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아기랑 노는 건 정말 힘들다

"미루야~외출이다~"

 

주선생님은 5시쯤 집에 오니까

혼자서 한참을 미루랑 놀아줘야 합니다.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 한바퀴.

 

마침 잘 시간에 맞춰 나왔더니

미루는 금새 잠이 듭니다.

 

오후 1시.

막 점심이 끝난 시간이라서

공원에는 여기저기 유모차가 가득

있어야 하는데

한 대도 없습니다.

 

조금만 싸늘해도

애 데리고 나오기 무섭기도 하고

준비하는 것도 여름 보다 더 힘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미루도 두꺼운 옷 꺼내입히고

큰 수건을 이불처럼 덮어주고

거즈로, 얼굴을 가려 마스크 대신 쓰게 하고

그러고 나왔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재워보려고

유모차를 쉴 새 없이 흔들었습니다. 

흔들림이 있으면 애는 더 잘 잡니다.

평소보다 20분 더 잤습니다. 이것도 감지덕지.

 

집에 들어와서 해동한 젖을 다 먹더니

미루는 눈을 반짝거리며, 절 쳐다 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주기가 시작됩니다.

 

일단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만약~~외로울 때며..어어어언~"

20년 전 윤복희 노래가 튀어 나옵니다.

 

노래는 한 3곡쯤 부르면 지칩니다.

체력 안배가 필요합니다.

 

노래가 멈추자

미루는 뒤집기를 시작했습니다.

'뒤집고 놀다 보채면 되뒤집기'를 한참 동안 했습니다.

 

이번엔

미루 소리 따라하기 입니다.

이건 한 10분 하니까 미루가 딴 데를 봅니다.

 

아..근데, 몸이 많이 피곤합니다.

외출해서 찬 바람 쑀던 게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옆에 있던 쿠션을 베고

미루 옆에 누웠습니다.

 

애벌레를 흔들어줬습니다.

미루는 좋아하는데, 누운 채로 팔을 들어 할려니까

이것도 못해먹겠습니다.

 

뭘 안 들고도 할 수 있는 '잼잼잼'을 선보였습니다.

손을 폈다 오무렸다 하면서 애들이랑 놀아주는

육아 세계의 오랜 놀이법입니다.

 

쿠션을 옆으로 베고 누운 상태라서

안경이 좀 불편했습니다.

안경을 벗었습니다. 미루가 관심을 보입니다.

 

이번엔 안경을 미루 얼굴 위로 가져가서

들고 보여줍니다.

 

"낑낑..."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잠깐 존 모양입니다.

 

미루는 안경이 자기 얼굴을 막 누르자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낑낑 거리고 있었습니다.

 

안경을 다시 번쩍 들었습니다.

다시 좁니다.

 

"이러면 안돼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제대로 놀아주자..."

 

모든 아이들이 열광하는 책

'달님아 안녕'을 꺼내들었습니다.

 

대화를 위해서는

달의 얼굴을 가려야만 하는

구름의 안타까운 운명을 그린 작품입니다.

 

열심히 읽어주는데

왼쪽 목이 뻐근합니다. 쿠션이 너무 높았습니다.

 

무표정한 달과 웃는 달 그림을

번갈아 가며 보여줬습니다.

 

미루가 무척 흥미있어합니다.

그만하니까 싫어합니다.

 

잘못 걸렸습니다.

15분 넘게 그 짓을 반복했습니다.

 

왼쪽 뒷목이 계속 땡기고, 두통도 오기 시작합니다.

쉬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왔습니다.

아기 체육관의 힘을 빌려야 겠습니다.

 

"미루야, 인제 이거 차면서 놀아~~"

 

미루는 아기 체육관에 흥미를 못 붙였습니다.

 

할 수 없이 주선생님 올 때 까지 미루랑 꼬박 놀아줬습니다.

혼자 놀면 좋겠고만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주선생님이 집에 왔습니다.

전 지쳐서 쇼파 위에  누워 있고

미루는 또 놀고 싶어합니다.

 

"아이고, 힘들어...계속 놀아줘야 하니까 죽겠다. 아주.."

 

"미루야~엄마, 아빠 밥 먹어야 하니까 이거 갖고 놀아~"

주선생님이 딸랑이를 하나 미루한테 들려줬습니다.

 

그렇게 보채던 미루는

딸랑이를 잡더니 흔들면서 놉니다.

게다가 손목만 이용해서 흔드는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아주 잘 놉니다.

 

휴...

진작 딸랑이 쥐어줄 걸 그랬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