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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아티스트 인사이드_이순주

2010/08/17 16:53 기사와 글

 

 

이순주_인간 내면을 비추는 섬뜩한 유머

 

30cm안팍의 작은 드로잉, 회화부터 사루비아다방 콘크리트 벽 곳곳에 남겼던 벽화, 미술관 안에서 버려지는 재료들을 재활용해 만든 설치까지. 이순주의 작업을 한데 모아놓고 보면 얼핏 봐서는 한 작가의 작품인지 모를 시각적 간극이 눈에 띈다. 반면 그의 작업에 대한 태도나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확하다. 그는 작품이 작가의 자아인 양 거창한 물질을 사용하지도, 일관된 시각적 맥락을 구축해 나가지도 않는다. 작업을 하는 자신에게, 또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바라다볼 뿐이다. 인간 내면의 고뇌를 바라다 보고, 그것을 만든 관계와 권력과 사회현상을 바라다 본다. 그렇게 얇은 종이 위에 그려진 인물이라고 할 수도, 동물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묘한 형상들은 벽 판넬 돌 콘크리트, 섬유나 버려진 것들로 만든 입체 오브제 등으로 옮겨가며 우리 눈앞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상한 인연> 종이에 연필과 수채 35x35cm 2008

 

 웃기거나 섬뜩한 내면의 형상
외계인 같은 생명체와 오버랩 된 여자, 명품 상표 속 동물 이미지로 변형되어 가고 있는 사람, 성별을 알 수 없는 인삼 비너스... 이순주의 작품 속에서는 사람 동물 식물 사물이 경계가 없이 섞이며, 또 그것이 투명하게 겹쳐지고 사라지면서 우리가 아는 익숙한 것들의 형상이 무너지고 변형된다. 극적이거나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깔끔하게 그려낸 그의 그림은 간결하고 웃기지만 그 안에 약간의 섬뜩함이 숨어있다.
  “정말 웃기는 재미 있는 그림인데 사람이 딱 사람만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사람이 겉으로는 이런 형상을 갖고 있지만, 약간은 고양이고, 약간은 악마고, 아님 지렁이일수도 있는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상징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내면세계에는 괴물도 살고 있잖아요.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지금 그 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어요. 내면을 들여다보고 포착하는 과정으로서 작업하다 보면 그것들이 겹치듯이 섞여 나오기도 하고 슥 사라지거나 슬며시 나타나기도 하는 거죠.”
  이순주의 말대로 우리가 상징적으로 사물이나 동물, 괴물로 변하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때일까. 2008년 쓴 작가의 글에는, '부녀회와 팜므파탈'이라는 한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여자는 결혼중개회사 '뒤요'의 주선으로 키스하면 빨리 변신할것 같은 개구리와 결혼해 살게 된다. 매일 밤 키스 실력을 뽐내보지만 개구리는 변신하지 않고, 입술이 점차 납작하게 눌려 평평해지면서 매일 보는 남편 개구리의 모습을 닮아간다. 결국 개구리가 된 여자는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입주한 아파트 '우물안' 단지를 사로잡는 아파트 부녀회가 되어 동네 여자들과 수다를 떤다는 설화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매일 보는 모습을 닮아가고, 욕망하는 대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욕망과 그 사회적 맥락들을 신랄하게 짚는 비유이지만 현상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유머가 녹아 있다.
  그의 그림 속 명품 마크로 몸을 도배한 채 태어난 아기들이나 사람의 살갗 밑에 군복 무늬를 내보인 채 호랑이 얼굴을 한 동물, 손가락이 총구멍으로 변해있는 남자, 어깨에 Peace와 Love 문신을 세긴 채 피노키오처럼 코가 자라나고 있는 사람 등은 웃기면서도 겉으로는 완결된 사람의 형상 속에 감추고 있는 욕망의 모습이나 뒤틀리고 아픈 내면과 무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인간을 증오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생기는 많은 일들을 관찰하면서, 참 웃기고 슬프고 무섭기도 한 감정들이 섞여 있는 순간을 봐요. 저한테 되게 중요한 게 농담이에요. 내가 오늘부터 이 심각한 세상을 어떻게 고쳐보자고 해서 세상을 바꿀 수가 없고, 우리가 조금씩 바뀌어야 되잖아요. 구스타프 융이 사람들이 저마다 조금만 '내면 공부'를 하면 인류는 망하지 않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말에 많이 공감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2004 사루비아다방 <흠>전 전시 전경

 

