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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고 했다
황영선
살면서 멍든 가슴 쯤이야
낯가죽 번지르하게 포장된 길 바닥에 찍힌 발자국이라 치자
드문 드문 가슴 한쪽 베어문 상처 덧난 굳은살의 묵은 여력도
다문 입술에 포개기로 했다
엉성한 어깨쭉지에 시끌벅적 날아오른 바람도 사정이 있는 법,
무례히 침범한 그들의 정체에 대해서도 꾸짖지 않기로 했다
냅다 달음박질 치며 삐긋거린 동경
할퀴고 돌아서는 비정한 바람 앞에 통째로 내맡긴 영혼들도
다들 그렇게들 살다 갔다고 콧노래 흥얼거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사랑에 패인 상처 깊고 얕음이 있겠는가
그냥 그렇게 싸매주고 다독이며 살자고 했다
그러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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