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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림을 좋아한다고?

육아 휴직 5개월째.

 

가만히 보니까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현숙아, 넌 좋겠다~남편이 살림하는 것도 좋아하고, 애도 그렇게 이뻐하고..

하여튼 재수도 좋아~~"

 

4천만 인구 전체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선생님도 억울하고

저도 억울합니다.

 

"상구가 살림 좋아해서 하는 거 아냐..애도 안 좋아해..."

 

주선생님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열심히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합니다.

 

요새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하나는 살림 안 하는 것

또 하나는 애 안 키우고, 남이 키워주면 그냥 이뻐만 하는 것.

 

살림이나 육아를

제가 안 하면 주선생님 혼자서 해야 합니다.

주선생님이 안 하면 제가 혼자 해야 합니다.

 

물론, 주선생님이 여자니까 혼자 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 그것처럼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뻔뻔한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주선생님은 그런 남자랑 안 살 겁니다.

 

주선생님이 못할 상황이면 저 혼자 해야 하는데

지난 5개월 간은 어느 정도는 그랬습니다.

 

근데 이것도 인생 전체 중에서 아주 특별한 기간이니까 이런 겁니다.

주선생님은 미루 젖 먹이는 거랑, 몸 추스리는 데 전력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제가 하기로 역할 분담을 한 겁니다. 

 

그렇다고 주선생님이 편히 쉬었냐면 전혀 안 그렇습니다.

 

"아~어쩌란 말인가 흩어진 이 마음을~

아~어쩌란 말인가 이 아픈 가슴을~~~"

 

미루가 젖을 안 먹어서 젖이 점점 불자, 가슴이 또 뭉치는 지

주선생님이 미루 앞에서 부른 노래입니다.

 

모유수유를 둘러싼 실랑이는 오늘도 계속 됩니다.

 

게다가 주선생님은 안 그러기로 해 놓고

이미 진작부터 청소도 하고 식사준비도 도와줍니다.

 

 

어쨌건 우리는 토론해서

제가 육아를 맡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선생님이 정당하게 제안했고

제가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주선생님이 재수가 좋은 게 아니고

제가 살림이 좋은 게 아닙니다.

 

살림이 그렇게 신나고 좋은 거라면

남자들이 서로 하려고 달려들겁니다.

 

집에서 살림하는 전 세계 모든 여자들이

다 살림이 좋아서 하는 거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기회로

군인들한테 비디오 촬영 교육을 하러 갔답니다. 주선생님이 해준 이야기입니다.

 

거기서 한 장교가 여자강사한테 이랬답니다.

 

"아니, 가사노동이 뭐가 힘들다고 그럽니까? 그거 여자들 취미생활 비슷한 거 아니예요? "

 

가사노동은 취미가 아니고

육아는 재미가 아닙니다.

 

가사노동이나 육아는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얼마간은 여자와 남자가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전 그냥 그 책임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숙아, 너 언제까지 산모 할 거야?"

 

육아휴직 3개월차에 물어봤습니다.

 

"음.....6개월까지"

"6개월까지? 알았어.."

 

6개월 지나면 가사노동 및 육아에 대한 역할을

다시 조정할 겁니다.

 

인제 1달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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