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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2

오전 9시에 단수가 된다고 해서

아침부터 전 정신이 없고

주선생님은 방에서 미루를 보고 있었습니다.

 

심수봉 노래가 계속 들립니다.

주선생님이 평소에 부르는 노래들입니다.

 

그러다가,

노랫소리가 점점 기괴해집니다.

 

"남자는 남자는 다~우웩~모두 다 그렇게 다~꺼억~"

 

쫓아갔습니다.

 

"왜?"

"응...니가 실성한 것 같아서.."

"우히히..아냐 아냐...계속 일 해~"

 

갔다 온 게 효과가 있었는지

동요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정확한 가사 구사입니다.

좀 처럼 없는 일입니다.

 

미루의 정상적인 감성 발달을 위해서

주선생님이 마음을 잡았구나 생각했습니다.

 

한번 더 부릅니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싫어, 싫어~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몰라, 몰라~~"

 

어쩐 일로 정상적으로 부른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꽤 괜찮게 들립니다.

 

요새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시장화 정책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신랄히 비판하는 가사입니다.

 

"그나저나 동요 CD는 왜 안 오는거야?"

 

주선생님이 3일 전에 주문한 CD가 아직 안 온다고 투덜거렸는데

오후 5시쯤 왔습니다.

 

노래가 꽤 좋습니다.

노래에 맞춰 사지를 흔드는 춤을 추니까

미루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풍류를 아는 아이입니다.  

 

익숙한 노래가 나옵니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이 노래는 마침 며칠 전에 주선생님이

예리한 감수성으로 가사 일부분을 바꿔부르면서 놀았던

바로 그 노래입니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할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댁에~"

 

"잉? 할머니가 왜 아저씨댁에 갔지? 음...이상해, 이상해..."

그러더니 가사를 바꿔 불렀습니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할머니는 건너 마을 남자친구 댁에~"

 

주선생님의 창조적 발상은 멈추지 않습니다.

미루가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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