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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강하다

오늘 아주 호강했습니다.

 

제 생일이라고

주선생님이

부엌에서 미역국을 합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알려주신

최강의 미역국 끓이기를 직접 해냅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은 쇠고기 미역국,

정말 맛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주선생님은

곧바로 설거지를 하기 시작합니다.

 

"상구는 좀 쉬어.."

 

내가 뭘 했다고..

그냥 쉬랍니다.

 

뭐,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한번 쉬어볼까 생각하면서

어제 빌려온 비디오를 봤습니다.

 

몸도 편하고 정신도 몽롱해지는 게

아주 좋습니다. 

집이 이렇게 아늑했었나 싶습니다.

 

주선생님은 옆에서 빨래를 개고

또 빨래를 널고 있습니다.

 

"같이 하자~"

 

"상구는 좀 쉬라니까..."

 

형식적으로 빨래 서너개를 널어주고는

또 쉬었습니다.

 

정말 편합니다.

마음도 뭐 불편하진 않습니다.

 

"우리 좀 있다 미루 깨면 케잌 먹자~"

 

미루가 참석한 가운데,

초는 만 나이로 계산해서 36개만 꼽고

짧은 파티를 했습니다.

초가 참 많았습니다.

 

오후 2시

 

"상구 출출하지 않어?"

"응..좀 그러네.."

"내가 호박 넣고 부침개 해주까?"

"아니...너도 좀 쉬지..."

 

그 이후로도 주선생님은

계속해서 일을 했습니다.

 

여름옷 집어 넣고

겨울옷을 꺼냅니다.

 

"같이 할까?"

"아니, 괜찮으니까 쉬어~"

 

주선생님은

미루랑 놀다가, 젖도 먹이고

이것저것 계속 뭔가를 합니다.

 

그러다가 또 저녁 준비를 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곧바로 설거지를 합니다.

 

"설거지라도 내가 할께..."

"아냐, 다 했어...쉬어.."

 

저는 계속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옆에서 일을 하건 말건

 

다 본 비디오를 계속 다시 돌려보고

케잌 먹고, 미루랑 아주 잠깐 놀아주다가,

거실 바닥에서 뒹굴고

폼 잡고 독서도 했습니다.

 

편하고 좋았습니다.

이러는 것도 습관되면 할만 하겠다 싶습니다.

 

"근데 있잖아...다른 남자들은 평소에도 이러나?"

"그렇지..그러니까 결혼할라고 하는 거잖아.."

 

이 짓을 매일 하면

주선생님한테 미안해서 못할 것 같은데

 

정말로 매일 이러는 사람들은

참 강심장입니다.

 

어쨌든 오늘 하루 굉장히 호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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