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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만난다는건...

헤어졌던 남친과 다시만난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말따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에 걸리는건 사실이다.

 

특히 그와 나의 이야기를 모르면서 너무나 쉽게, 가벼이 말을 옮기는 걸 알고 나서는 한마디로 좌절스러웠다. ('좌절스러웠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인지, 왜 '실망'이 아니고 '좌절'이었는지는 생각해봐야겠지만 정말 '좌절스러웠다')

 

 

그와의 만남이 3년을 넘어가면서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 당시 그와의 만남을 지속할 의지가 없었다. 그의 고백처럼 나 또한 처음과 같은 열정을 원했다. 예전같지 않은 관계속에서 괴로웠다. 언제나 나에게 쏟아부었던 그의 열정과 애정이 사라지자, 나도 그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고백하건대 지난 3년간 나와 그의 관계는 그의 열정과 애정, 노력으로 유지되어왔다.

 

 

그가 보낸 메일을 받고는 지난 3년간 내가 그에게 줬던 상처들이 떠올랐다. 내가 했던 이기적인 행동과 그에게 내멋대로 퍼부었던 상처가 그의 모습으로 투영됐다. 할말이 없었다. 그를 탓할수가 없었다. 내가 그에게 줬던 상처는 내가 받은 그것보다 훨씬 컸을거란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의 메일을 받고 다시 그를 보는데 두달이 걸렸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에게 다시 상처를 주지 않을수 있을지, 내가 상처받지 않을수 있을지 생각해야했다. 그리고 마음이 움직이는데로 했다.

 

 

다시만난다는건 쉽지 않았다. 3년간의 내 행동을 돌아보고 정리해야했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생각해야했다. 내 치부와 숨기고 싶은 기억마저도 다 끄집어 내 하나하나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결정하고 다짐한 일이었다.

 

 

다시 만나고 나서 서로 변하자고 약속했다. 허황된 미래를 약속하는것보다 현실에서 스스로를 변화시키자고 다짐했다. 

 

 

친구의 말대로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담고 또 담는다. 그와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나는 나를 되돌아봤다. 충분히 괴롭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리고 지금도 아프지만, 관계에서 나를 변화시키는 기회였음을 느낀다. 지금은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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