버려진 것들이 다시 돌아와 말을 건다면
이순주는 2004년 한 달간 사루비아다방과 ‘동거’하며 어둡고 습한 지하 콘크리트 전시장 벽 위에 얼굴 동물 사람 등 특유의 형상들을 그려 넣었다. 벽의 갈라진 틈과 흠집의 모양에서 시작되어 ‘자라나듯 그려진’ 형상들이다. 원래 그 공간에 살던 영혼들이 어둠 속에서 얼핏 모습을 드러낸 듯, 무의식에서 불러낸 듯한 형상들은 기존 사루비아다방 공간의 분위기 속에 완벽히 녹아든 작업이었다. “공간에 대한 느낌만 가진 채 계획도 없이 들어갔어요. 처음 일주일은 그냥 아무생각도 나지 않고, 거기서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가만히 앉아있는데 그 안에 있는 형상들이 조금씩 보이는 거에요. 어떤 애가 슥 하고 지나가는 것처럼요.”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한 달간의 벽화 작업은 전시가 끝난 후 한시간만에 물걸레로 깨끗이 지워졌다. “사람들은 어떻게 아깝게 그걸 지우냐고도 했는데, 빨리 지워지고 원상태로 돌아가니까 기분이 좋은 거예요. 저도 처음엔 기념으로 하나 떼어갈까 별생각을 다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까 시발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거기에 보이지 않게 있던 애들이 잠시 살아났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언저리로 다시 돌아가는 거고 저는 잠깐 보이게 해줬던 거죠.”
  회화와 드로잉 작품들에서도 수채와 연필, 안료 등 물질성이 가벼운 재료를 사용해 가볍고 간결한 그림을 그리는 이순주는 미술 작품이 거창한 물질성을 가지고 남겨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어느 날 길에서 어떤 작가가 이사를 가는지 캔버스를 가득 실은 트럭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머리에 총을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것이 인생의 짐이구나 생각했죠. 작가가 창작을 하는 데는 ‘만들다’의 의미가 크잖아요. 계속 만들어내면서 물질성이 커지는 데 그런 것은 피하고 싶어요. 오히려 있는 것들을 처치하거나 재분배하거나 재활용 하거나 하는 식으로 작업하고 싶죠.”
  사루비아다방에서 그 공간의 컨셉에 맞게 즉흥적으로 작업했듯, 그는 정해진 형식 없이 공간과 여건이 주어지는 대로 그에 맞는 다양한 형식과 매체의 작업을 해 오는 가운데 ‘버려진 것들’에 주목한다. 2005년 <청계천을 거닐다>전에서는 청계천 철거 당시 잔재물 쓰레기더미에서 주워온 시멘트 구조물과 잡동사니들을 미술관 안에 들여왔다. 그 위에 삶의 흔적들을 암시하는 그림들을 그려 전시했다가 전시가 끝난 후 다시 폐기했다. 버려진 것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는 주술적인 의미를 가진 작업이었다.
  2008년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언니가 돌아왔다>전에서는 미술관에서 소모품으로 쓰이고 폐기되는 물질들을 재활용해 설치작업을 진행했다. 강익중의 전시가 끝난 후 버려지는 판넬들을 가져와 3m가량의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이순주 특유의 작은 그림, 인형, 오브제들을 배치했다. “오른쪽 벽에 판넬 구조물에서 떨어져 나온 드로잉이 걸려있는데, 작품의 진짜 메시지는 큰 구조물이 아니라 이런 구석에 숨어있어요. 한쪽에 작게 ‘사랑한다’는 글씨가 반복해서 쓰여 있는데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코가 자라는 여자 피노키오에요. 사랑이란 단어에 대한 의심? 우리가 살면서 제일 많이 마주하는 문제가 결국은 사랑인 것 같아요.”
  이순주는 오는 9월부터 한 달간 성북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입주해 작업을 진행한 후 10월 초 전시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번에도 ‘계획 없이 들어가 그 공간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면서’ 작품을 만들 예정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는 인터렉티브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키워드는 ‘버려진 것들이 다시 돌아와 당신에게 말을 건다면’.
  또 다른 물질로 재탄생되는 폐기물이 아니다. 버려진 것을 다시 가져와 애도하는 것은 마음속을 돌보는 것과 같지 않은가. 어떻게 물질을 벗어나 마음을 들여다 볼 것인지, 이순주가 소통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김수영 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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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6:53 2010/08/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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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hoice 1008

2010/08/07 18:30 기사와 글

봉봉님이 스캔해서 강좌 게시판에 올려주셨다.

뭐 오그라든다던가 그래도.. 어쨋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된다.

쿨하긴 개뿔 그런게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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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7 18:30 2010/08/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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