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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D-3

모유 먹이는 아이는

6개월 첫날부터 이유식을 시작해야 된다고 했는데

인제 3일 남았습니다.

 

정확히 한달 전에

우리는 길가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모유 먹는 애들이 이유식 하기가 힘들데.."

 

"그래?"

 

"전쟁이래 전쟁, 왜 그러냐면, 먹는 건 그 동안 젖 밖에 없었잖아...

근데 입에 처음으로 이물질이 들어오는 거야...그래서 싫어한대..."

 

"그렇구나.."

 

"그래서 혀끝에 살짝 놓아서 직접 빨아 먹게 하거나

아니면 혀 중간에 놓아서 먹게 한대.."

 

"음...현숙이 너 연구 많이 했다.."

 

마지막 저의 말에

탄력을 받은 주선생님은

자기가 아는 걸 다 얘기했습니다.

 

"6개월부터는 꼭 먹여야 한대...그때 되면

엄마한테 받은 철분이 다 떨어지니까...특히 고기를 먹여야 한다더라..

안 그러면 발달이 늦게 되고, 그 이후 발달 전체가...재잘 재잘 ~짹짹짹"

 

"그렇구나.."

 

"숟가락은 오목한 거 말고 평평한 거 쓰래..그래야 애기가 먹지..이렇~게~"

 

혀모양까지 흉내내면서

참 많은 말을 쉬지 않고 합니다.

 

사실 이 대화를 할 때

날짜 계산을 헷갈려서

지금부터 한달 전이 6개월 첫날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인제 일이 늘겠구나 생각하고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주선생님은 열심히 연구를 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오늘부터 3일 후가 6개월 첫날입니다.

 

이거 가지고 의사선생님이랑

한참을 옥신각신했었습니다.

 

6개월이 육개월째인가 아니면 생후 육개월인가를 놓고

기나긴 논쟁 끝에 결국 이유식 개시일을 한달 늦췄습니다.

 

속으로 일거리 안 늘어서 신나했는데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정말 시작입니다.

 

주선생님은 그 사이에

또 어디서 뭘 봤는지

이유식 얘기를 몇 번 더 했었습니다.

 

"소고기 빨리 먹여야 하는데 걱정이다..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하다잖어.."

 

"걱정하지마,

너 임신했을 때 소고기만 좋아했잖아..

그거 미루가 먹은 거야..적응할 필요도 없을 걸?"

 

"근데 있잖아..6개월 이후에 먹이면,

애가 자기 목을 완전히 가눠서

먹기 싫으면 고개를 돌릴 수도 있잖아.."

 

"그렇지.."

 

"난, 그게 참 마음에 들어.."

 

"뭐가?"

 

"이유식이 먹기 싫을 때 애가 자기 목을 돌려서 거부할 수 있는 거...

싫으면 싫다는 의사를 직접 표현할 수 있게 됐을 때 이유식을 먹이는 게 참 좋아..미루의 권리잖아.."

 

미루의 인권, 이거 중요합니다.

주선생님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 이유식 시작 3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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