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잘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물들이나 대사나 등등.. 그러나 언제나 잘 만들었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이 영화야 목적부터가..

 

나로서는 고문의 끔찍함을 생생히 느끼기에도 좀 모자랐다. 사실 다 아는 내용처럼 느껴졌다. 민주화 투쟁에 관한 이야기들은 많았으니까.. 이제까지 봐온 고문이나 고통에 관한 이야기들, 인간 존엄이 상하는 각종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져서 표면적인 잔인함이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사실 어떻게 보자면 인간이 일부 동식물들에게 하고 있는 짓도 저런 종류다, 인권과 존엄이 인간의 자연권이라면, 나름의 본성과 천성대로 살지 못하도록 인간에게 학대당하고 있는 생명들이 떠올라, 이런 일을 두고서만 분노한다면 왠지 민망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어쨌든 둘다 나쁘다는 거다.

 

기본적으로는 동시대 타인의 작거나 큰 고통을 일상적으로 외면하고 살면서, 그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분노하고 슬퍼하기 쉬울 때 분연해지는 간사한 마음이 썩 반갑지 않기도 하고.. 타인의 고통을 제쳐놓는데 익숙해진 나를 돌아보면서.. 어느 고통이 가볍고 어느 것은 무겁고, 어느 문제는 얘기가 되고 안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을 재단하고 살다 보니 스치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진 못할 망정, 폭풍이 와도 그렇지 하게 된 것 같고.

한 사람의 고통에라도 손내밀어주고 치유할 수도 있는 단초를 갖는 일을 하고 있구나 새삼 생각했고. 

 

영화관부터 집까지 10분 남짓 거리 걸어오면서 점점 목과 가슴이 시큰거리더니 집 앞에 와서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고 너무 외로워서 엄마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11/25 22:06 2012/11/25 22:06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peel/trackback/399

« Previous : 1 :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 222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