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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합의 과정이 없다?

일단, 위험하게 텍스트를 읽는 것 같아서 먼저 전의 글에서 썼던 부분을 다시 쓰도록하겠다.
"우리는 내/외부를 가르고 외부에 대해 비판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내부 비판에는 너무나도 인색하다."

"pure님의 문제 인식을 다시 '거칠게' 요약한다면, "우리는 내부 비판에 소홀하지 않은가?"와 "연대를 위해서는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지켜야 하지 않는가?"라는 두 가지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진정으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중의 하나는, pure님의 글은 내/외부의 '편가르기'와 그 편가르기에 따른 종파적인 행위를 비판하면서도, 그렇다면 내부인 '우리'는 어떻게 '외부'로 진출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더더욱 종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도대체 내부는 누구고 외부는 누군가?"
글을 너무 손쉽게 파악하려 할 경우 이런 오해로 치닫게 된다. 내부 비판에 소흘하다는 문제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로 내/외부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이분법에 의한 것이며, 이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그 구분에 의해 내부라고 인지하는 곳에는 관대함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내/외부를 유지할 경우 "내부가 외부로 진출"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되고, 거기에서 내부-외부 접속을 "연대"로 오해하게 된다. "노동자/민중은 특별한 계층으로 대중과 분리된 채 홀로 투쟁하며 싸우며 나아가는 집단인가?"라고 지적한 것은 무엇인가? 노동자/민중이란 개념은 홀로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후자의 경우라면, 계속 말하다시피, 도대체 그 '기본적인 것', '감수성', '상식' 등에 맞는 패러디 대상은 따로 있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에 우리를 맞춰 '운동'을 해야하는가?"
"어떻게 "부시"나 "노무현"과 같이 비판의 대상을 패러디하는 것과, 그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을 패러디하는 것을 동일선상에 둘 수 있는가?"라고 이미 나의 견해를 밝혔다. 또한, 여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이미 토론은 시작됐다."라고 이야기했다. DC가 됐건 블로그들이 됐건 그 글들을 단순한 "욕"으로 파악하는 것인가? 노동자들이 내뱉는 것은 "욕"이 아니고? 바른 말 고운 말을 쓸 때만 상대를 하겠다는 것인가? 분명히 참수 패러디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pure님은 이것이 탄압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일단 쌍욕부터 지르고 보는, 그리고 그것이 집단적으로 경향성을 보이는 지금의 상황을 '탄압'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례로, 네티즌들의 그런 토론과 합의과정이 없는 맹목적이며 집단적인 분노는 재작년의 이화여대 총학 사이트 사이버 테러 등의 물의를 빚었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물론 지금의 상황이 그런 상황까지 가리가고 보는 것은 오바이겠지만, 나는 그러한 '경향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탄압"의 범주를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대총학사이버테러"가 "탄압"인가? 이것은 명백히 "사이버테러"인 것이다. 이 둘을 구분해서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등등의 문제를 분석해야 한다. 그저 이것을 "탄압"으로 환원할 경우 우리는 제대로 된 분석과 대응이 불가능하다. 이대사이트가 사이버테러를 당할 때 "탄압 반대!"라고 피케팅이라도 할 것인가? 말 그대로 "테러"는 "테러"인 것이다. 이게 단순히 네티즌들의 "토론과 합의 과정 없는 맹목적이며 집단적인 분노"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분노를 하기 위해서는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인가? 또한 분노를 위한 토론과 합의 과정은 무엇인가? 개인들의 의견들이 ─ 그것이 욕이든 뭐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고상한 엘리트의 잔치를 벌이자는 것이 아니다. ─ 인터넷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모이고 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미 토론은 시작됐다. 그 자리에 참여하지 않고 "토론과 합의 과정 없는"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맹목적이며 집단적인 분노"는 이미 시작된 토론과 합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서 없어질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토론과 합의 과정을 강조하는 것 같아서 거기에 맞춰서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물론 나 자신도 그 패러디를 보고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바로 그 감수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 이 패러디를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귀족노조 어쩌구 하는 건 짬밥이 있으니 쉽게 반론할 수 있다. 과연 참수 패러디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란 것이 존재할까?
