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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3-01 오전 7:40:37
나에게 인도는 가난, 카레, 요가, 갠지스 강이 연상되는 정도였다. 인도가 '세계의 약국'으로 불린다는 걸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02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강제실시 투쟁당시 인도에 글리벡과 똑같은 제네릭(복제약)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안도했었지만 인도의 역할이 '세계의 약국' 수준인줄은 몰랐다.
인도, 전 세계 에이즈 치료제 90%를 공급하는 '세계의 약국'
인도는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시장의 20%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에이즈치료제의 90%를, 전 세계 에이즈치료제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펀드,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를 통해 115개국에 에이즈치료제가 공급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6년 이래 인도에서 생산된 제네릭 에이즈치료제는 이들 국제기구에 의해 공급된 에이즈치료제의 80% 이상을 차지했고, 2008년에는 87%를 차지했다. 태국, 브라질, 남아공, 네팔처럼 정부차원에서 공공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인도산 에이즈치료제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90%를 훨씬 넘는다. 소아용 에이즈치료제 역시 인도산이 91%를 차지한다. 즉 북미, 유럽, 일본, 한국 등 소위 선진국과 선진국흉내를 내는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인도산 에이즈치료제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에 3300만 명이 넘는 에이즈 감염인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 중 에이즈치료를 받고 있는 이는 500만 명이 넘는다(2009). 2001년에 24만 명이 에이즈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값싼 인도산 에이즈치료제 덕분이었다. 그러나 WHO의 에이즈치료가이드라인(2009)에 따르면 에이즈치료가 필요한 이는 1500만 명에 이른다. 아직도 2/3가 치료를 받지 못 한 채 죽어가고 있으며, 내성이 생겼을 때 사용하는 2차, 3차 에이즈치료제에 대한 접근은 더욱 제한적이다. 인도가 제네릭 생산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더 값싸게 더 많이 공급하기를 120개국이 넘는 국가의 에이즈환자들은 간절히 소망한다.
한국에서도 인도산 제네릭이 필요하다. 약값이 너무 비싸서 환자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경험을 우리는 뼈저리게 겪었다. 백혈병치료제 '글리벡'과 똑같은 인도약 '비낫'의 가격은 글리벡의 1/20이다. 한국에서는 한 달에 100~150만원하는 1차 에이즈치료제에 비해 인도약은 100달러도 되지 않는다. 지금도 약값이 너무 비싸서 한국에서는 약을 구하지 못해 인도약을 수입하려는 환자들이 있다. 의사가 처방을 해주지 않아 수입이 불가능할 때는 밀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인도는 한국의 환자에게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다.
'세계의 약국' 을 철거하려는 인도-유럽 FTA
인도가 '세계의 약국'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특허법의 역사와 더불어 인도의 활동가들이 특허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특허강화를 반대하는 강력한 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도는 의약품 수요의 약 85%를 외국계 제약회사에 의존하고 있었고, 약값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인도정부는 1972년에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를 폐지하였다. 따라서 인도의 제약회사들은 제조공정을 달리하여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인도는 WTO 트립스협정(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 따라 2005년에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제도를 재도입했지만, 특허요건을 '기존약에 비해 상당한 임상적 효과가 입증된 경우(인도특허법 section3(d))' 등으로 제한하여 '세계의 약국'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도특허법은 자료독점권이나 특허-허가 연계와 같은 '트립스 플러스'조항을 담고 있지 않다.
▲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 제약 업계과 환자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권이 강화되면 복제약을 만들기 어려워지고 약값도 오르기 때문.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 대형약국에서 환자들이 약을 구입하는 모습. ⓒ연합 |
그러나 초국적 제약기업은 인도특허법에 트립스플러스 조항을 포함시키려고 끊임없이 소송과 로비를 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006년 1월에 글리벡 특허가 거절되자 인도특허법 section 3(d)가 트립스협정에 위배된다고 2006년 5월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2007년 8월과 2009년 6월에 각각 노바티스의 소송을 거절하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노바티스는 section3(d)조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2009년 8월에 대법원에 소송을 걸었고,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또한 바이엘사는 항암제 '넥사바'와 똑같은 약을 인도 시플라사가 판매허가를 받자 특허-허가 연계제도를 도입하고 시플라사의 판매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다. 대법원까지 끌고 간 바이엘사의 소송은 2010년 12월에 대법원에서 기각되었다. 대법원은 특허제도와 의약품규제제도는 별개이고, 인도법 하에서는 의약품규제기구가 특허약의 제네릭 판매허가를 막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시플라사의 판매허가여부는 바이엘사가 이미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서 다룰 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로슈사 또한 항암제 '타세바'에 대해 특허-허가 연계를 주장하다 대법원에서 기각당한 바 있다. 2008년에 시플라사가 타세바와 같은 제네릭을 시판하자 로슈사는 특허-허가연계를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고 시플라사는 특허무효소송으로 맞대응했다. 2009년 4월에 고등법원은 시플라사의 판매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고, 2009년 8월에 대법원은 로슈의 소송을 기각했다. 현재 특허소송은 진행 중이다. 인도에 있는 초국적기업들의 연합인 OPPI(Organisation of Pharmaceutical Producers of India)는 자료독점권, 특허-허가연계, section3(d)의 개정을 촉구하는 로비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런 초국적제약기업의 요구를 한방에 관철시키려는 것이 인도-유럽FTA이다. 인도정부와 유럽연합은 의약품자료독점권과 지적재산권 집행조항에 대한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고 3월에 체결할 예정이다.
