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삶의 지침과 원칙을 얻었고, 애초에 삶의 지침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사랑인지 열망인지를 느끼곤 했다. 짝사랑이든 뭐든 마음을 쏟을 누군가를 줄곧 필요로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를 통해 구원을 바랐던 거다. 내 삶은 그렇게만 나아갈 수 있는 줄 알았다.

 

동경, 따라잡고 싶은 마음, 그가 서 있는 내가 닿지 못한 자리, 나는 가질 수 없는 그의 성정 등등.. 그런 것들이 내게는 애정 같은 것을 불러일으켰지만, 남들도 이런 걸 좋아한다고 부르는 건가? 궁금할 때도 있었다.

 

더이상 저이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사람이 없어서 오랫동안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처음이니까.

눈이 높아지거나 사람을 깔보게 돼서가 아니라, 이제야 제대로 깨달았는데, 그냥 내게 이제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게 된 거구나... 누군가에 대한 동경이나 사랑이 없이도 내 인생과 즐거움과 성실함을 누릴 수 있다는 건 경험도 상상해본 적도 없었는데, 내가 그러 비슷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우습지만 가끔 스스로 나도 어른이 됐구나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번만큼 그렇게 느껴진 적도 없다. 이제야 사춘기도 오춘기도 지나고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해 안정기에 들어서는 것일까.

 

그래서였는지 오랫동안 답이 나오지 않았던 질문.. 나는 이제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러저러해서 이런 게 고민이라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더니, 이제야말로 건강하게 사랑할 만큼 성숙한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런데 그럼 뭐하나... 그사이 나는 내가 절대 될 리 없을 줄 알았던 건어물녀가 된 것 같다.  외모라든가 성적 매력 그런 것들에라도 끌리는 게 어떤 건지 느낌조차... 거기다 나의 성적 매력은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는 시점인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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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6 04:59 2012/12/26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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