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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본

"또한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민중진영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와 역량 배치가 필수적이다."
"혹시나 이제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블로그나 개인 미니 홈피가 무엇인지 궁금하거들랑 상업적인 서비스에 낼름 가입할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이 함께 구축한 진보넷 등이 서비스하고 있는 블로그나 홈피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좀 더 자본주의에 대한 접근으로 보자. 글의 앞부분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된 이유는 자본이 '인간들간의 소통'을 상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시장"과 "상품"이 사실 "자본" 이전에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고, 이것이 기반이 될 때 자본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자본론』 맨 처음 상품 분석 직전에 하는 말을 보라.) 여기서 문제는 진보진영에서 구축한 블로그 서비스는 과연 "非상품"인가라는 게 될 것 같다.
사실 이런 이야기 이전에 전제가 되야 할 부분은 역시 사이버 공간에 대한 담론이다. 단순히 맑스가 분석한 생산에 기초한 정치경제학 비판으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생산에 적용하기 너무나 어려운 부분이 많다. 사이버 이전에도 잉여가치를 쉽사리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었지만, ─ 단순히 생산력에 의존해서 평균시간을 도출해서 계산하려 한다면 진보란 이름으로 이뤄지는 착취가 간과된다 ─ 사이버 이후에는 잉여가치라는 것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세상 모든 것을 사이버 공간으로 착각하는 오류는 범치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까지나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금 확장을 한다면, 탈산업사회에도 분명히 산업사회의 요소들이 잔재해 있고, 그 경계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탈산업이라는 요소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맹아적 태도로 흐를 수 있다. ( 모던, 포스트모던 이야기로 확대해서 생각해 봐도 좋다. )
결국, 이 글에서 가질 수 있는 "자본"에 대한 이야기는 정치경제학적인 의미보다는 "계급(Class)"적인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그것도 맑스의 생산 분석으로 파악하기 난해한 상황에서 ─ 그렇다고 신자유주의자들처럼 교환 중심으로 파악한다면 삽질이 가중될 뿐이다 ─ 계급이라는 관념은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까? 사이버 공간도 물적토대(서버, 라우터, 인터넷 회선 등?)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우선 통신시스템과 인터넷의 사유화를 반대하고 공공화하는 투쟁부터 시작하자."
사실 이래저래 헛소리가 길었는데 이 이야기에 다시 주목했으면 한다. 어디까지가 "사유화"인가? 국가와 거대 자본의 감시와 검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진보넷"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http://hosting.jinbo.net/guide/service.html에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이 확실한 "非상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이 자본을 대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진보 내지는 저항 까지도 손쉽게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현대의 자본주의다. 이미 아도르노는 예술의 상품화를 지적한 적이 있다. 우리도 또한 이것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진영"에 의해서 이런 것을 쉽게 생각할 수는 없다고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란 문제이다. 자, 진보넷 블로그는 얼마나 공적(public)인가?
 
P.S. 사실 진보넷 블로그의 탄생은 매우 기쁘다. 기존의 포털에서 운영하던 블로그에 강한 반발심을 느껴 블로그 없이 떠돌다가 이번에 진보넷에서 블로그가 생겼다고 해서 바로 개설하게 되었다. 어떤 새로운 희망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기쁘지만, "자본"을 너무 손쉽게 생각해서 "진영"에 의해 긍정하는 것은 좀 까다롭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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