의약품에 대한 독점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특허권이고 다른 하나는 자료독점권이다. 153개국이 가입한 WTO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 따라 최소 20년의 특허보호기간이 보장된다. 자료독점권은 의약품 판매승인을 받을 때 제출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임상시험자료를 제네릭 제약회사가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제네릭 출시를 지연시켜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자료독점권이 부여되면 특허가 없는 혹은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일지라도 판매독점권이 생기게 되어 제네릭 생산과 수출을 못하게 되고, 심지어 강제실시와 같은 특허권의 공공적 사용도 못하게 된다. 자료독점권은 특허권에 비해 독점기간이 짧지만 훨씬 간편한 절차를 거쳐 쉽게 얻을 수 있다. 초국적제약회사가 노리는 것은 인도의 특허요건에 미달하는, 임상적 효과가 더 낫지도 않은 약들에 대해 더 수월한 방식으로 독점을 획득하여 제네릭의 생산을 막고 비싼 약값을 받으려는 것이다.
지적재산권 집행조항은 초국적기업들이 지재권 침해를 빌미로 사법절차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민ㆍ형사소송을 손쉽게 제기하도록 하고, 과다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제네릭을 위조품으로 간주하여 압류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인도활동가들은 투자자-국가소송제가 포함되어 약가인하조치와 같은 국내보건정책 결정권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료독점권의 폐해: 돈 없으면 약 먹을 자격이 없다는 그 말
자료독점권은 '돈 없으면 약 먹을 자격이 없다'는 말과 같고, 이름뿐인 약들만 존재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에서도 들어본 말이다. 초국적 제약사 로슈가 2004년에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을 보험 등재까지 해놓고도 지금까지 건강보험을 통해서는 공급하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이름뿐인 약이다. 그 이유에 대해 로슈는 '의약품 공급에 관한 문제는 해당 국가 국민이 해당 의약품을 구매할 능력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실제 푸제온의 약값이 비싸다는 점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경제수준이 낮은 동남아지역 국가에는 푸제온 공급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약업신문> 2008. 5.22).
특허권이든 자료독점권이든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으로 인해 환자들이 받을 고통은 같다. 자료독점권의 폐해는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초국적기업들은 특허권보다 자료독점권을 얻기가 훨씬 간편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특허보다는 자료독점권을 통해 독점을 획득해왔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과테말라와 요르단은 자료독점권 때문에 약값폭등을 초래했고, 이름뿐인 약들로 가득하다.
요르단은 2001년 12월에 트립스플러스 조항을 담은 미국식 FTA를 처음 체결한 나라이다. 미-요르단 FTA에 관한 옥스팜 보고서(2007)에 따르면 2001년 이후부터 2006년 중반까지 21개의 초국적 제약사가 요르단에 등재한 신약의 79%만큼이 오로지 자료독점권 때문에 제네릭이 출시되지 못했다. 즉 이 79%에 해당하는 신약은 특허권이 없지만 자료독점권으로 인해 독점을 획득한 약들이다. 이 신약들의 가격은 자료독점권이 없는 이웃나라 이집트에 비해 현저히 비싸다. 당뇨약 '메트폴민'은 8배, 고지혈증약 '심바스타틴'은 5배에 달한다. 전혀 구매기록이 없거나 미미한 신약들이 허다한 것은 당연지사다. 요르단 의약품시장에서 제네릭이 없는 독점약의 비중은 2002년 3%에서 2006년 중반에는 9.4%까지 늘어났다.
과테말라는 1999년에 물질특허제도를 도입했고, 2005년에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를 체결했다. 자료독점권은 2000년에 도입되어 5~15년간의 독점기간을 허용하고 있다. CPATH 보고서(2009)에 따르면 자료독점권이 있는 약은 같은 치료계열의 약값과 비교했을 때 무려 1000배가 넘는 약도 있다. 고지혈증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크레스토'는 같은 치료계열인 제네릭 '플루바스타틴' 캡슐의 2.5배이고, 당뇨병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란투스'는 인슐린 주사액의 8.5배, 항진균제인 '브이펜드 주'는 제네릭 '플루코나졸' 캡슐과 '이트라코나졸' 캡슐에 비해 각각 1208배, 264배에 달했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대학살을 초래하는 거래는 중단되어야
ⓒ국경없는 의사회 |
하지만 FTA를 체결한 후 민중에게 억만금이 돌아갔다는 사례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식량ㆍ의약품 가격 폭등, 공공서비스의 붕괴, 주권 박탈로 이어졌을 뿐이다. 특히 인도는 120개국이 넘는 개발도상국의 민중에게 '세계의 약국'인 만큼 그 피해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전 세계의 환자와 활동가들은 3월 2일에 인도-유럽FTA 중단을 촉구하는 국제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상식적으로 해야 할 말은 국경없는 의사회가 하고 있는 캠페인(https://action.msf.org/en_CH) 구호면 족하다.
"유럽! 우리 약에 손대지마(EUROPE! HANDS OFF OUR MEDICINE)."
참세상에 기고한 글(줄이지 않은 것)
의약품 무상공급의 진실
Compassionate Programme?
별안간 로슈는 2009년 2월 25일 한국에서 ‘동정적 접근 프로그램(compassionate access programme)’을 시작한다고 통보했다. 푸제온을 무상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4년이 넘도록 푸제온을 공급하지 않다가 무상공급을 하는 이유를 묻자 27일에 로슈는 ‘지금까지 한국에 푸제온이 필요하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작년 9월에 요구가 있었을 때 지속적일 수 없는 (보험)가격으로 한국정부에 판매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로슈는 보험약값에 동의 할 수 없다. 더 지속적일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임시적 방법으로써 동정적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정했다’고 답했다. 푸제온은 기존의 에이즈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필수적인 약이다. 2004년에 연간 1800만원으로 보험등재가 되었지만 로슈는 보험약가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푸제온을 공급하지 않았다.
