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시인처럼, 이미 내 몫의 삶을 다 살아버린 것 같다고, 삶에서 느끼고 알아야 할 것들을 벌써 다 지나와버린 것만 같다고, 나는 일찍 늙어버렸으니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이냐고 적어도 한번쯤은 거리낌 없이 외쳐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죽을 게 아니라면 시간에 굶주린 짐승이 되지 않을 재간이 있나. 나이가 먹고 싶다.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거나 자연스럽게 죽여 줄 시간이 먹고 싶다. 빨리, 어서, 많이.

 

  내가 훌쩍 연상인 남자에게 끌리기 쉬워하는 것은 그들은 내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간과 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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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2:09 2008/06/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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