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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땀띠 긁어주기

요새 미루 몸 여기 저기에

땀띠가 많습니다.

 

원래 몸에 열이 많고

혼자 신나서 움직일 때에는 등에 땀도 흥건합니다.

 

우리는 그 동안 별 생각 없이

미루의 앞면만 신경을 썼지

뒷면에는 신경을 못 썼는데

 

뒤통수, 뒷목, 어깨의 뒤쪽에

땀띠가 수북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땀띠 난 부분에 땀이 차지 않도록 신경 써주고

목욕 끝나면 물기도 잘 닦아 줍니다.

 

땀띠는 특히

미루가 잠이 거의 들었다가도

몸을 비비 꼬고, 등을 바닥에 비비고, 손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다가 깨기 땜에 문제입니다.

 

실컷 고생해서 거의 재웠는데 다시 깨면

그것도 한 두번이지 미칠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방법을 찾았습니다.

 

엎어져 자는 데 취미를 붙인 미루가

엎드리자 마자, 뒤에서 땀띠난 부분을 살살 긁어줬습니다.

 

처음엔 팔도 짧은 게

뒤통수 긁느라 고생한다 싶어

대신 긁어줬는데

 

아, 이게 꽤 시원한 모양입니다.

 

눈을 스르르 감더니 곧바로 잠이 들어버립니다.

그 어떤 잠재우기 의식 보다도 효과적입니다.

 

슥슥슥...

 

누굴 긁어주면서

이렇게 보람을 느껴보긴 처음입니다.

 

더 열심히 긁어 줬습니다.

 

벅벅벅...

 

이렇게 몇 번 성공했는데

미루가 맛을 들였는지

이제 조금 긁어줘서는 잠을 안 잡니다.

 

다시 혼자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냥 계속 긁어주면 되나?

아니면 뒤통수 아랫 부분 말고 다른 곳도 좀 긁어줘야 되나?

내가 손톱이 길어서 긁으면 아픈가? 더 살살 긁어줘야 되나?'

 

이번엔 뒷목, 어깨까지 긁어줬습니다.

 

다시 잘 잡니다.

 

신나서 등도 조금씩 긁어줬습니다. 더 잘 잡니다.

몇 번 그러더니, 다시 잠을 안 잡니다.

 

문득 평소 제 '생활 속의 소원'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으...거기 말고 좀 더 왼쪽 왼쪽, 거기서 조금 위...아니 조금 아래.."

 

가끔 등이 가려워서 주선생님한테 긁어달라고 하면

항상 가려운 곳의 정확한 좌표를 찾아내는 일이 어렵습니다.

 

이 나이에 효자손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항상 긁어달라고 하는데 

 

진짜 문제는 가려운 곳이

꼭 도망을 간다는 것입니다.

 

"으아..시원해...어...그 옆에도, 그 위에..그 위...계속 도망간다...아니..더 위쪽~~"

"에라이~"

 

주선생님, 아예 두 손으로 등 전체를 박박 긁어줍니다.

가려운 곳이 빠져나갈 틈이 없습니다. 

 

제 소원은 가려운 곳이

제발 한 군데 얌전히 있는 것입니다.

 

'혹시 미루도 가려운 곳이 도망가나?'

 

제 통찰이 맞다면

주선생님이 저한테 해주는 것처럼 해야

미루가 쉽게 잠들 겁니다.

 

내일은 이 방법으로 한번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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