얀센 역시 에이즈치료제 프레지스타를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compassionate use program)을 통해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프레지스타는 2007년 6월에 시판허가를 받았다. 얀센은 보험등재가 될 때까지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며 2007년 9월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약가협상결과 2008년 5월에 로슈와 건강보험공단은 3,480원(연간 508만원)에 합의하였다. 당시 얀센은 미국과 유럽의 가격을 기준으로 6,150원(연간 898만원)을 요구했었다. 보험등재가 되긴 했지만, 얀센은 비급여전환신청을 하였다. 공식적 가격인 보험약가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리고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을 통해 무상공급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보험약가를 거부한 점과 무상공급이 언제 중단될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제 2의 푸제온, 얀센=로슈’이라는 비판이 일자 2009년 2월에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공급하도록 본사와 다시 협의하겠다며 비급여전환신청을 일단 취하했다.
복지부는 어쨌든 약이 공급되고 있어 환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말 환자의 피해는 없는 것일까? 왜 제약회사들은 약값이 낮아서 이윤이 안 남는다고 하더니 무상으로 약을 주는 것일까?
공짜로는 뿌려도 싸게는 못줘
약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사례는 에이즈치료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바티스는 2001년 4월 에 글리벡 시판허가 신청을 내면서 동정적 사용법(Expanded Access Program)을 통해 일부 백혈병환자에게 무상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전 세계에 동일하게 글리벡 1알당 25,000원 내외(월 300~750만원)의 약값을 요구하였다. 2001년 11월 19일에 복지부가 17,862원(월 200~510만원)으로 보험약가를 고시하자 바로 2001년 11월 27일부터 글리벡 공급을 중단해 버렸다. 환자비상대책위원회가 항의를 하여 12월 10일부터 공급이 재개되었지만, 독점의 위력을 보여준 셈이다. 노바티스는 2002년 3월 4일에 24,055원으로 약가재신청을 하였다. 환자들은 약값인하, 보험적용확대 그리고 강제실시를 요구하며 1년 반이 넘도록 싸웠다. 특허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는 특허권자의 사익과 공공의 이익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특허제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 특허권자만 독점 생산할 수 있는 약을 제3자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비참했다. 복지부는 노바티스의 요구대로 선진7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이탈리아)의 가격을 기준으로 약값을 결정하는 대신,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30%에서 20%로 인하하고 20%중 10%를 노바티스가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노바티스는 동정적사용법을 통한 무상공급을 하다 공급중단을 해버림으로써 원하는 약값을 관철시켰다. 그럼 왜 노바티스는 약값의 10%를 인하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직접 돌려주는 방식을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노바티스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리벡을 어떻게 공급하고 있는지를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인도는 ‘세계의 약국’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개발도상국에 값싼 복제약을 공급해왔다. ‘세계의 약국’은 세계 각지의 환자들에게 희망이었지만 초국적제약회사에게는 유일하게 생산, 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는 것이다. 노바티스가 글리벡을 출시하고 1년이 지날 무렵 인도의 제약회사들은 글리벡과 똑같은 성분을 만들게 되었다. 그 중 '낫코(Natco)'라는 제약회사는 한국의 환자들에게 글리벡과 똑같은 약 '비낫(Veenat)'을 1달러, 즉 글리벡의 1/20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공급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었다. 그러자 노바티스는 인도에서 글리벡에 대한 독점판매권(Exclusive Marketing Right)을 신청하였다. 인도는 2016년까지 WTO TRIPS협정(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의 이행을 유예받은 국가들에 속하지만 미국의 끈질긴 압력때문에 2005년부터 물질특허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1995년이후에 해외에서 특허를 받은 약에 대해서도 독점판매권을 인정하도록 했다. 이런 변화의 첫 사례가 글리벡이었다. 글리벡 특허는 1993년 스위스에서 출원된 것이기 때문에 인도에서 독점판매권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노바티스의 압력에 의해 2003년 11월 인도특허청은 이례적으로 글리벡에 대해 독점판매권을 부여해버렸다. 이는 글리벡의 복제약 생산중단명령에 해당하는 조치였다.
한편 노바티스는 ‘글리벡 국제 환자 후원 프로그램(GIPAP, The Glivec International Patient Assistance Program)’을 통해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지극히 가난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노바티스에 따르면 인도의 백혈병환자 중 99%가 노바티스의 무상공급프로그램을 통해 글리벡을 먹고 있다고 한다. 노바티스는 글리벡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획득하고, 무상공급을 함으로써 인도제약회사들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글리벡과 똑같은 약을 생산하고 있던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태국에서 2008년 1월에 글리벡에 대한 강제실시를 발동하여 인도에서 글리벡과 똑같은 약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태국정부가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통해 글리벡을 공급하기에는 약값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노바티스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노바티스는 태국에서 기존에 운영하던 GIPAP의 기준을 연간 가구 소득이 5500만원이하일 경우로 바꿨다. 대부분의 태국 백혈병환자는 노바티스의 무상공급프로그램의 대상이 되었고, 태국정부는 글리벡 강제실시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공짜로 뿌려도 이윤은 늘어나
노바티스가 환자들에게 돈을 지원하거나 글리벡을 공짜로 뿌리더라도 약값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매출액을 보면 선명해진다. 2003년 1월 노바티스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글리벡이 출시된 지 1년 8개월간의 매출액은 7.68억 달러였다. 그리고 노바티스의 판매약품 중 고혈압, 곰팡이 감염 치료제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유병율이 극히 낮은 질병 치료제인 희귀의약품이 매출액 5위에 오른 것은 글리벡 약값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을 반증한다. '글리벡 개발원가는 미국의 평균 신약 개발 비용 8억달러에 준한다'(한계레21 제 393호. 2002년 1월 16일)는 노바티스의 주장에 대해 정말 할 말이 많지만 그 말을 받아들이더라도 연구개발비 때문에 특허를 강화하고 약값을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제약회사의 말은 거짓임이 분명하다. 글리벡과 똑같은 약 ‘비낫’이 글리벡 약값의 1/20도 안되는 가격에 공급됐던 점이나 글리벡 1알의 생산 원가가 최대 760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리벡을 시판한지 1년 8개월만에 노바티스가 주장한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회수한 셈이다. 현재는 글리벡의 성장세가 매년 2자리수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어 노바티스를 세계의 제약회사들 중 톱 5 순위에서 빠지지 않도록 만든 1등 공신이다. 2008년에도 전 세계 글리벡 매출액은 37억달러로 전년대비 20% 증가했다. 글리벡을 공짜로 뿌리는데도 왜 매출액은 증가할까?
