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1101

2011/01/08 01:21 기사와 글

 

 

수니 마코소브 

 <The Chronicles of International woman> 10. 29~11.12

<32 Hours> 11.30~12.10. 2010  @ 문래동 vector space

 

여기에 스스로를 ‘인터네셔널 우먼’이라고 칭하는 이가 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국제 여성. ‘국제’라면‘UN과 같은 공적인 느낌’을 풍기는데, ‘여성’에 붙는 수식어로서는 다소 생경하다. 스스로 ‘국제 여성’임을 내세우는 작가 수니마코소브의 삶의 배경을 살펴보면,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인도에서 보내고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한 뒤 러시아 남자와 결혼하고 현재 홍콩과 서울에서 살고 있다. 명칭에 대한 자격은 충분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인터네셔널’한 ‘우먼’으로서의 정체성은 곧 노마드와 젠더 이슈를 건드리는 작업으로 연결되는데, 그 방식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뒤섞기, 특정한 배경을 점한 아티스트로서의 자기 개인사를 그대로 이용하기, 혹은 스스로 상정한 정체성의 인물을 시연하기 등이다.
이전 작업인 <뉴스 프롬 어 파>는 국제여성이 전하는 공적인 포멧의 뉴스 영상에 세계 각지에서 자신이 사적으로 채집한 영상들을 편집해 넣은 뉴스다. 그런데 긴장감을 조성하는 뉴스 시작음과 함께 홍콩에서 젊은 여성 가사도우미들이 거리에 나와 발랄한 춤공연으로 시위 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자막으로는 “저렇게 매력적인 가정부가 우리집에 입주해 우리 남편과 단둘이 남는다고 생각하면 참 걱정이 되는걸” 식의 말도 안되는 사담을 지껄이는 식이다. 세계 각지의 뉴스라는 공적인 형식과 여성 젠더의 사적인 이슈를 극렬히 뒤섞는 데서 오는 아이러니함. 국제여성의 ‘국제’와 ‘여성’ 양쪽 모두의 희화화. 그의 작품에서 웃음은 주로 이런 코드로 발생한다.
세계 각지에 만물이 관심사이며 좁아진 지구촌의 세계화된 환경을 삶에서 체감하는 인터네셔널 우먼의 고민은 ‘내 집이 어디인가’다. 그녀는 “계속되는 홈 찾기... 내 노트북이 있는 곳이 나의 홈인가?”라고 자문하는데, ‘인터네셔널 우먼의 연대기’로 풀이되는 제목의 개인전을 통해 유년기로 돌아간다. ‘국제 여성의 시초’를 설명하고 있는 이 전시에는,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19세까지의 청소년기를 보낸 인도에서의 사적인 에피소드를 벽에 연대기와 도표(혹은 낙서)로 그려 넣었고, 작은 모니터와 오디오박스에는 그 시절 그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던 영화의 장면과 음악, 그에 대한 내밀한 사연과 고백이 배치되었다. 도표위에 깨알같이 자리한 문화적 충격, 언어의 문제, 그 속에서의 갖은 ‘첫 경험’들과 함께, 디스코댄스 속 발리우드 특유의 이글대는 눈빛의 남자, 미국적인 것에 대한 환상을 품게 했던 존 트라블타의 키스신, 교회에 함께 다니던 ‘성숙한’ 소녀에 대한 사연이 담긴 클리프 리차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녀가 이 전시에 부록처럼 덧붙인 퍼포먼스 <32hours>는 번역의 정치학을 다루는 도길 평론가 보리스 그로이스의 아티클을 벡터스페이스의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번역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행동으로서 ‘번역’의 문제를 전시장 안에 끌어들인다.
이산과 문화적 차이가 심각하고 정치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언어나 문화가 ‘내안에 무엇이 담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저 멀리’의 공적인 느낌보다는 가깝고 사적이며 친근한 문제다. 그의 자전적 스토리와 수다 등을 통해 이 ‘국제 여성 자체’를 소개받음으로써, 오늘날의 세계화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우리 앞에 드러난다. 이렇게나 세계화된 시대. 오늘날의 노마드와 문화적 혼성, 번역의 문제란, 이다지도 심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니의 작업을 통해 보여지고 있다.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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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8 01:21 2011/01/0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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