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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초보

열심히 육아의 기술을 익혀도

미루가 계속 새로운 걸 들고 나오기 때문에

항상 적응하기 급급합니다.

 

육아하는 사람은

매일매일이 초보란 말이 맞습니다.

 

미루가 뒤집었던 날

다시 미루를 되뒤집어 놔야 하는데

 

그게 진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서도, 뒤집은 아이

다시 뒤집는 방법을 본 적이 없어서

난감했습니다.

 

엎드린 상태에서

미루의 양어깨를 잡고

돌려봤습니다. 버팁니다.

 

그래도 돌렸습니다. 대강 바로 눕히는 데 성공.

 

미루가 다시 뒤집었습니다.

아까의 방법은 아무래도 좀 어설퍼서

좀 더 생각을 해봤습니다.

 

되뒤집을 때 두팔을 땅에 짚고 버티니까

그렇다면, 한 팔을 다리쪽으로 쭉 펴서 미루 몸통에 붙이면

몸이 그쪽으로 기울거고

그러면 돌리기 쉬울 것 같았습니다.

 

거의 바로 눕혔는데

아까 다리쪽으로 쭉 폈던 팔이

여전히 등과 가까운 쪽에 묻혀서

앞으로 안 빠져나옵니다.

 

"낑낑..." 미루가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 방법도 아닙니다.

 

'뭔가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자..'

 

하체를 잡고 살짝 비틀어서

옆으로 누운 자세를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미루가 알아서 상체를 돌려서 바로 눕습니다.

 

성공입니다.

이런 좋은 방법이 있다니,

이제 자신있게 이 방법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미루가 다시 뒤집었습니다.

이때를 기다렸습니다.

 

다리를 잡고 옆으로 틉니다.

미루가 힘을 줘서 버티지만, 어쨌든 옆으로 누운 자세만 만들면

나머지는 자기가 다 알아서 할 겁니다.

 

힘껏 다리를 틀었습니다.

버티던 미루의 몸이 휙 돌아갑니다.

 

다리를 트니까

엉덩이는 다리 보다 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돌아갔고

상체는 그 보다 더 큰 포물선을 그렸습니다.

 

팔은 아주 커다란 원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머리는 허공에서 빙글 돌더니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쿵"

 

발 앞에 제 심장이 떨어졌습니다.

미루는 울고 불고 난리가 났고

제 심장 떨어진 자리에는 바람이 불었습니다.

 

"미루야, 미안해, 미안해...."

 

"어..괜찮아, 미루야.."

주선생님이 얼른 미루를 안았습니다.

근데, 정말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안 그래도 떡판이라

머리가 그런 식으로 떨어지면 바닥과 일체가 됩니다.

충격이 다른데로 분산도 안됩니다.

 

아무리 초보 아빠지만

이러다 애 잡겠다 싶었습니다.

 

미루를 한참 달래고

다른 날보다 훨씬 열심히 놀아줬습니다.

 

그리고, 목욕할 시간이 됐습니다.

 

"오늘은 정말 깨끗이 잘 씻겨줘야지.."

 

주선생님은 미루 옷을 벗기고 대기중이고

전 대야와 아기 욕조 두 곳에 물을 받았습니다.

 

"물 다 받았어..이리 오시오~~~"

"둘이 같이 씻길까?"

"그러자..가만있어봐..내가 대야 건너편으로 넘어갈께..."

 

좁은 화장실 바닥를 욕조와 대야가 가득 차지해서

전 대야를 넘어가서 반대편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대야를 넘어가면서

슬리퍼를 빠뜨리면 참 황당하겠다는 상상을 잠시 했습니다.

상상이 현실이 됐습니다.

 

주선생님은 추워할 지도 모르는 미루를 꼭 껴안고 퇴각했고,

저는 허겁지겁 물을 버리고 다시 받았습니다.

 

슬리퍼 담근 물을

다 마시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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