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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D-1

드디어 내일

이유식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뭘 먹을 때

미루가 입맛을 다신 지는 좀 됐는데

이제 미루도 같이 식탁에 앉게 된 겁니다.

 

낮에 찬바람을 뚫고

근처 유기농 농산물 판매점에 가서

쌀을 사왔습니다.

 

"상구 오늘 밤에 쌀 불려놓을 거지?"

"응~~~"

 

대답해 놓고 나서 책을 찾아보니까

쌀은 20분 불리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내일은 첫날이니까

쌀미음 만들기 직전에 불리기로 맘 먹었습니다.

 

다른 장비 점검을 했습니다.

 

일단 불린 쌀을 갈 믹서기.

씽크대 문 네개를 열고 찾았습니다.

 

냄비는 그냥 평소 쓰던 걸 쓰면 될 것 같고,

 

쌀죽이 끓어오르면 나무주걱으로 저어가면서 5분 끓이라는데

나무주걱이 마땅한 게 없습니다. 좀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죽이 다 끓으면 고운 체로 걸러줘야 한답니다.

체는 부엌에 여러개 걸려 있습니다.

 

미음을 담을 그릇과 숟가락은

한달 전부터 사다 놓고 잘 보관 중입니다.

 

일단 첫날 준비는 마쳤습니다.

 

내일 아침 10시에 엄마 젖을 조금 먹이고 나서

이유식을 먹이고, 다시 젖을 먹이는 식으로 할 생각입니다.

제 생각은 아니고 책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다른 준비들도 꽤 되어 있습니다.

 

진경이네 집에서 받아온 슬로우쿠커는

인류요리역사의 최대 발명품입니다.

 

그냥 재료만 넣어놓고 신경 안 쓰고 있으면 이유식이 된답니다.

신경 안 써도 밥이 자동으로 되는 게 얼마나 편한지는 남자들이 잘 압니다.

사실 남자들은 그게 편한 건지 어쩐건지도 잘 모릅니다.   

 

턱받이도 한 20개쯤 받았습니다.

처음 그 많은 턱받이를 보여주길래 물었습니다.

"애를 여럿 키우세요?" 

한 아이 한테 그 정도 필요하댑니다.

 

미루한테 컵 연습도 몇 차례 시켰습니다.

 

주선생님은 이유식 상황 기록을 위해

어디서 이쁜 수첩을 만들어 왔습니다.

혼자 방 구석에서 와브작와브작 수첩 만들었을 생각하니까

참 귀엽습니다.

 

미루는 일주일 전부터

입안에서 사탕 먹듯이 혀를 굴리더니,

이제는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서 오무리는 동작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유식을 대비한 준비운동이 틀림 없습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아까 사다 놓은 쌀을

다시 한번 쳐다봤습니다.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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