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작년 이맘 때 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사흘째되던 날 만났던 이주노동자. 외국인으로서는 드물게 한국인이 주를 이루는 쪽방촌을 드나들던 그. 외로워서 그랬을 거다. 그런데 이곳에는 친구가 없다고 했다.

 

  자주 싸워서 얼굴은 멍들고 코는 부러져 있었고, 손을 잘 쓰지 못했다. 알콜중독이었고 반 거리 생활자였다. 그를 찾기 위해 하루 종일 1000여세대가 넘는 쪽방촌을 이잡듯이 다 뒤졌, 던 건 아니었지만 노숙인들과 종일 어울리면서 글로만 봤던 사람의 바닥을 처음 만났다. 구름씨가 경찰에 거짓으로 무고한 이를 고발했다는 것도 들었다. 구름씨도 추락하고 있었다.

 

  하루를 꼬박 헤매고 찾은 그가 불안한 발음으로 전하는 이야기를 떠듬떠듬 적으며... 아마도, 구름씨가 한국에 온 이후 가장 그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그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준 사람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고향 네팔의 산 이야기, 스무살 먹은 딸 이야기, 2년새 왜 수많은 공장을 전전하다가 끝내 일자리를 잃었었는지...

 

  혹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했다. 두세달에 한번씩 전화가 걸려왔다. 어느 지방지검에서 구름씨를 아냐며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고, 술에 취했던 적도 있었고, 의정부에서 목사가 되는 과정을 밟고 있노라고 한 적도 있었다. 다 믿지는 않았다. 일주일 전에도 전화가 몇차례... 그저께에도.. 하지만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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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1 21:07 2012/10/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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