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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1/05
    생일(8)
    너나나나
  2. 2007/11/02
    자나깨나 미루생각(5)
    너나나나
  3. 2007/11/01
    밤에 계속 깨다(12)
    너나나나

생일

오늘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제 생일을 기억하시고

전화를 해주십니다.

 

그런데 언제나 제가 잊어먹고 사는

음력 생일날 전화를 하십니다.

 

"네?"

 

서울 올라오고 16년 동안

거의 매년 한번씩 이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으로 양력 생일을

그것도 전날 전화하셔서 축하해주셨습니다.

 

"통장에 20만원 넣는다"

 

느닷없이 돈이 생기면 기분이 좋습니다.

주선생님이랑 반땅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저 개인을 위해서 이 돈을 쓸 생각이고

주선생님은 미루와 절 위해서 이 돈을 쓸 생각인 것 같습니다.

 

주선생님은 어제 밤부터

압력솥에 뭘 한참 끓여댔습니다.

 

"현숙아, 이거 뭐 끓이는거야?"

"미역국"

 

왜 미역국을 이렇게 푹푹 끓이나 싶었지만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고도 싶었지만

그냥 잤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 생일 미역국이었답니다.

쇠고기를 압력솥에 푹푹 삶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데,

주선생님이 쇠고기 미역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어머니와 주선생님 말고

제 생일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생일축하 메일이 잔뜩 와 있고

문자도 와 있습니다.

 

전부 인터넷 업체에서 온 축하메일입니다.

이 분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제 생일을 축하해주십니다.

 

그 밖에도 인터넷 업체가 아니시면서도

생일 축하한다고 연락 온 개인이 계셨습니다.

참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미루야, 가만 가만 일단 불을 붙이고~"

 

놀이집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생일 잔치 때마다

촛불 끄는 장면을 본 미루는

평소에 생일축하 촛불 그림을 보면 막 불어댑니다.

 

그런데 오늘은 미루가 마음이 급합니다.

 

"미루야~너 놀이집에서 맨날 촛불 한 개나 두 개 보다가

10개나 보니까 좋냐? 한 번에 끄기 힘들 걸?"

 

큰 것 세 개, 작은 것 네 개,

작은 것이 없어서 큰 걸 푹 눌러 작게 보이게 만든 것 세 개

이렇게 열 개로 '37'을 만들고 불을 붙였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

 

옆에서 주선생님이 노래를 불러주고

미루는 박수를 같이 칩니다.

 

참고 기다리던 미루

드디어 촛불을 껐습니다.

 

애 얼굴이 벌개집니다.

10개를 다 껐습니다.

 

미루는 얼굴에 크림을 묻혀 가며

케익을 손가락으로 비비적 거렸고

 

저와 주선생님은

케잌 한 조각씩을 먹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이 생일축하를 해주니까

기분이 상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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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깨나 미루생각

주선생님은 잠들자마자

잠꼬대를 잘 하는데

 

대꾸를 해주면

아예 대화를 한참 할 때가 많습니다.

 

1. 그저께 잠꼬대

 

"3마리 줄께"

 

시작입니다.

 

"뭘?"

"5마리 중에 3마리 줄께"

 

뭘 얘기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뭘 줄건데?"

"메뚜기"

 

"메뚜기?"

"응"

 

"고마워"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고맙다고 했는데

갑자기 무대에서 사회보는 사람

목소리로 소리칩니다.

 

"장안에 화제가 된 메뚜~기"

 

웃으면 안됩니다.

꿈에 메뚜기가 서커스 같은 거라도 하는 모양입니다.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대화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근데... 그거 구워먹어도 돼?"

어떻게 대답을 할까 궁금했습니다.

 

"사치스럽지."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입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왜?"

 

어떤 대답이 나올까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

주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구가 멸망한 이후로 단백질이 귀해졌잖아.

국물을 우려내서 먹어야지...미루도 좀 주고..."

 

그 와중에도 미루 생각은 무척 합니다.