IMS Health에 따르면 2007년에 세계 의약품 매출 중 북미가 45.9%, 유럽 31.1%, 일본 9.4%,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가 8.85%, 라틴아메리카가 4.8%를 차지했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북미, 유럽, 일본이 86.4%를 차지한다. 애초부터 돈이 되지 않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사는 환자들은 노바티스에게 ‘고객’이 아니다. 초국적제약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국과 유럽에 제일 먼저 출시를 하면서 그 곳에서 팔릴 수 있는 최대의 가격으로 약값을 정하고, 그 가격을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글리벡이 ‘기적의 약’이기 때문이 아니다. 핵심적으로는 노바티스만이 글리벡을 생산, 판매할 수 있는 독점을 뒷받침해준 WTO TRIPS협정, 그리고 이를 적극 받아들인 각 국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때문이다. 노바티스는 이 독점을 유지하기위해서 환자의 저항과 복제약의 생산을 막은 것이다. 가난한 전 세계의 환자들 중 일부에게 무상공급을 하고, 한국의 환자에게처럼 본인부담금을 지원함으로써 비싼 약값에 대한 환자들의 저항을 막았을 뿐 아니라 인도의 복제약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결국 세계의 환자들은 값싼 복제약이 아니라 20배나 비싼 노바티스의 글리벡을 먹게 되었다. 지극히 제한적인 노바티스의 동정적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못한 환자들은 죽어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애초에 접근가능한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약을 사용할 기대조차 갖지 못한 채 죽어가는 환자들이다. 글리벡 문제는 글리벡으로 끝나지 않는다. 글리벡은 백혈병치료제 가격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후에 출시될 백혈병 신약의 가격은 글리벡 약값을 기준으로 할 것이다. 작년에 연간 4000만원으로 결정된 백혈병치료제 스프라이셀에 대해 BMS사는 글리벡 약값을 기준으로 요구했었다. 초국적제약회사의 ‘동정적 프로그램(compassionate programme)’은 전혀 동정적이지 않다. ‘동정적 프로그램’은 독점가격을 유지하기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세계적 독점권 유지 성공?
그럼 왜 로슈는 4년이 넘도록 환자의 생명을 무시하다 이제 와서 동정을 베푸는 것일까?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은 로슈가 ‘작년 9월에 요구가 있어서’라고 밝혔듯이 미국, 프랑스, 태국 등 세계 각지로 로슈에 대한 비난과 항의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로슈는 ‘의약품 공급에 관한 문제는 해당 국가 국민이 구매할 능력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약값을 올리지 않으면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래서 작년 9월부터 전 세계의 에이즈환자와 활동가들에게 건강할 ’권리‘를 구매력에 따라 ’자격‘으로 취급하는 로슈의 횡포를 알리고 ’로슈규탄 국제공동행동‘을 함께 하였다. 한국에서 푸제온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현재 100명 안팎이어서 간단히 무시할 참이었는데 항의가 한국을 벗어나 세계로 확산되자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각 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푸제온 약값인하투쟁이 벌어졌다면 로슈는 더 재빠르게 수습해야했을 것이다. 환자, 보건의료, 인권단체의 끈질긴 투쟁과 국제적인 직접행동이 없었다면 로슈는 절대 푸제온을 무상공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강제실시의 확대와 특허의 효용에 대한 문제제기 때문이다. 그동안 로슈가 푸제온의 ‘생산과정이 복잡하여 고비용이 소요되며, 연간생산량이 한정되어 있어’ 푸제온의 약값을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전 세계 4000만명이 넘는 HIV감염인이 지금 당장 혹은 미래에 푸제온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생산과정이 복잡하여 연간생산량이 한정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04년에 코바이오텍(주)은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미생물학적 생산기술을 활용하여 푸제온을 간편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로슈는 푸제온을 106공정의 화학합성법으로 만들고 있으나 코바이오텍은 생산공정을 10여번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여 푸제온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푸제온 생산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로슈가 갖고 있어서 세금으로 지원되어 개발된 이 기술은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었다. 이처럼 특허는 푸제온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을 방해한다.
게다가 2007년과 2008년에 태국에서 6가지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가 이뤄졌다. 태국정부의 강제실시 발동은 2001년 11월 WTO각료회의를 앞두고 TRIPS협정과 강제실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논란과 대립이 있은 후 다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다. WTO각료회의는 ‘TRIPS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문’에 “각 회원국은 강제실시를 허여(許與)할 권리가 있고, 강제실시가 허여되는 조건을 결정할 자유가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줄곧 초국적제약회사들은 ‘강제실시는 예외적이고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태국정부가 강제실시를 발동하자 미국정부와 초국적제약회사가 선두에 서서 ‘불법’이라고 주장했고, 세계보건기구마저 맞장구를 쳤다. 갖은 압력에도 불구하고 태국정부가 강제실시를 확대해나감으로써 ‘특허권이 환자의 의약품접근권을 침해하고 있어 강제실시를 통해 건강권을 보호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 다시금 공식화된 셈이다. 1990년대에 초국적제약회사와 미국정부가 특허제도의 전 세계적 통일을 완성하여 독점이윤을 확실히 했다면 2000년대에는 ‘특허에 의한 살인’을 경험한 전 세계 민중의 저항과 그것을 무력화시키려는 초국적제약회사의 압력이 충돌했던 시기다. ‘특허에 의한 살인’에 맞서는 합법적인 방법인 강제실시는 양자에게 초미의 관심사이다. 강제실시가 개발도상국을 넘어 한국같은 OECD가입국에서 ‘논란’이 된다면 그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강제실시를 청구한지 2달이 지났다. 강제실시가 허여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4년이 넘도록 공급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로슈는 특허의 문제점과 강제실시에 대한 ‘논란’조차도 피하기 위해 조용히 무상공급을 선택했다.
