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를 잃은 날은 실연한 기분이다. 사라진 한 글자, 함께 사라질 수 없어 대신 울어주는 나.
최근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은 자기가 느끼는 감정으로 스스로의 참모습을 판단하지 말라는 거였다.
내가 작가가 되고 싶어하고 작가의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나는 작가가 아니라 기자다.
기자에게 문체의 자유는 애초에 없다. 일이 나를 괴롭게 한다면 항상 문체와 진실, 두 가지 때문이었지만 진실과 달리 문체는 요구할 권리가 없다.
이렇게 따져 본다고 문체에의 욕망이 사라지진 않는다. 금기된 욕망이 그렇듯 이해를 바랄 수 없어 혼자 슬프다.
욕망을 뺀 인생에 남는 게 무엇일까. 작가에게는 문체가 전부고, 작가가 되고 싶은 내게 문체는 미망한 욕심처럼 멀다.
최근의 여러 계절 동안 무엇을 잃고 이만큼 외로웠을까?
그러나 종종 참된 좌절을 겪는 것도 행운이라, 끝내 잃고 싶지 않은 게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실연을 하고, 다시 기대를 걸고, 다시 실연을 하고도, 또 다시...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문체와 나를 지키기 위해 작가가 되어야 하는 거구나 이제야 올바르게 깨닫는다.
내용은 같아요, 똑같은데. 이건 제가 쓴 게 아니에요, 제발 내 이름을 빼 주세요, 이 글에 내 이름을 달고 싶지 않아요...
꼭 해보고 싶은 말. 할 수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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