 

 

2. 어제 잠꼬대

 

"5개 있다!!"

 

또 시작입니다.

이번에도 메뚜기인가 싶어 물었습니다.

 

"뭐가?"

"사탕"

 

"나 좀 줘"

대화를 이어가는 건

재밌습니다.

 

"가만 있어봐. 나 하나, 미루 하나..."

"나는?"

"상구 하나"

 

2개는 어떡할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또 나 하나 미루 하나"

"나는!!?"

"사탕이 5개 뿐이야아~"

 

드디어 주선생님의

속마음이 드러났습니다.

미루만 생각합니다.

 

"그러면 나 운다~"

 

"으으아아앙~~"

느닷없이 잘 자던 미루가

방에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내내 잠꼬대를 하던

주선생님. 벌떡 일어나더니

막 달려갑니다.

 

텔레비젼 앞에 가서 딱 멈춰서더니

가만히 서 있다가 몸을 획 돌려서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주선생님은

자나 깨나 미루 생각에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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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계속 깨다

요새 미루가 밤에 계속 깹니다.

방이 건조해서 깨는 것 같기도 하고

이빨 나는 게 아파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상구....나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애"

 

거실에서 자던 저는

벌떡 일어나서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밤에 몇 번씩 깨고

한번 깨면 30분 넘게도 안 자는 미루 땜에

주선생님은 밤마다 탈진 상태가 됩니다.

 

미루는 잠이 깼을 때

주로 등을 긁어주면 자는데

자다가 일어나서 애 등 긁어주는 건

10분 넘어가면 너무 지칩니다.

 

"현숙아, 좀 누워 있어..내가 긁을께"

 

미루 옆에 앉아서

저도 꼬박 30분 정도

등을 긁어줬습니다.

 

"돼지들이 등 긁어주면 잘 자는디..."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말이 생각 납니다.

 

오른손으로 긁다가 팔이 아프면

왼손으로 긁고, 그러다 또 힘들면

다시 오른손으로 긁었습니다.

 

정말 지칠 때까지 긁었더니

미루 숨소리가 새근새근 해집니다.

이제 가서 자도 될 것 같습니다.

 

"끼잉..낑...으으..으아앙~~"

 

등에서 손을 떼자 마자

미루는 다시 울기 시작하더니

아예 벌떡 일어나 앉아서 웁니다.

 

결국 옆에 쓰러져 있던

주선생님이 "미루야 쭈쭈~"로

겨우 다시 재웠습니다.

 

이게 어제밤 일입니다.

 

오늘 밤에 미루는 10시에 잠들었습니다.

 

"상구, 갑자기 졸려 죽을 것 같애...빨리 빨래 널자"

 

건조하면 미루가 자꾸 기침을 해서

요새는 빨래 건조대에다가

밤마다 빨래를 널어서

미루 자는 침대 옆에다 놓아줍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열심히 빨래를 널었습니다.

"상구..건조대 좀 방에 넣어줘"

"응"

 

문을 열고

건조대 측면을 두 손으로 들어

게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습니다.

 

소리나면 미루 깹니다.

 

"쿵"

 

소리 났습니다.

 

방문 들어가는 폭하고

건조대와 제 몸통을 합한 폭이 똑같아서

문에 끼었습니다.

 

빠져나가려다가 건조대가

문하고 부딪혔습니다.

 

오른쪽을 쳐다봤습니다.

주선생님이 농담반진담반 표정으로 말합니다.

"조심해! 미루 깨겠다."

 

왼쪽을 쳐다봤습니다.

"끼잉"

 

오른쪽을 쳐다봤습니다.

"아 빨리 들어가아"

 

왼쪽을 봤습니다.

"으....으아앙~"

 

오른쪽을 봤습니다.

주선생님이 좌절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머리통 위쪽만 보입니다.

 

저는 지금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있고

주선생님은 지금 다시 미루를 재우느라고 분투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선생님이라면

절 되게 미워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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