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는 여자 아이는 어느 교실에나 가끔씩이지만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거기에는 짓궂은 남자애가 장난을 치다 노트 표지를 살짝 찢었다거나, 선생님에게 몇 대 맞았거나 뭐 아주 다양하고 자잘한 이유가 있다. 그럴 때면 반의 모든 여자 애들은 우는 아이 주변으로 다가가 그녀의 등과 머리를 쓸어 주면서 "XX야 울지마" "어떡해"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관례다. 나도 그러고 싶긴 했는데 글쎄, 뭐랄까 그냥 그걸 잘 못했다. 상황의 주인공이 친한 친구인 경우라면 어떻게든 위로해야겠는데도 다가갈 수 없었고, 후에 내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걸 듣기도 했다. 으레 나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한데 뭉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그 때의 난감하고 불편하고 답답하고, 그리고 혼자가 된 듯한 기분이란...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에도 우는 애든, 위로를 나누는 애들이든 우스워 보이던 면도 없잖아 있었고 나이가 들면서 그런 생각은 더 짙어지기도 했을 것이다. 우습다고 느꼈던 건 그 행동들의 일체에는 진실되지 않은 요소가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았기 때문이었을 텐데, 이제는 그것을 친절이라 부른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한편 왜 나는 자연스럽지 못할까 하는 그닥 유쾌하지 않은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다르게 될 수도 없었다. 물론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생각하게 된 건 스무 해가 넘게 묵어가면서의 일이고 그 당시에는 애매한 느낌만 갖고 있었다. 그런 시간들은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때가 아니었나 싶다. 아, 촛불의식 이야기도 있다. 무튼- 다른 이들은 그런 순간이 언제였고 어떤 느낌이었을지,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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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4 07:21 2008/11/0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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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
    2008/11/09 00:27 Delete Reply Permalink

    음.. 나는 문자로 힘들다고 위로해달라는 사람이 참 난감하던데.
    뭐라고 해줄 말도 없어서 그냥 문자를 끊어버리고,
    그러면 나중에 그 사람은 나한테 서운했다 그러고 아아.
    (첫 댓글! 나 누군지 알겠지?)

  2. 어느바람
    2008/11/09 20:39 Delete Reply Permalink

    오오, 반가워 ^o^
    이제 영어 끝난 거지? 잘 놀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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