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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가 늘었다

11월 5일은 제 생일입니다.

 

저희 집에서는

저 어릴 적부터 생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부모님께서

저한테 뭘 가르치셨는지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거창하게 생일 잔치를 하면

속으로 '저런 건 다 사치야...'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주선생님이

그래도 케잌이라도 하나 사고, 미역국도 끓여준다면서

어제부터 요란을 떨었습니다.

 

셋이서 오랜만에 외식도 하고

마트에 가서 소고기와 미역도 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미루 씻기고 재우니

상당히 피곤해졌습니다.

 

"상구~나 부탁이 있는데..."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주선생님이 어렵게 깨웁니다.

근데, 몸이 너무 무겁고 만사가 귀찮습니다.

 

"으..으응...무슨 부탁..."

 

"있잖아...케잌 하나만 사다주라..."

 

주선생님은 저한테

제 생일 축하 케익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그냥 케잌 같은 거 안 먹으면 안되냐?"

이 말이 입에서 막 샜는데, 참았습니다.

자다 깨니까 짜증이 많이 납니다.

 

밤 10시가 다 된 시간.

20분쯤 걸어서 도착한 빵집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다시 20분을 걸었습니다.

 

"제일 싼 케잌이 어떤 거예요......그걸로 주시구요...초는 36개, 아니 37개 주세요.."

 

케잌을 사들고 돌아오는 길에

옛날 생각이 하나 났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초겨울 쯤이었는데

그 날도 제 생일이었습니다.

 

학교 끝나고 저녁 12시에 비 쫄딱 맞고 집에 들어갔는데

동생이 막 뛰어 나오더니 저한테 물었습니다.

 

"형아야~형아 생일이 11월 5일 맞지?"

 

뛸 듯이 기뻤습니다.

한 5년만에 우리 식구가 내 생일을 기억하는구나..

 

"응...너 어떻게 알았어?"

"어...아까 통장 아저씨가 와서 식구들 생일 조사하는 데 아무도 형 생일을 모르더라구..근데 내가 맞췄다...히히.."

 

그러더니 동생은 지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러부터 20년이 지난 이번 생일은

비록 제 손으로 케잌을 사가는 것이긴 해도 어쨌든 생일을 챙기는구나 싶으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빨리 가서 둘이 오붓하게 촛불키고 노래 부르고 사진찍고 그래야지...'

 

"현숙아~나 왔어~~"

"왔어?....근데 어쩌지?"

"뭘?"

 

"있잖아...우리 식구 중에 한명이 자고 있어서, 축하파티는 내일 낮에나 해야겠다..."

 

아...식구가 한 명 더 있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미루는 우리 식구입니다.

 

근데 괜히 케잌 사느라고 밤 중에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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