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09/01/21 00:20

가난하지만 꿈 꾸고 싶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를 부정하고 사회주의 사회로 옮아가고자 했던 까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른바 '사회주의적인 인간'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닌가요? 사회를 바꾸어내는 것은 마지막 목표가 아닙니다. 스스로 자기를 바꾸어 내는 것이 마지막 목표지요.

 

 - 윤구병 '가난하지만 행복하게'중에서

 

혁명은 인간이 이뤄낸다. 인간 자신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서 감히 세계를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가. 도무지 헛점투성이이며 모순덩어리이다. 대다수의 인간들은 자기 입으로 내뱉은 말들을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하며 기억한들 행동으로 일치시키지 못한다. 바로 나처럼 전혀 비범치 못한 인간들은 말이다.' 자기 합리화'라는 편리한 도구를 대충 상황에 맞게 둘러대지만 가끔은 진실을 외면하지 못해 '자학'이라는 채찍을 휘두르기도 해보는 것이다. 당연히 늘 같은 자리에서 언제나 고만고만한 자신을 발견할 때, 정말 답답해진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개선시켜 나갈때, 그 변화속에서 위대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소위 운동의 본질이며 활동가의 진면목이 아닐까. 이 대목에서 왠지 서글퍼지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순전히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사게 됐다. 변산공동체 하면 떠오르는 것들 - 하층 노동자가 범접하기 어려운 값비싼 유기농 농산물, 자본주의를 역행하듯 자급자족하는 자기들만의 공동체  - 나름 편견들을 제낄만큼 매력적인 제목이었다. 몇년 전 이혼할 때 경제적 빈곤을 걱정하는 지인들에게 '빈곤속의 자유'를 선택했다며 농담처럼 떠들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그것은 또한 지금 어린 아들과 내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난은 내 어린 아들에게 너무 빨리 메마른 현실을 인식하게 했고 철모르는 애들이 흔히 말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씨알도 안먹히는 비현실적인 꿈은 아예 꾸지도 않게 한다. 가난하지만 꿈 꿀 수 있게, 나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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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1 00:20 2009/01/2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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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시간 2009/01/16 02:30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

인간은 자유를 원할 때에만 자유로워진다. 다른 사람은 우리가 자신을 해치고 상처낼 때에만 우리에게 상처 입힐 수 있다. 불행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 때문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 믿음, 선입견.... 즉 표상이다.

                                  

                                                                                                                                                    - 에픽테토스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야. 헤어짐을 예의 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될 그런 사람. 설사 둘이 어찌어찌한 일에 연루되어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하든, 서로에게 권태로워져 이별을 하든, 마음이 바뀌어져 이별을 하든, 그럴 때 정말 잘 헤어져 줄 사람인지 말이야.

 

                                                          - 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중에서

 

 

삶은 놀라운 것이다. 극복 못 할 상처는 없다. 오래오래 시간이 걸리더라도, 칼로 가슴을 도려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울지라도 결국 차츰 잊혀지고 무뎌져간다.  견디기만 한다면 말이다.. 삶의 몇 고비를 넘기면서 마침내 나도 깨닫긴 했다. 평지란 없다는 것을. 한 고비 넘으며 그만한 높이의 고비가 또 기다리고 있는 것을. 단지 나이가 들면서 이제 조금 익숙해질 뿐인 것을.

 

나는 베스트 셀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중의 기호나 출판업계의 계산에 놀아나는 듯해 의도적으로 피하기도 하지만 주변의 권유보다는 순전히 그때그때 읽고 싶은 주제의 책들만 골라 읽는 편향된 독서습관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뭔놈의 위로책들이 많이 나오는지 뭔짓해도 다 괜찮다는 식의 제목만 봐도 '요즘 사람들 참 힘든가보다' 괜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 책 역시 그런 분위기에 편승한 베스트셀러라는 짐작때문에 친구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몇번 읽기를 망설였고 예상대로 그 짐작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패기만만한 여성 작가 얼굴 뒤에 숨은 상처와 고민이 성장해가는 딸에 대한 편지글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고 과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이 갈만한 내용이었다. 내 시선은 첫번째 글에 집중됐는데 글의 제목은 파격적이게도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이다. 구질구질하게 헤어져 보지 않고서 어찌 이런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삶이 그렇듯 사랑도 간결하지 않다. 이별의 과정과 후에 남겨지는 것들, 과연 예의바른 이별이란 가능한 것인가. 나 역시 단언한다.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사랑을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단지 약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 비참하게 차여본 자로서 나는 정말 주장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찌 인간을 알 수 있을까. 나 역시 자만했었다. 삼류영화 대사처럼 난 정말 그가 내게 그럴 줄 몰랐는 걸. 지금까지 그는 내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인 걸.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독한 사람은 싫다고 당신은 너무 따뜻하다고 얘기한 적 있다. 하지만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더 독하고 무섭게 그는 나를 떠났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 원래 그는 그런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나 때문일까? 나는 아직도 알 수 없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나를 피한다. 귀찮아서 아님 무서워서? 나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 .

 

하여튼 나 역시 연애는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와 하고 싶다. 이별의 과정에서 예의바른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둘 다 분명히 행복해할 것이다. 비록 지나간 사랑이지만  긍지를 느끼리라. 만남이 있으면 언제나 헤어짐이 있는 법, 나도 그런 사람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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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02:30 2009/01/16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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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시간 2008/10/03 15:38

복수

 

                  최대의 복수는 적 없이도 행복해져서 적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누구나 처음부터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  박주영 [백수생활백서]중에서

 

 죽고 싶었지만, 죽지는 않았다.  누가 뭐라든 내게 절망뿐이었던 그 때, 몸을 던지는 것은 아주 쉬워 보였다. 그 시기를 견딘 후의 햇볕은 예전과는 의미가 달랐다. 몸과 마음까지 따뜻하고 훈훈해졌다.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힘으로써 직성이 풀리던 그 시절, 그러나 견뎌냈으므로 삶의 전환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구조적 모순 투성이 세계속에서 내가 불행해질 이유 역시 구조적으로 참 많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단순하게 행복해질 이유 또한 몇가지쯤 충분하다. 그것만으로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다.  삶이란, 내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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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3 15:38 2008/10/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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