"그러나 그것이, 주지하듯이, 내가 그 패러디를 '억압'하거나 '탄압'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되지 않는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아무도 그 패러디를 "억압"하거나 "탄압"하고 있지는 않다. 이것을 비난하건, 비판하건, 물리적이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고 있는 것이다. DC인사이드 게시판에 수많은 덧글이 달린 것도 탄압인가? 까놓고 말해서 LG정유노조측은 그것을 읽지 않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뉴스로 옮겨간 후, 사측이나 정부에서 이것을 악용할 경우일 뿐이다. 실제로 그러고 있다면 이야기를 하라. 아니, 그 이전에 이것을 사측이나 정부에서 정확히 어떻게 악용을 할 수 있는지 그 방법도 궁금하긴 하다.
"일단 발끈해서 쌍욕부터 하고 보는 건 토론과 합의 과정이 결코 아니다!"
일단 발끈해서 쌍욕부터 하고 보는 것도 바로 토론 과정의 하나다. 공장에서 좆 같은 작업 환경에 대해 "씨발 못 해 먹겠네"라고 하는 것도 토론 과정의 하나다. 엘리트들이 격식을 맞춰서 이야기하는 것만이 토론인가? 초기 의견이나 반응은 당연히 즉흥적일 수 있고 정리되지 않을 수 있고, 틀렸다고 생각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을 "토론과 합의 과정이 결코 아니"라고 묵살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영문인가?
"나는 '故 박정희 씨'의 우스꽝스러운 패러디를 그 가족들이 봤을 때의 감정이나 부시가 난자당하는 패러디를 그 가족들이 봤을 때의 감정과, 이번 패러디를 유가족들이 봤을 때의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부시"나 "노무현"과 같이 비판의 대상을 패러디하는 것과, 그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을 패러디하는 것을 동일선상에 둘 수 있는가?"라고 일차적으로 이야기를 했고, 이번에는 좀 더 나아가자. 사실 이들 패러디를 봤을 때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맞다. 부시를 난자하는 것은 패러디 수준이 아니라, 변태적이다. 부시 가족이 아니라고 해도 인간(부시)을 난자한 것을 어찌 그냥 볼 수 있겠는가? 부시를 난자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부시가 뚝뚝 피를 흘리는 것은 참으로 은혜롭고 감미로운 일인가?
"누군가가 故 전태일 열사를 패러디한다면 나는 물론 기분이 나쁘고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대뜸 욕부터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대뜸 욕부터 할 수도 있다. 왜 할 수 없는가? 교양인이라서? 물론, 그 후에 "왜 욕부터 하느냐?"라고 반문을 하면 된다. "왜 욕하고 지랄이냐?" "전태일을 그딴 식으로 패러디한 게 맘에 안 든다." "왜 맘에 안 드냐?" "어쩌구 저쩌구..." 이게 바로 토론과 합의 과정이다. 이것을 무시하지 마라. "이건 욕이고 개소리니까 안 들을 꺼야."라고 하는데 토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논리에 따르면 인텔리 몇명 모여서 자기들이 그럴싸한 지식놀이하면 토론과 합의가 끝나는 거 아닌가? 또한, 도대체 패러디에 대한 토론과 합의는 언제쯤 시작하고 이뤄지는 것인가? 이미-항상 토론 중이란 것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시시비비의 문제가 아니라 감수성의 문제이다. 더 나아가면 인권의 문제이다. 우리가 서로 연대하려면 갖추어야 할 상식인 것이다."
이미 전의 글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옮겼다. "감수성"으로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면 두번째 문장에서 이야기한 "인권" 문제로 이해하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라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아무도 이것으로 "탄압"을 하거나 "제재"를 가하고 있지 않다. 단지, 상식적인 사회를 바라는 ─ 사실 이런 게 좌파다. 정치경제학적 상식으로 보니 "잉여가치"란 게 존재하니 그것의 원인인 "사유재산"이나 "임금노동"에 대해 고민하는 것 아닌가? ─ 사람이라면, 그 삶 속에서 그 상식을 이야기하라.
"감수성이 지나치다보면, 한 쪽 눈을 가리고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감수성이 부족하다 보면, 한 쪽 눈을 가리고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과는? 참수 패러디라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 & 그에 대한 철저한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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