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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오늘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제 생일을 기억하시고

전화를 해주십니다.

 

그런데 언제나 제가 잊어먹고 사는

음력 생일날 전화를 하십니다.

 

"네?"

 

서울 올라오고 16년 동안

거의 매년 한번씩 이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으로 양력 생일을

그것도 전날 전화하셔서 축하해주셨습니다.

 

"통장에 20만원 넣는다"

 

느닷없이 돈이 생기면 기분이 좋습니다.

주선생님이랑 반땅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저 개인을 위해서 이 돈을 쓸 생각이고

주선생님은 미루와 절 위해서 이 돈을 쓸 생각인 것 같습니다.

 

주선생님은 어제 밤부터

압력솥에 뭘 한참 끓여댔습니다.

 

"현숙아, 이거 뭐 끓이는거야?"

"미역국"

 

왜 미역국을 이렇게 푹푹 끓이나 싶었지만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고도 싶었지만

그냥 잤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 생일 미역국이었답니다.

쇠고기를 압력솥에 푹푹 삶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데,

주선생님이 쇠고기 미역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어머니와 주선생님 말고

제 생일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생일축하 메일이 잔뜩 와 있고

문자도 와 있습니다.

 

전부 인터넷 업체에서 온 축하메일입니다.

이 분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제 생일을 축하해주십니다.

 

그 밖에도 인터넷 업체가 아니시면서도

생일 축하한다고 연락 온 개인이 계셨습니다.

참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미루야, 가만 가만 일단 불을 붙이고~"

 

놀이집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생일 잔치 때마다

촛불 끄는 장면을 본 미루는

평소에 생일축하 촛불 그림을 보면 막 불어댑니다.

 

그런데 오늘은 미루가 마음이 급합니다.

 

"미루야~너 놀이집에서 맨날 촛불 한 개나 두 개 보다가

10개나 보니까 좋냐? 한 번에 끄기 힘들 걸?"

 

큰 것 세 개, 작은 것 네 개,

작은 것이 없어서 큰 걸 푹 눌러 작게 보이게 만든 것 세 개

이렇게 열 개로 '37'을 만들고 불을 붙였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

 

옆에서 주선생님이 노래를 불러주고

미루는 박수를 같이 칩니다.

 

참고 기다리던 미루

드디어 촛불을 껐습니다.

 

애 얼굴이 벌개집니다.

10개를 다 껐습니다.

 

미루는 얼굴에 크림을 묻혀 가며

케익을 손가락으로 비비적 거렸고

 

저와 주선생님은

케잌 한 조각씩을 먹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이 생일축하를 해주니까

기분이 상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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