셋째 복지부가 제약회사에게 한국 의약품 ‘시장’에 대한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집단적인 환자들의 저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가 원하는대로 글리벡 약값을 결정했고, 한미FTA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바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5년만에 2배로 급격히 증가한 약제비 때문에 복지부가 2006년에 약제비적정화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약가협상력을 높여 약제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다국적제약산업협회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입장을 표명했었다. 작년 한해는 약제비적정화방안으로 약값을 통제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였다. 제약회사, 복지부, 환자들간에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신약에 대한 약가협상이 줄줄이 결렬되고, 그 신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의 저항이 일어나자 약제비적정화방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약값기준도 없이 제약회사가 부르는 약값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고, 제약회사가 공급거부를 해도 대책이 없는 제도라는 것. 그 비판의 정점에 푸제온 사건이 있었다.
복지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무엇일까? 리펀딩제도이다. 노바티스가 원하는 약값으로 보험약가를 결정해주고 환자본인부담의 일부를 노바티스가 제공했던 것과 같은 방식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제약회사들이 원하는 것이 전 세계 동일가격이므로 약값을 낮게 결정하면 공급을 거부할 것이기 때문에 리펀딩제도는 제약회사와 환자가 윈윈(win-win)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작년 12월부터 리펀딩제도를 도입하기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작년 12월 복지부 관계자는 로슈사장을 만나 리펀딩제도를 도입하면 푸제온을 공급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로슈는 무상공급을 통보하면서도 ‘보험약가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얀센 역시 프레지스타의 보험약가에 불만을 품었지만 푸제온의 불똥이 튈까봐 로슈나 노바티스처럼 과감하게 공급거부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건강보험제도 밖에서 프레지스타를 공급하고, 공식적 기록인 보험약가의 흔적을 없애려 하였다. 한국에 에이즈환자가 많지 않아 약값인하로 인한 이윤의 경감폭은 적겠지만 전 세계 약값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당장 리펀딩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복지부는 신약의 독점가격에 대해 제약회사에게 신뢰를 준 셈이다. 복지부는 제약회사가 원하는 대로 약값을 결정해주고자 하니 약가협상은 있으나마나한 것이 될 것이니 약제비적정화방안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한시적 무상공급’으로 언제든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인지, 전 세계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인지가 투쟁의 몫으로 남아있다.
름달님의 [푸제온 약가를 인하하라!] 에 관련된 글.
윤가브리엘 / 2008년03월11일 23시58분
A's people님의 [한미FTA는 아픈 이들에게 재앙입니다] 에 관련된 글.
지속가능한 에이즈치료를 위해 푸제온 약가를 인하하라!
-언발에 오줌누기식은 이제 그만!
1월 14일, 건강보험공단과 초국적제약회사 로슈와의 푸제온주에 대한 약가협상은 결렬된 채 종료되었다. 기존의 에이즈치료제(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감염된 세포내의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것과 달리 푸제온은 HIV가 면역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중단시켜 효과를 나타내는 새로운 기전의 에이즈치료제이다. 한국에서는 2004년 5월에 허가되었고, 같은해 11월에 1병당 24,996원으로 보험등재되었다. 그러나 로슈는 2004년이후 지금까지 푸제온을 공급하지 않았다. 이유는 로슈가 A7(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조정평균가격인 43,235원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번 약가협상은 로슈가 2005년에 이어 2007년에 다시 약가‘인상’조정신청을 낸데 따른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도 로슈는 A7조정평균가를 요구했다. 이번에 로슈가 요구한 약가는 30,970원으로 실질적인 약가인하를 한 것이 아니라 환율변동에 따라 조정된 것뿐이다. 약가협상이 결렬이 되었지만 푸제온이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약제’에 해당한다는 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의 결정에 따라 3월 14일까지 복지부산하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푸제온의 급여여부와 약가에 대한 결정이 예정되어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가 생명연장과 삶의 질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듯이 HIV감염인에게도 지속가능한 치료는 생명과 같은 것이다. 특히 HIV치료제는 2-3종이상의 약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으로 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그 중 한가지에서라도 내성이 발생할 경우 바이러스 억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에이즈치료제가 제때 공급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에 현재까지 공급되고 있는 에이즈치료제는 대부분 1990년대에 개발된 약들이고, 2000년 이후에 출시된 15종(유효성분이 모두 한국에서 공급되고 있는 복합제는 제외) 중 2종만이 공급되고 있다. 한국에서 HIV감염인이 발견된 지 21년이 넘었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성률에 대한 정확한 수치가 파악되고 있지 않으나, 유럽 HIV약제 내성 연구결과(2004)와 한국의 HIV감염인 중 치료를 받고 있는 감염인의 비율 등을 고려하여 건강보험공단에서 추정한 바에 의하면 3가지 기전의 약제에 모두 내성이 생긴 감염인은 약 310명에 이른다. 2007년말까지 생존해있는 HIV감염인수는 4,343명이나 UNAIDS에서는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HIV감염인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전의 에이즈치료제 공급은 시급하다.
