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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잇몸

"으...."

 

"왜 그래?"

 

"이빨이 아퍼...밥 안에 딱딱한 밥알이 있었나봐..."

 

순간 움찔했습니다.

 

어제 남은 밥을

오늘 아침에 지은 밥하고 섞었었는데

 

그 안에 딱딱하게 굳은 밥알이 있었나 봅니다.

 

산후조리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다짐으로

 

주선생님은

100일 되는 날까지

찬 음료수, 아이스크림 같은 건

일체 입에 안 댔었습니다.

 

저는 주선생님이 말로만 그러고

실제로는 몰래 아이스크림 사 먹을까봐

열심히 감시했습니다.

 

일찌기

제 육아 휴직의 최대 목적 중 하나로

주선생님 몸의 조기 정상화를 내건 바 있기 때문에

정말 신경 많이 썼습니다.

 

그러기를 6개월.

인제 몸이 거의 예전으로 돌아와서

잇몸은 아예 전혀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 방심하다가 당했습니다.

 

제가 시골 내려갔다 올라오면서 홍어회를 싸 가지고 왔는데

주선생님이 이걸 좋다고 으드득 으드득 씹어 먹다가

잇몸에 이상이 생긴 겁니다.

 

미루 낳고 40일 동안

120끼 내내 각종 미역국을 해서 바치고는 뿌듯해 하다가

마사지 선생님이 그러다 요오드 중독 걸린다고 해서 상심한 이후로

두번째입니다.

 

이빨이 많이 시리답니다.

 

"으..."

 

"현숙아, 김치 찌개..이거 꽁다리..일부러 먹지는 마..남으면 그냥 버릴테니까.."

 

"이빨 아파서 못 먹어.."

 

밥 먹는 내내 신경이 쓰입니다.

혹시 또 딱딱한 반찬이 있나 식탁 위를 살폈습니다.

살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반찬 몇 개 없습니다.

 

"아야~"

 

아, 이런

또 딱딱한 걸 씹은 모양입니다.

 

이유식을 해서 주든가 해야지

오늘 왜 이러는 지 모르겠습니다.

 

"또 딱딱한 거 씹었어?"

 

주선생님은 온 얼굴을 다 구기면서 말했습니다.

 

"아니...혀 깨물었어.."

 

"히히히.."

 

그 새를 못 참고 웃었습니다.

참다가 밥알 튀는 것 보단 낫습니다.

 

"웃지마~~이빨 땜에 신경 쓰다가 깨문거야.."

 

제 웃음으로 인해

밥 먹는 내내 분위기는 냉랭했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에 뜨거운 추어탕 국물에 잇몸이 익는 바람에

한참 이빨이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

주선생님의 고통을 잘 압니다.

 

잇몸약이라도 사든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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