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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하루 2

주선생님이 교육을 가고

미루는 한 시간 쯤 자다가 깼습니다.

 

평소 같으면 11시쯤 깨는 애가

7시에 깼습니다.

 

8시 30분에 다시 재웠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온갖 짓을 다 해서 재우긴 했는데

몸도 고달프고, 마음은 막 우울해지려고 합니다.

 

그래도, 얼마 전에

정말 최고로 우울했던 적에 비하면

오늘은 별 거 아닙니다.

 

그 날은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저 혼자서 미루를 봤습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제 성격은 지랄 같고

몸은 부실하기 이를 데 없어서

 

완전히 녹초가 됐습니다.

 

냉동실에 머리를 쳐박고

울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대신 7시도 되기 전에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서 잤습니다.

 

아무리 육아휴직이지만

하루에 한두시간은 책도 좀 읽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파악하고 그래야 하는데

 

생각만 그렇게 하고, 매번 잘 안되는 게 너무 짜증이 났습니다.

 

하물며, 공원에서 만난 동네 초등학생 애들도

긴박한 정세에 대한 자기 입장이 있었습니다.

 

"야~! 북한이 핵실험 했잖아...그것 땜에 죽겠어.."

"왜?"

"하루 종일 그거 뉴스하고 뭐하고 한다고, 오늘 짱구 안했다니까..."

"어제도 안 했어..어제는 반기문이 UN사무총장 됐다고 무슨 특집 프로 땜에 짱구 안 하더라.."

 

근데 전 그냥 미루 키우는 데 정신이 없습니다.

육아휴직 하면서 각오하긴 했는데, 쉽지 않습니다.

 

거실에 누워서,

주선생님한테, "나 힘들다~!!"는 시위를 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자버렸습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집 거실은 반은 바닥이 따뜻하고

반은 보일러가 안 들어와서 차갑습니다.

 

따뜻한데서 자다가 땀이 나면

차가운 바닥으로 옮기는 식으로 하면서 잤습니다.

잘만 했습니다.

 

저녁 12시. 

몸을 벌떡 일으켰습니다.

침대에 가서 잤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둘이라서

매번 이러진 않습니다.

 

아이 혼자 키우는 다른 사람들은

7시부터 거실 바닥에 드러 누울 수도 없을테고

이 우울함을 대체 어떻게 푸는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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