한편 비싼 에이즈치료제 가격은 지속가능한 치료에 있어 중대한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코넬, 존스 홉킨스, 하버드, 보스턴 대학의 공동연구팀이 에이즈치료제의 가격과 효과를 분석하여 의학전문지 Medical Care 2006년 11월호에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2004년 기준으로 HIV감염인의 평균생존기간은 24년, 치료비용은 1인당 61만8900달러(원화 약 5억 7600만원)이었다. 치료제의 발달로 생존기간이 연장되었으나 비싼 치료비 때문에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에이즈관련 의료비 지출이 3배나 증가했고, 1인당 연간치료비용은 1998년 1만8300달러와 비교하면 37% 이상 증가했다. 이중 약값이 70%이상을 차지한다. 푸제온이 2003년도에 미국에 출시되었을 때 각 주정부는 푸제온 약가가 너무 비싸서 HIV감염인에 대한 지원의 어려움을 겪었고, 각 주정부마다 로슈와 협상을 벌여 푸제온 가격을 인하하였다. 또한 미 연방정부가 4개부서(Dep. of Veterans Affairs, Dep. of Depense, Public Health Service Coast Guard)에 공급하는 Big4보험의 푸제온 약가는 19,806원이다. 로슈가 한국의 에이즈환자들에게 A7조정평균가를 요구하는 것은 1달러미만으로 하루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아프리카의 환자들에게 2달러짜리 약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로슈가 요구하는 푸제온의 약가는 비용효과성이나 생산비를 고려하여 근거를 가지고 제시된 것이 아니라 특허로 인해 세상에서 푸제온을 유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로슈가 마음대로 정한 독점가격일 뿐이다. 로슈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왜 푸제온이 비싼지에 대해 ‘묻지마’로 일관해왔다. 미국에서도 비싸다고 주정부의 항의를 받은 가격을 한국의 환자들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상식밖의 일이다.
게다가 로슈가 요구한 가격은 지속가능한 에이즈치료를 불가능하게 한다. 한국에서는 2007년도에 에이즈치료를 위해 약 5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지원되었고, 감염인수 증가와 수명연장에 따라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한국에 공급되고 있는 에이즈치료제의 하루 평균 비용은 5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칼레트라정과 컴비비어정을 복용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의 경우 기회감염 등에 사용되는 치료비를 제외하더라도 환자1인당 연간 약제비는 11,204,640원이다. 이 비용도 절대 싼 가격이 아니다. 한국에서 약값으로 1년에 천만원이상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로슈가 요구하는 대로라면 푸제온 연간 약제비는 약 2200만원이고, 푸제온과 병용요법을 사용할 경우 연간 약제비는 3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현재 보험고시가인 25,000원에 공급한다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에이즈치료비용 자체가 급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보험고시가인 25000원도 지속가능한 치료를 불가능하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조차 푸제온 공급과 약가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후에 출시될 치료제에 대한 약가협상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에이즈치료제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전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더 이상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글리벡약가결정 당시 백혈병환자들이 노바티스가 요구한 A7조정평균가는 죽음을 부르는 가격이라며 약가인하와 글리벡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노바티스가 원하는 가격을 인정하였다. 이미 글리벡 사건에서 초국적제약회사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경험했고, 그 해결책을 백혈병환자들이 제시했지만 오히려 복지부는 특허를 강화시켜 독점을 더욱 보장하는 방향으로 한미FTA를 체결했다. 그리고 약제비적정화방안으로 약제비를 절감하고 정부의 약가협상력을 높여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한미FTA에 따른 폐해를 은폐했다. 한미FTA협상과정에서 초국적제약사들이 모든 신약의 가격을 A7가격으로 산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자찬하였지만 글리벡사건이후 초국적제약사들은 공공연하게 신약에 대해 A7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스프라이셀과 푸제온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푸제온 약가협상결과는 환자의 필요가 아닌 이윤을 기준으로 의약품의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복지부가 불러들인 필연적인 사건이다. 정부가 약가협상력을 가지고, 환자의 의약품접근권을 보장하려면 의약품의 연구개발과 생산에 대한 개입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푸제온에 대한 강제실시를 하여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필수의약품의 연구개발을 위한 공적펀드를 조성하거나 공공제약회사를 설립하여 무시되는 필수의약품을 생산하는 방법 등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삼아 약을 공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약가를 인상하려는 제약회사에게 패널티를 주는 방법도 마련되어야 한다.
2008년 2월 29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보공유연대 IPLeft,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름달님의 ['스프라이셀' 약가협상에 대한 백혈병환우회의 입장] 에 관련된 글.
스프라이셀, 글리벡의 오류를 반복하지 말라.
- 약제비적정화방안의 무력함이 스프라이셀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2007년 10월 심평원 약제전문평가위원회의 스프라이셀 보험적용 결정 이후 건강보험공단은 브리스톨마이어스큅 사(이하 BMS)와 약가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BMS는 스프라이셀의 가격을 글리벡 투약비용과 비교하여 주장하고 있는 1정당 69,135원을 고집하여 결국 2008년 1월 14일 약가 협상은 결렬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스프라이셀이 진료에 필수적인 약제라고 판단하여 3월 첫째 주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의 공급’ 자체가 아니라 실제 환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약값‘이라고 판단한다. 스프라이셀을 가장 간절히 원하고 있는 환자들조차 스프라이셀이 비싼 약값으로 빨리 등재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자들에게 '접근 가능한' 약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약가 협상이 충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약을 간절히 원하는 당사자인 환자들의 요구가 이러한데, 복지부는 이를 반영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현재 이러한 상황은 한미 FTA 협상에서 다국적 제약회사와 미국의 압력에 맞서 약제비적정화방안을 지켜냈다고 자랑했던 보건복지부 주장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미 알려졌다시피 BMS는 스프라이셀 가격을 또 다른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을 기준으로 산정하였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다시피 글리벡은 선진7개국 평균약가(A7 약가)를 기준으로 산정되어 월 300-600만원의 약값을 부담케 하는 대표적인 고가약제 중 하나이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을 도입하면서 정부는 선진7개국 평균약가라는 기준을 삭제했다고 자랑까지 했다. 그러나 이미 선진7개국 평균약가로 정해진 글리벡 약값이 인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복지부의 약제비적정화방안 ‘약가재평가’에서는 여전히 선진7개국 조정평균가를 기준으로 남겨두고 있어 다른 모든 약품들도 약가를 인하시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A7 조정평균가의 폐단 때문에 이를 삭제하였으면서도 약가재평가에 이 항목을 남겨둔 문제로 인해 국민들은 또 스프라이셀에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처음에 희귀의약품으로 지정을 받았던 글리벡은 이미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전문의약품으로 변경되었음에도 약가가 전혀 인하되지 않았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의 약가협상지침을 보면 사용량과 연동하여 약가를 협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 지침은 등재 후 1년간 사용량이 협상 시 제출한 예상사용량의 30%를 초과한 경우, 등재 후 2년 이상 경과한 약제에 대하여는 전년도 보험급여 청구량이 전전년도 보험급여 청구량의 60%를 초과한 경우에 한정하도록 되어있어 약물별로 사용량이 증가하는 시점과 그 비율이 천차만별인 현 상황에서는 가격-수량연동제도를 통해 약가를 인하시킬 수 없는 지침일 뿐이다.
