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강의석이다. 강의석이 미니홈피에 서해교전 때 죽은 군인들의 죽음은 개죽음이라는 내용을 포함한 글을 썼고, 유가족 측은 분통을 터뜨리며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담은 기사가 올라왔다. 시험 공부 하다 딴짓하는 중에 기사 제목이 눈에 띄길래 읽고서 댓글들을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적나라한 표현으로 강의석을 비난하고 있었다.

   군대 폐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가 된 그 개죽음이라는 단어가 'XX가 개죽음 당했다'라는 표현으로 쓰일 때, 내가 이제껏 알아온 바로는 XX를 모욕하는 뜻이라기보다 XX를 죽게 만든 상황, 사회를 비난하는 의미일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았다. 마침 다음 시험 때문에 뒤적이고 있던 국어사전에서 검색해보니 역시 그러했고.

  서해교전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사자들의 죽음을 개죽음 혹은 순국이라고 다르게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엄밀히 따져 그것이 그들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나는 서해교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 만큼 잘 알지 못했고,  다만 그 '개죽음'이라는 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미움으로 가득한 댓글판의 모습도 꼴보기 싫은 터라 나까지 강의석을 싫어한다고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 얘긴 빼고 딱 한 마디 적었다. 요렇게. 

 

 

  자기 미니홈피에 사적으로 올린 글인데 이렇게 문제를 삼는 것도 좀 웃기네요. 다 차치하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건데 쩝.. 강의석도 이제 나름 공인이라는 건가? 허허. 그리고 '개죽음'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사람들이 화내는 것같은 의미는 아니었을 듯한데요. 글을 안 읽어봐서 자신있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청춘이 미처 꿈도 피우지 못하고 자기 의사와 상관없는 일 때문에 죽었을 때, 그런 죽음을 우리말에서 관용적으로 개죽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 맞죠. 국립 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개죽음'의 예문으로 '무고한 백성들이 난리 통에 개죽음을 당하였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때 개죽음이라는 표현이 백성들을 모욕하는 뜻에서 사용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 후에 나에게 쏟아진 쌍욕을 떠올리니 아까는 괜찮아진 것 같더만은 다시 또 눈물이 핑 돈다. 우습게는 너 강의석 팬이냐는 애들도  있었고, 참. 강의석을 잘 모르긴 하지만, 그냥 매스컴에 비춰지는 모습이나 주워들은 실제 그의 주변 이야기에 의하면 강의석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인간이다. 그치만 다행히 내 주위 사람이 아니라서 싫어하느라 에너지 낭비할 일도 없고, 말 많은 그가 뭐라고 하는지에 대해 별 관심도 없다. 그런데 팬이냐니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도 없지만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무튼.. 어떤 글을 쓰고, 거기 달린 비난을 본 후에 얼음으로 만든 칼이 마음을 도려내는 것같이 느꼈던 적이 세 번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처럼 댓글 몇 줄 때문에 노골적인 욕설을 듣거나, 싸이까지 들어와서 쪽지 보내고 방명록 쓰는 사람들을 보는 건 처음이라 꽤 당황스러웠고 신기하기도 했다. 인터넷 문화에 원래 이런 면이 있어왔던 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서 현실 세계에서의 관계 맺는 방식과 완전히 괴리된 커뮤니케이션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질 수 있는 것인지 새삼 너무 궁금하다. 내가 오늘 들은 욕은 실제 생활에서는 아직까지 듣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들을 일이 없을, 들어서도 안 될 그런 말이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그런 류의 욕설을 심심찮게 보아왔던 것 같은데..

 

   욕도 욕이지만 계속해서 나를 심산하게 하는 것은... 싸이 방명록에 글 쓴 사람은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두 번째 글은 보자마자  와, 진짜 한 대 치고 싶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솟구쳤다-_-;; 어차피 의미도 없고 쓰레기같은 소리 무시하면 되는데 이거 영 신경쓰여서 아무 것도 못하겠고 자꾸 생각나고.. 그저 최대한 찌질하게 대꾸해주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ㅠㅠㅠㅠ!!!

 

  한 번 보자, 직접 만나서 따져 보게..

  나 서해교전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는데 적어도 너만큼은 알 것 같아.

  너같이 별 생각도 안 하고 지껄이는 사람이야 세상에 모르는 게 뭐가 있겠니.

  그리고 어떤 여자도 너랑은 어떤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을 거니까 죄송할 거 없단다.

  띄어쓰기랑 맞춤법은 좀 똑바로 써줄래. 한글이나 떼고 와서 얘기하자.

 

  이렇게 보면 나에게도 악플러의 기질은 다분하다. 그렇지만 이건 내 깊은 속마음일 뿐 절대로 이렇게 답하지는 않을 테야. 난 소중하기 때문에............ 누구나 생각은 마음껏 할 수 있지만 문제되는 것은 드러나는 부분이고..

  혹시나~! 그 분이 여기 와서 본대도 이건 내 속마음인데...? 좀 찌질대고 나니 이제야 그래도 좀 시원하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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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5 21:54 2008/10/1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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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횬종
    2008/10/20 21:42 Delete Reply Permalink

    나 궁금해서 싸이 성지순례 다녀왔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어느바람
    2008/10/21 01:53 Delete Reply Permalink

    응 지우긴 너무 아까워서 성지로 남겨뒀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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