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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전야제

내일은 미루의 첫 생일입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오늘 미루 생일 전야를 맞아

방바닥에 누워서 생일축하 특별 토크쇼를 진행했습니다.

 

강: 벌써 일년이다.

주: 그러게

 

강: 그때 현숙이 니가 10신가 11신가에 운동갔었는데...

주: 9시에 갔을 걸? 그때 상구가 피곤하다고해서 나 혼자 갔다 왔지

 

강: 그리고 일찍 잤지?

주: 응...그러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깼는데, 자꾸 뭐가 나와서...

 

강: 그래서, 어차피 내일 아침에 병원 갈 거니까 ...

주: 일단 자자고 했었는데, 계속 피가 나오다가 양수가 터졌지. 애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강: 우리가 확신을 하고 나서 외친 말이 있지. '등심 구워!!'

주: 히히, 맞아. 근데 그땐 등심 다 먹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배가 빨리 아플까 생각했다니까.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강: 등심 한 입 물고, 으윽 아파하고 또 한 입 물고 그랬잖아.

주: 그랬지. 흐흐

 

강: 근데 난 그때 지금 병원으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느낌이 확 오더라구.

주: 그랬어? 난 왜 벌써 옷 입으라고 하나. 아픈 거 좀 가시면 옷 입어도 되는데 빨리 옷 입으라고 해서 좀 귀찮았었는데...

강: 그때 옷 안 입었으면 큰 일 날뻔 했었어.

주: 맞아. 그때 안 나갔으면 미루 집에서 낳을 뻔 했다니까.

 

주: 엘리베이터 탔는데 그 땐 정말 누가 온 몸을 뒤트는 것 같더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는거야.

강; 내가 옆에서 보니까 니가 이 어떤 압도적인 힘에 밀려서 나오는 신음소리를 내더라고.

주: 엘리베이터에서 그랬고, 또 아파트 바로 앞에서도 그랬지.

 

강: 아파트 앞에서 너 쓰러져 있고 내가 단지 앞으로 뛰어갔을때 차 한대가 들어왔었거든. 근데 그걸 잡을까 하다가 뒤에 오는 택시를 잡았었는데, 그러고 아파트 앞으로 오다 보니까 아까 내가 안 잡았던 차가 니가 쓰러져 있는 곳을 지나는 거야. 무슨 일 났을까봐 정말 죽고 싶더라.

주: 내가 아무리 그래도 의식은 있었지. 차가 오길래 피했지.

 

강: 택시 타고 갈 때에도 그런 식으로 신음을 두번인가 했지.

주: 맞어

강: 그 사이엔 이런 얘기도 했잖아. "상구 정신 차려"

주: 우히히. 그래 그래. 니가 지갑에 돈을 못 꺼내가지고 내가 그랬지.

 

주: 그리고 병원 앞에 가서도 아저씨 한테 병원 입구가 여기니까 세워달라고 막 그랬지.

강: 맞어, 산모가 자기 일만 할 것이지.

주: 근데 그 택시 아저씨가 또 마침 그 병원 구조를 잘 알아서 병원 뒤로 가서 2층 입구 앞에 딱 차를 대줘서 진짜 다행이었어. 그 밤에 정문 닫혀 있는데 내렸으면 어쩔뻔 했어.

강: 맞어. 문은 잠겨 있지. 나는 들어가는 문 찾을려고 막 이리뛰고 저리뛰고 했을거야.

주: 그 사이에 애 낳았을거야.

강: 맞어 맞어. 병원 도착하고 20분만에 낳았으니까 딱 헤맬시간이지. 애 들고 병원 들어갈 뻔 했다니까.

주: 그래 맞어. 히히.

 

강: 아휴...그때만 해도 이 배 속에 있던 애가 지금은 방에서 자고 있네

주: 지금도 생각난다. 미루가 처음 나와서 눈을 하나만 겨우 뜨고 나한테 안길 때...

강: 그러게. 미루가 막 나왔는데 간호사가 미루를 꺼꾸로 들어가지고 저울에 올려놓던 생각난다. 그 때 나도 모르게 손가락 발가락 다섯개씩 인가 세어 봤다니까.

주: 미루 나오는 거 봤어? 나올때 느낌이 어땠어?

강: 그냥 무덤덤했는데...이런 생각은 들었지. "아...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구나" 하는 느낌

주: 나는 미루 처음 안고 젖을 물렸는데 미루가 젖을 세번 정도 빨았었던 기억이 나.

강: 나도 기억나.

 

주: 휴...하여튼 그때 죽을 뻔 했어. 출혈이 심해서

강: 그러게 말야. 나는 미루 나오고 나서 분만실 밖에서 기다리는 데 니가 하도 안 나와서 걱정했다니까

주: 미루가 나오자 마자 확 춥더라고. 피도 많이 흘리고. 의사도 출혈이 계속되니까 찾느라고 한참 고생하고...하여튼 미루 낳고 나서 많이 힘들었어.

 

강: 그랬는데 벌써 1년이 지나버렸네....근데 방바닥이 왜 이렇게 뜨겁냐?

주: 5월에도 한번씩 불을 틀어주나봐. 오늘 비오니까 이런 날은 한번씩 틀어줘야 돼.

 

딱 1년이 흘렀습니다.

1년 전 오늘 이 시간 주선생님은 운동을 하러 나갔고

저는 쉬고 있었습니다.

 

몇 시간 후 우리는 미루를 낳았습니다.

 

내일 미루 생일에는

기념으로 미역국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미역국을 해서 미루는 안 먹을거니까

주선생님이랑 저랑 둘이 먹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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