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경주

일정: 2월 6일~7일

찾아간곳: 경주남산, 감은사지 삼층석탑, 문무대왕암/ 불국사

 

1년에 한번, 집에 가야하는 구정.

고등학교때부터 집을 나와 향수병이 좀 심했었는데, 대학을 간 이후로 향수병은 커녕 집에 가기가 싫어졌다.

친지들이 보고싶은 것도 아니고, 만날 친구도 없고, 좋아서 싸돌아다녔던 자연산천도 예전처럼 느껴지지않고, 아빠하고 대화라는 걸 한지도 한참전이라.....보통 2박3일동안 방바닥에 붙어서 텔레비젼보고 먹고 자고 뒹굴뒹굴.....그나마 격식차린다고 설날아침 세배할때는 화장하고 옷도 평소와 달리 입어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귀찮아지고....동생들은 안그런데 나만 그렇다.

 

이번설에는 연휴도 길다.

그래서 짱돌을 굴려서 경주를 들렀다 집에 가기로 일찌감치 계획을 세웠다. 경주는 중학교 2학년때인가 한번 가봤는데, 겨울안개가 바닥까지 자욱한 날의 느낌이 좋아서 겨울이면 가고 싶었던 곳이다. 5일 오후 2시에 버스를 타고 6시 반경에 도착했다. 농협하나로마트가 보이길래 삼겹살+목살 1근, 고추, 쌈장, 새송이, 깻잎, 쥐포를 샀다. 설준비하는 사람들로 빠글빠글.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는데 이미 캄캄해서 주변길이 보이지않았지만 기대감은 점점 부풀어올라.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후라이팬에 삼겹이를 올려놓고 익을동안 막걸리를 마셨다. 일동막걸리는 별로였다. 근데 삼겹살이 정말 정말 쫀득거리고 맛있었다. 겨울밤은 깊어가고 나는 놀러왔고 경주는 어떤 곳일까 설레이고 하아하아 술이 술술 넘어가고.....그래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6일 아침

5시에 깼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는 한달정도는 경주에 머물러야한다고 되어있었지만

나에게는 하루하고 반나절정도의 시간이 있다. 어디를 가야할까 욕심을 부리다가 첫날은 남산, 감은사지, 대왕암/ 다음날은 불국사, 경주박물관로 꼽아봤다. 우동사발면과 빵으로 아침을 먹고 설렁설렁 걸어나왔다. 택시가 옆에 서더니 택시기사아저씨가 우리에게 셈을 해보란다. 버스요금이랑 별로 차이안난다는 말에, 그리고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않다는 생각에 택시를 탔다. 남산쌍탑으로 갈거예요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자기 핸드폰에 찍어놓은 사진이 있다며 보여주었는데 그게 남산쌍탑인지 알 길이 없어 그런가보다고 아저씨에게 모든걸 맡겨야했다. 아저씨는 삼릉으로 가면 된다고 결론을 내리시더니 경주에서 제일 큰산은 '단석산'이라고, 김유신장군이 그 산에서 도를 닦다가 하늘에서 칼을 내려받았는데 그 칼로 바위를 내려쳐서 단방에 잘랐다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그 산 정상에 두조각이 난 바위가 있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단석산은 국립공원이었다. 꽤나 큰 산인 모양이다. 경주빵과 황남빵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주었는데, 황남(동네이름)에 살던 분이 만들기시작했는데 돈을 꽤 벌었다고 한다. 그 분이 나이가 들자 황남빵 만드는 기술을 아들에게 전수해주지 않고 함께 빵을 만들었던 이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단다. 그런데 아들이 사업을 했는지 우쨌는지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와서는 아버지의 황남빵 사업을 자기가 직접 했단다. 그러면서 '황남빵'에 대한 특허(인지 상표인지...)를 내서 황남빵에 대한 독점을 하게 되면서 다른 이들은 '경주빵'이라는 이름으로 그 빵을 팔게 되었단다. 경주 곳곳에 경주빵, 찰보리빵집이 정말 많았다. 이런 저런 아저씨의 얘기가 재미있어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영화'밀양'에서 전도연이 송강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밀양으로 들어갈때 송강호가 '밀양은 한나라당 도시고예...사람사는데가 똑같지예..' 뭐 이런 대사를 했던거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유쾌했다.

 

9시 45분경에 삼릉에 도착해서 삼릉계곡마애불, 선각육존불-상선암-금오산-용장사지석탑과 석불-임도를 따라 통일전에 이르니 오후 2시경. 금오산은 높거나 험한 산이 아니어서 등산을 하려했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않을 것이다. 남산은 걷고 보고 느끼는 산이다. 그리고 나이가 든 산이다. 느낌이 그렇다. 인왕산도 나이가 든 느낌인데 남산은 좀 귀여운 느낌이 같이 있다. 남산은 빨리 오르면 곳곳의 불상들과 문화재들을 놓치기 싶상이다. 상선암위에 부조로 새겨진 불상도 멀찍이서 봤다. 불상이나 절터나 요란하게 나 여기 있다라고 표시를 내지 않는다. 경주자체가 그런 것 같다. 첨성대와 분황사탑도 버스안에서 우연히 봤다. 경주는 느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따박따박 걸어야 할 것 같다. 통일전으로 내려오니 옆에 화랑교육원이 있고, 남산과는 정말 안어울리게 각을 맞춰서 널찍하게 지어놓고는 무슨무슨 왕의 업적이 어쩌고...안내판을 죽 읽다보니 박정희가 어쩌고 해서 통일전을 만들었다나...딱 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는 걸 떠나 경주와 어울리지않는 저런거를 만들어서 뭘 과시하여 뭘 했나 싶었다. 짐작컨대 경주관광오는 사람들에게 통일전과 화랑교육원이 많이 알려져있는 모양인 듯. 택시기사아저씨도 남산에 데려달라고 했을때 통일전과 화랑교육원으로 갈까를 먼저 물었었다. 여하튼 남산쌍탑은 못보고 돌아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