더군다나 글리벡과 같이 약제비적정화방안 이전에 등재되었으나 사용량이 급증한 고가의약품의 약가를 인하시킬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상황이다. 즉 선진 7개국 약가를 근거로 약값을 높게 책정해주고, 이후에 약가를 인하시킬 방법도 의지도 없이 다국적제약회사에게 국민의 돈을 그대로 퍼주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약제비적정화방안이 결코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향상시키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임을 다시 한번 스프라이셀과 글리벡을 통해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리벡과 같이 약가를 높이 책정해주고 대신 제약사의 환자본인부담금 지원이라는 형태를 받아들이는 것은 건강보험재정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퍼주는 동시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시혜’를 가장한 고가 유지 정책·마케팅 술수에 놀아나는 것 뿐이다.
한국정부는 또 한번 다국적 제약사들의 마케팅 술수에 놀아날 것인가? 한국정부가 할 일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약가를 산정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는 현 시점에서 드러난 약제비적정화방안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를 약속 했다. 그러나 스프라이셀 약가결정과정에서 보이는 것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이기는 커녕 중증 환자에게는 고가의 약값을 떠 넘기고 다국적 제약사에게는 최대의 이익을 안기려는 모습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환자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 민간의료보험활성화를 논할 것이 아니라 당장 스프라이셀 약가를 대폭 인하하고 약제비적정화방을 개선하여 중증질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2008년 2월 29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보공유연대 IPLeft,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어제부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가 수도꼭지가 얼어서 안돌아갈 지경으로 얼었다(물끓여서 부어도 별~)
맨바닥에 등을 대고 얼마나 추웠을까 상상이상일 것이다.
나도 종종 학교다닐때 복도에서 신문지덮고 잔적이 있는데 그때는 4,5월이었는데도 한기가 올라와서
해뜨는걸 얼마나 기다렸던지...
인권활동가들이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국가기구를 지키기위해서가 아니라
인권운동과 인권을 지키기위해서 농성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진것이라곤 독립성뿐이란다. 그런것 같다. 그럼에도 국가인권위는 종종 현재법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권고를 할때도 있고,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농성을 한다, 토론회를 한다며 자주 들락거릴 수 있는것 같지만 막상 농성이라도 들어갈라치면 부담이 영 없는 곳도 아니다.
아직도 문턱이 높다. 게다가 그 문턱을 간신히 넘어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머라고 지껄이든 각종 국가기구들은 옆집 개가 짓는가 보다한다. 그러다보니 진정을 넣어도 큰 기대는 안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상한(?) 권고나 결정을 내리면 아~절벽이다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문턱은 넘 높거나 아예 문도 없는 곳이 많아서 혹은 그 문턱이라도 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앞으로는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2001년경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처음 들어가 보았다.
백혈병환자들이 무사히(?)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농성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고서...
백혈병환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농성장소로 선택했던 이유는
면역력이 낮기때문에 환자들이기 때문에 노숙농성은 죽음과도 같은것이어서
그리고 국가인권위이기 때문에...복지부와 초국적제약자본이 내팽개친 환자의 생명을 국가인권기구조차 내치면 갈곳이 없으니까..그런 배짱으로
그리고 국가인권위이기 때문에...국가기구인 복지부의 잘못을 항변하기위해
그때 국가인권위는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했고, 환자들이 배째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나중에는 동태를 보러온건지 환자들의 건강이 걱정되어서 그런건지 구분이 안되는 태도로 농성장을 둘러보고 갔다.
그리고
HIV감염인을 비롯한 법정전염병 환자들의 병력정보를 '안전한 혈액공급'을 명목으로 민간기구인 적십자사에게 넘겨주는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하게 되었다. 복지부는 국민이 HIV에 감염되면 어쩌냐고 당연한 처사에 대해 왜 찝적거리냐는 식으로 나왔다. '안전한 혈액공급'이 안되는 것과 HIV감염인의 병력정보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것을 국가인권위원회마저도 부정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에이즈예방법 역시도 마찬가지로.
그 후에도 종종 국가인권위에서 누가누가 농성을 한다더라는 얘기나 참세상 속보에는 눈길이 가더라.
꼭꼭 닫힌문이 너무 두꺼워서 혹은 세상이 너무 가혹해서
하지만 소리라도 지르지않으면 사는것만 못한 이들이 있을테고
농성이나 1인시위, 기자회견도 하기 힘든 이들이 있을테고
국가기구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이들이 있을테고
그곳을 거점으로 모여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너무 절실한 사람이 있을테고
............
국가인권위에서는 명박이의 발표를 듣고 어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권활동가들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한나라당사앞에서 분해하는 이유는
아직도 인권위 문턱을 넘나들 이유를 가진 이들이 넘 많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 직속기구화에 대한 쉬운 문답풀이]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된다고요???
Q:아니~!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되는 것이 무엇인가요?
A: 아! 단순히 말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소속이 지금의 ‘독립적인’ 위치에서 ‘행정부의 권력’아래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인권침해가 국가기관에 의해 발생해왔던 현실을 생각해보면 다른 인권기관을 감시․견제함으로써 국민의 인권보장 업무의 책임이 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은 포기해야겠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변화한다고 해도 운영의 독립성은 보장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 입니다. 대통령 직속 기구로서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야말로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할까요?
