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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최근에 아이를 낳은 몇 사람으로부터

가끔씩 전화가 옵니다.

 

놀랍게도

저한테 상담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잠은, 자기 전에 하는 행동을 계속 다르게 하지 말고,

같은 패턴을 반복하세요...운 좋으면 며칠만 하면 혼자 자기도 해요.."

 

"똥? 그거 며칠 안 싸도 걱정하지 마요, 변비 아니니까.."

 

안 그래도 미루가 3일째

똥을 안 싸고 있다는 얘기를 곁들였습니다.

 

"아..그리고, 어른들 하시는 얘기 중에

30년 전 얘기들도 많거든요? 그러니까, 무조건 다 듣진 마세요.."

 

"네..근데 며칠 전에도 전화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구요.."

 

"그랬어요? 전화기를 어디다 버려두고 살아가지고,

제가 요새 전화 못 받을 때가 많아요.."

 

"애기가 20일이 넘었는데 배꼽이 안 떨어져서

걱정돼서 전화했었거든요.."

 

"지금은요?" "지금은 떨어졌어요..."

 

"아, 그리고 또 있잖아요...

그건 어떻게 하고 있어요..그 왜.. 온갖 잘난 체 주저리, 주저리.."

 

사람들이 전화가 오면

안 해도 되는 얘기까지 다 합니다.

 

혹시나 하고, 생각나는 얘기는

죄다 해댑니다.

 

괜히 걱정도 되고, 안쓰러움에, 염려에, 노파심 등등 때문에

하여튼 아는 건 다 얘기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만삭 임산부 배 위로 애기 발 튀어나오듯이 나옵니다.

 

"상구, 근데 그 분은 애기 분유 먹인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그럼, 변비 신경 써야 돼..모유 먹는 애들이나 며칠씩 안 싸도 괜찮은거지.."

"앗. 그런가?"

 

 

...

 

 

오늘 아침,

거실에서 멍하게 있는데

침대에 있던 미루가 갑자기 기합 소리를 냅니다.

 

"으얏~"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어느새 몸은 침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뿌지지지직..."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저는 미루를 번쩍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안 그랬다가 똥이 새면

매트리스를 세탁기에 빨 수도 없고

아주 골치 아파집니다.

 

4일 숙성된 것이라 그런지

냄새가 아주 밀도가 있습니다.

 

"으...."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옆에 있던 주선생님은

"나는 아무래도 좀 쓰러져 있어야겠어..."하면서

냄새의 위력에 허물어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연출합니다.

 

미루는, 혀를 있는대로 내밀어서

입맛을 다십니다. 숨을 헐떡헐떡 거립니다.

 

"얘 이 와중에 이러고 싶을까?"

 

주선생님이 대답합니다.

"혀로 공기 중의 냄새를 감지하는 건 아닐까? 요새 뭐든지 일단 혀를 갖다 대잖아.."

 

"음...그건 혹시 코로 하는 건 아니고?"

 

아무튼, 미루가 냄새를 즐기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꼭 그래야만 하나 싶습니다.

아마 미루는 아직 이 냄새의 진실을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근데, 미루가 적당한 때

똥을 싸줘서

 

어제 변비 상담 잘 못 했던 게 생각 났습니다.

빨리 전화해서 바로 잡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남의 애기 변비 걸리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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