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말을 했다, 꿈에서. 나는 누구누구야. 블라블라. 대화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 포근했다. 작은 녀석이었는데 눈물이 날 만큼 든든한 기분이 들게 해줬다. 같이 신발도 사러 가줬다. 하다 하다 고양이한테까지... 

그 꿈을 꿨던 전날 저녁, 집에 가는 길에 세상 빛 본지 두달이나 됐을까 싶은 고양이 한 마리가 풀을 뜯어먹고 있는 걸 봤다. 사람이 지나도 피하지 않고 먹을 게 없는 마른 풀을 자꾸 뜯었다. 흔한 부조리, 흔한 결핍인데 새삼 하나님한테 화가 치밀었다. 업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같이 사는 친구와 고양이 털 등을 멍하니 생각하며 지켜보다 근처 슈퍼에서 크래미를 사오니 아이는 이미 가고 난 다음이었다. 하나를 뜯어서 그 자리에 두고 왔는데, 다음날 가봤더니 껍질만 남겨 있었다. 그 녀석이 먹고서 꿈에 찾아와 선물을 준 걸까.

 

#생일까지 5kg을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만족스러운 한 주를 보냈다. 장기 목표를 세워본 일이 드문데,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아마 아이키도 덕분인 듯싶다. 부정할 수 없는 이십대 후반, 스물일곱이 되는 날에 아마도 남자는 없을 거고, 바라마지 않던 취직을 하고 얻은 건 살뿐임을 깨닫고 우울감에 휩싸여 생일을 맞고 싶지 않구나.

 

#일주일 사이에 몇 가지 유흥문화를 처음 경험해봤는데...

하나는 도우미가 나오는 노래방. 선배들은 사장이 멋대로 집어넣었다며 바로 나가라기 미안하니 곧 나갈 거라며 내게 양해를 구했고, 시골이 뭐 그러려니 이해했고 그분들은 곧 나갔다. 그러다 노래가 시작하자 다시 오셔서 말 그대로 시중을 들었다. 노래 선곡 눌러주기, 탬버린 흔들기, 어깨동무 해주기... 사장에게 가서 도우미가 필요없으니 나가셔도 될 것 같다고 말한 뒤로는 내가 그 역할을 하게 됐다. 스물 댓명의 (작은)아버지뻘들의 선배들이 모인 부서 엠티에서 막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지 싶으면서도 거시기한 기분이...

 

하나는 7~80년대 노래 라이브 카페, 4~50대 남성들이 무대도 아닌 빈 공간에 나와서 흥에 겨워 몸을 흔들어대는... 같이 간 팀 여자 선배들도 있었지만, 나만이 유일한 20대 여성이어서 낯설었지만 이이들은 이렇게 삶을 잠깐 내려놓는 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으로 데려온 취재원은 약간 술이 올라서 춤추는 이들을 가리키며 "저게 인간이야! 저게 휴머니즘이라고!"라고 소리를 질렀다. 감동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웃겼다. 휴, 아직 클럽도 못 가보고 캬바레같은 데로 넘어가는 느낌이라 슬프다. 얼른 클럽을 가봐야...

 

하나는 집 근처 작은 포장마차에서 친구랑 둘이 술 먹기. 처음이었다.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항상 내 삶을 붙들고 내가 선장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았는데, 실은 그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자꾸 자폐적이 되어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만서도 누구나 일터에서는 자폐하고 자폐해야만 지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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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1 20:00 2012/10/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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