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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사람이 아프면 누가 밥하나

며칠간 무리했는지

어제 저녁부터 몸이 안 좋더니

오늘 아침에 완전히 뻗어버렸습니다.

 

아침을 해야 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

 

"혹시 몸살 감기 아냐?"

"모르겠어...그냥 머리가 아파 죽겠다..."

"체온 한 번 재보자.."

 

주선생님이

침대에 쓰러져 있는 제 귀에

미루한테만 쓰던 체온계를 푹 집어넣었습니다.

 

"이거 봐...지금 체온이 39도야..."

 

어쩐지 두통도 아주 심하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 처럼 욱신거렸었는데

몸살이 난 거였습니다.

 

"상구~쉰다면서...왜 자꾸 일 해..."

 

어제 밤에 몸이 안 좋다고

좀 쉬겠다고 해 놓고는

주선생님이 밥 차리는 동안

괜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미안해서

거실을 치우다가 구박을 받았었습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어질러져 있는 것들을 보면

치워버려야지 하면서 손이 먼저 갑니다.

 

주선생님 말대로 그냥 쉴 걸

괜히 착한 척 하다가 제대로 아파버렸습니다.

 

도저히 아침밥 할 힘이 없습니다.

 

"일단 이거 해열제라도 좀 먹고 쉬어..."

 

약을 먹고 누워 있는데

온갖 생각이 다 듭니다.

 

내가 이렇게 아파 버리면

주선생님이 밥 해야 하는데

 

주선생님은 아침 일찍부터

위랑 장이 안 좋아서 힘들어했기 땜에

밥을 차릴 상황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다 아파 버리니 굶어야 할 판입니다.

아플 때는 밥이라도 잘 먹어야 하는데

심난합니다.

 

결국, 우리는 오늘

하루 종일 풀뿌리로 연명하다가

오후 늦게 밖에 나가서 뭘 좀 사먹고

기운을 차렸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저는 다시 아무렇게나 누워서 쉬고

주선생님은 미루를 봅니다.

 

"어이구, 우리 상구 아파서 어쩌냐...내다 버릴 수도 없고..."

"나 버리면 누가 밥해..."

 

예전에는 아프면 그냥 쉬면 됐고

특별히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었는데

 

이젠 아파서 누우면

밥을 어떻게 해야 할 지가

제일 큰 걱정입니다.

 

다른 집에서는

밥 하는 사람이 아프면 누가 밥하는지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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