그 정권의 공권력도
정권과 공권력의 수호를 받는 자본도
모두 다 미친 것 같다.
신자유주의 질서 재편을 완성하려고,
더욱 더 저렴하게, 더욱 더 유연하게 노동력을
길들여놓고 착취하려고
혈안이 된 것 같다.
너무 화가 나고,
또 너무 슬프기도 하고,
그만큼 행동을 조직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무력하기도 하다.
어쩌지-
전경과 대치할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최대한 충돌하지 않는 방향이 가장 최선이다.
그런데 오늘만큼은.(사실 오늘뿐이겠는가)
절규하며 건장한 전경들에게
매달려서
탄탄해 보이는 전경의 팔뚝이 귀찮다고, 짜증난다고 뿌리치면
또 매달리며
분노를 표출하다시피 항의하시는
노조원을 보면서
나도 울컥 화가 났다.
어머니뻘 되는 노조원을 그 억센 팔로
뿌리치는 전경들을 보면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누군가 나를 도발하면
진짜 미친사람처럼 매달려서
한번 때려보라고, 그 때처럼 또 그렇게
죽일 꺼냐고, 아주머니 대하는 태도가 왜 그 따위냐고,
예의에 대한 개념 좀 탑재하라고, 지금 너네가 뭘 하고 있는지,
무엇을 막고 있는 지 알고는 있냐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민중의 경찰이라는 아니꼬운 수식어에
질서있는 주장 무슨무슨 배려라는 진짜 웃기지도 않는
공익광고를 때려대는 경찰보다
더 기만적인건
전선을 흐려놓는 지배계급이다.
전경아이들과 감정싸움하게 만들어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미친 신자유주의 정권-
가증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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