Q: 그러면 왜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적인 국가기구여야 하나요?
A : 일반 국민이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인권침해를 당했을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국가인권위원회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직속기구 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 직속기구로 변화된다면 의제설정은 물론 인사와 예산, 운영 등 모든 영역에 대통령의 입김이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대통령의 방침과 의중을 담은 정책 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형제 및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사생활 비밀 침해 방지를 위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개선 ▲양심적 병역 거부권 인정 및 대체 복무제도 도입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비정규직 법안 수정 권고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흡하나마 정부의 눈치를 보기보단 ‘인권’의 편에서 발언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적인 위! 상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Q: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A: 국제사회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18일자로 루이스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이경숙 인수위원장 앞으로 강력한 항의와 경고 서한을 보냈습니다. 국제사회를 무릅쓰고서라도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두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의 논의 끝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독립기관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3조는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 UN GA Resolution 48/134)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어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 사법,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은 국제적 기준 즉 이명박 당선자가 얘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파리원칙은 국가인권기구가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할 수 있으려면 “입법·사법?! ㅗ旋? 등 모든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해 설치되는 것이 필수적”이며 “지위·권한·업무 및 재정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적인 지위는 정부의 특정부문, 또는 공공 및 민간 기구로부터 간섭과 방해를 받지 않고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합니다. 파리원칙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법적 자치 및 운영상의 자치를 통한 독립성 △재정적 자치를 통한 독립성 △임명 및 해임 절차를 통한 독립성 △구성을 통한 독립성을 들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도대체 국가인권위를 대통령직속기구로 바꾸려는 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의 속마음은 무엇일까요?
A: 국가권력을 향해 쓴 소리를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서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에 자갈을 물리고, 손과 발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럴려면 국가인권위원회를 독립적인 위치보다 대통령 품 안에 두는 것이 편리하다는 계산입니다. 한나라당 부대변인의 브리핑 자료를 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편적인 인권 개념을 실천하는 역할보다 좌파정권에 발맞춰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그동안 눈에 가시였던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두어 권력의 숨으로 길들이고, 차기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권기구로 위상과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지요.
Q: 대통령직속기구가 된다면 지금까지의 국가인권위의 활동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건가요?
A: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이 된다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인사, 예산, 법령, 기타 내부 운영에 대한 모든 부분까지 행정부의 간섭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인권침해를 감시해야할 국가인권위가 감시대상자 중 하나인 행정부에 종속된다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은 상식입니다. 국가인권위법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입법부 및 사법부, 헌법재판소에게 의견을 내거나 권고하는 역할도 위축될 것입니다.
Q: 아 네. 그렇다면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직속기구화 반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A: 우선 한나라당은 정부 조직 개편안을 1월 28일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합니다. 전국인권사회시민단체들은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막기 위해 인수위 앞 기자회견, 농성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UCC와 만화, 블로그 등을 통해 쉽게 재미있는 방식으로 시민들과 만나려고 합니다. 소중한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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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듣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그대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그는 기회가 많지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두가지 마음(건강, 활동)이 견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 조급증은 없었다.
그동안 할 수 있는 만큼 잘해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말 그랬나? 나도 그랬나?)
그는 세상이 그에게 가한 폭력과 차별을 얘기하고 싶었었고
지금도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어떤식으로 얘기해야 할까?)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만나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했다.
이들을 일대일로 만나서 설득하고 희망을 말하는 것을 계속 해야할테지만
그가 만날 수 없는 곳에 있는 이들에게도 말을 걸기위해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의견을 회의때 좀 더 강하게 제기하라고 말했다. 그건 사업아이템수준이 아니기때문. 그리고 이 역할을 그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되기때문)
그는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이 부담이라고 했다.
(무엇이 '절박'한지를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당사자로서, 대표로서 부담이 많은 것이 사실일거다.
하지만 그에게 결정을 내맡기거나 답을 내려달라고 했다면 그는 지금까지 여기에 있지못했을거라고 했다.
그것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에게 좀 더 솔직하기를, 좀 더 꿈꾸기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전설'이 되지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갔던, 힘든 일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더라....그의 목소리와 마음이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 나에게 공명을 이루기를.... 감동스토리로 남지않기를....
또하나는 실은 나를 위한 당부였다. 분명 그런일이 벌어질텐데, 예를 들어 그가 올해 멕시코를 가고 싶다고 말한다면 내가 따지고 들더라도-비행기값이 얼마며,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세번째인데 무슨 흐름을 만들려는 거며-가능여부를 떠나서 눈치보지말고 그대의 의견을 얘기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내말이 끝나자마자 단방에 '반기문이 올거니까'라고 했다.
이제 토론을 해야한다.
겁쟁이. 술마신김에 또 주절거리고 있는겐가
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여전히도 겁이 나서 갈팡질팡하는 마음과 꿈을 꾸고 싶다는 마음이 범벅이 되서 그렇다.
그가 자기때문에 힘들어서 내가 그런줄 알았다고 말했을때....
아아아 난 너므 솔직하지 못하고, 있는척을 해대며 요모양요꼴일까 생각했다.
이제는 너와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어.
너도 눈치챘겠지만 너의 건강이 많이 회복이 되었을때 날듯이 뛸듯이 기뻐하는 너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뒤로 주춤했던거 사실이야. 날듯이 뛸듯이 너는 나에게, 우리에게 무엇무엇을 하자고 할텐데 내가 자신이 없어서 그랬어. 오늘 내가 너를 만나러 간건 네가 내손을 잡아주길 바랬기때문이야. 너와 그에게서 벗어나고자했던것은 자만과 실천없는 잡생각으로 가득차서 그랬던것같아.
각자 살아가는 이유들이 있다는 것을 존중하는 것. 올해 나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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