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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2

"애도 애지만

엄마가 맞아야 돼..이 집은 엄마 아빠 둘 다 맞아야겠네.."

 

의사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독감예방 주사를 맞기로 했는데

 

한 방에 5만원이라고 해서

다음에 맞기로 하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아직까지 안 맞았습니다. 한달 됐습니다.

 

"상구, 나 목이 되게 많이 부었어.."

 

주선생님이 아침에 일어나더니

감기기운이 있답니다.

 

"빨리 병원 가봐.."

 

아침 일찍 주선생님은 병원으로 가고

저는 미루랑 놀았습니다.

집이 많이 건조합니다.

 

"엄마가 감기 걸리면 애도 감기 걸리는데, 큰일이네..

아...이 집은 아빠가 있으니까 괜찮을 수도 있겠다..."

 

주사를 맞고 온 주선생님한테

저는 마스크를 선물했습니다.

 

"미루한테는 접근 금지야...젖 먹일 때는 마스크 쓰고..."

 

주선생님은 하루 종일

미루로부터 반경 5미터 지점 외곽에서

맴돌았습니다.

 

집은 계속 건조합니다.

 

"엄마, 나 감기 걸렸어요...네..네..알았어.."

 

장모님께서 감기에 좋은 도라지, 배 등등을 넣고 달인 약을

보내주시기로 하셨답니다.

 

들어보니까 장모님도 그저께 몸살로 누웠다 일어나셨답니다.

 

'그래도 뭐, 튼튼하시니까...'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는데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좀 이상합니다.

 

긴급 정신분석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현숙아, 내가 방금 생각해봤는데..

여자가 아프면 집안에서 밥 하지 말라고 하냐? "

 

"그래도 밥은 해야 할 걸?"

 

"음...그런가?"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막 끄집어 내서 펼쳐보았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파도 아프다고 잘 안 하신다...'

'아파도 밥도 하시고 빨래도 하시고, 남편도 챙기시더라..'

'어머니가 아프다고 하셔도 크게 긴장은 안되더라..아픈 티를 내셔야 긴장하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어머니는 엄청 튼튼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아프다고 하셔도 곧 털고 일어나시겠지라고 생각하는 습관도 생기고...'

 

"콜록, 콜록"

 

너무 깊은 생각을 하는 바람에

머리에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침까지 합니다. 

 

"콜록~콜록...골골골..."

 

감기 바이러스에 맞선 최후의 저항전선이

저인데, 제가 감기에 걸리면 큰 일입니다.

 

미루는 지금 우리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도 모르고

마냥 놀고 있습니다.

 

집안에 전운이 감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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