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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

여사님의 [입양에 관한 고민...] 에 관련된 글.

 

 

그녀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부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가났다.

하루하루 사는 게 싫었다. 세상을 증오했다.

어떻게 언청이로 태어났단 말인가.

 

학교에 들어가자 친구들이 그녀를 놀렸다.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무척 싫어하고 혐오한다는 것을

그녀는 분명히 깨달았다.

입술은 모기싫게 일그러졌고, 코는 구부러졌으며, 이는 비뚤비뚤하게 났다.

또 말까지 더듬는 여자아이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부모조차 낯선 손님이 방문하면 그녀에게 "방에 들어가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이들은 참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넌 입이 왜 그러니?"

그녀는 어렸을 때 넘어져셔, 땅에 있는 유리조가겡 입술을 찔려 다쳤기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태어날 때부터 언청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견디기 쉬웠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확신하게 됐다.

가족외에는 아무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며,

좋아해줄 사람조차 없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2학년이 되자 그녀는 류선생님 반이 되었다.

류선생님은 아름답고, 따뜻하고,상냥한 선생님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했다.

하지만 그녀보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아이는 없었다.

그녀와 류선생님 사이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학년 아이들이 해마다 '귓속말 시험'이라는 것을 치렀다.

차례대로 앞으로 걸어나가 오른쪽 귀를 막으면, 왼쪽 귀에 선생님이 한마디씩

속삭이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방금 들은 것을 큰소리로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는 선천적으로 왼쪽 귀가 멀어서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굳이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이 더 놀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귓속말 시험'을 잘 치를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가장 마지막 차례였다.

아이들은 모두 '귓속말 시험'을 잘 마쳐서 기분이 들떠 있었다.

그녀는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다.

앞서 시험을 끝낸 아이들은 "하늘은 파란색이다"하거나

"너는 새 신발이 있니?" 같은 문장을 말했다.

 

그녀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왼쪽 귀를 류선생님께 향하고 오른손으로 귀를 꽉 막는 척했다.

그런 다음, 막았던 손을 살짝 들었다.

이렇게 하면 선생님의 말씀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

그녀는 숨을 죽인채 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렸다.

 

잠시 후, 선생님은 그녀의 귀에 입술을 바싹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따스한 햇살처럼 그녀의 마음을 비춰 주었다.

그 말은 그 동안 상처 받았던 어린 영혼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리고, 인생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송두리째 변화 시켰다.

그때, 그녀의 또다른 인생이 시작된 것이었다.

선생님의 나지막한 속삭임을 들은 그녀는 너무 놀라 꼼짝도 못하고

그만 얼어 붙어 버렸다.

그녀는 한참을 나무 인형처럼 서 있었다.

선생님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 말은 바로 이 한마디였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는 점점 커져 그녀의 가슴 속을 가득 채웠다.

 

" 네가 내 딸이었으면 좋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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