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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상구~미루 좀 봐봐.."

 

주선생님이 재운다면서 미루를 데리고 들어가 놓고

한참 있다 저를 부릅니다.

 

"우바바바..우웨웨웨..버버버.."

"우히히, 얘봐....너무 웃겨~"

 

미루가 아랫턱을 쭉 내밀고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고,

 

옆에서 주선생님은

신기해 죽겠다면서 좋아하고 있습니다.

 

"근데, 상구 있잖아..이러는 게 미루가 이쁘긴 한데...눈물을 흘리네.."

 

그러더니 주선생님은

곧바로 결론을 내립니다.

 

"이빨 날려나 보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합니다.

 

저의 남은 역할은 호들갑을 떠는 겁니다.

"이야~정말? 우와~~!! 우리 미루 이빨 나는 거야?"

 

손을 혀밑으로 넣어서 만져보니까

왼쪽 앞니 한개가 벌써 나와 있습니다.

 

근데 너무 아파합니다.

치발기를 갖다 줬습니다.

주선생님은 걱정하는 저한테 설명을 해줍니다.

 

"생각해봐~7개월 동안 입 안에 아무것도 없다가 뭐 딱딱한 게 생긴다고 해봐...얼마나 당황스럽고 그렇겠어..."

 

"우바봐봐바..."

 

진지하게 설명하는 주선생님 옆에서

미루는 여전히 괴로운 표정입니다.

 

"게다가 살을 뚫고 나오니까 아프기도 할 거고...그지 미루야?"

 

"그렇군..."

 

"역시 미루는 엄마 맘을 참 잘 알아~그치?"

 

"엄마는 미루 맘을 참 잘 알아 아닌가?"

 

"음...그러네..."

 

하기야 내내 매끈했던 얼굴에서

뾰루지라도 하나 나면 가렵고 신경 쓰이는 데

하물며 이빨이 나는 거니 오죽하랴 싶습니다.

 

너무 멋없는 비유 입니다.

 

내내 매끈했던 등짝에서 처음 날개가 돋아날때

천사도 비슷한 당황스러움과 고통을 느낄 겁니다.

 

며칠 아프고 나면 꼭 이런 비유만 생각납니다.

 

오늘 몸이 좀 괜찮아지고 나서

육아 잡지를 봤는데,

거기에 치발기에 대해 나와 있었습니다.

 

치발기의 원래말은 '치아발육기'이고, 

치발기는 딱딱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있어서

이빨과 잇몸을 자극해서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우린 그것도 모르고

미루가 처음에 아파할 때 옆에서 좋아했었습니다.

 

신경써서 치발기도 골라주고, 진작부터 잇몸살 없게 도와줄 걸 후회가 됩니다.

 

암튼 인제 미루도 이빨이 났습니다.

 

근데, 천사가 날개 돋을 때 가려우면

효자손 같은 걸 날개발육기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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