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는 세상이란 커다란 피아노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기에 건드리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원하는 대로 연주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들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세상과 그 안의 다른 이들과 얽혀 가면서 우연적이고 운명적인 힘들에 이끌려 미로를 헤매듯 살아가는 것이 사람들의 삶이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미로이다. … 끝내 한 발을 내딛지 못한 ‘1900’가 삶을, 선택을 단지 두려워했던 것인지, 초월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분명 그에게 무한한 미지의 인생을 살아보고픈 갈망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1900’는 그의 음악 속에 많은 사람들을 담아냈지만 정작 그 자신의 음악, 그 자신의 이야기, 그 자신의 삶은 마음껏 연주해내지 못했다."

 

   나는 '1900'를 두고 잘도 지껄여댔다. 그의 용기 없음, 초라함, 미련스러움이 꼴보기 싫었다. 내가 많은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선언이라면 선언하기 시작했던 게 불과 석 달 전이다. 무언가를 준비하겠다는 이들을 보면 준비하는 게 무엇이든 간에 존경스럽다. 넌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거니? 길은 끝없이 갈라지는데 나는 모든 길을 걸어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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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12:08 2008/06/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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