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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게 많다

지난 번에 사준 세밀화 책을

미루가 좋아라하는 걸 보고

주선생님이 탄력을 받아서 3권을 또 샀습니다.

 

이번엔 물속에 사는 곤충, 채소, 산에서 사는 동물입니다.

 

"오늘 세밀화 와야 되는데..왜 안 오지...?"

 

주선생님은 세밀화가 굉장히 기다려지나 봅니다.

저도 기다려졌습니다.

 

세밀화 속의 곤충이나 동물들 하나하나가 재밌습니다. 

20대 때는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모르고 살았었는데

이제 와서 사람 말고 다른 것에 관심이 갑니다. 미루 덕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세밀화가 왔습니다.

 

"물에서 사는 곤충! 미루야~엄마가 읽어줄께~"

 

도착하자 마자 한권을 쑥 빼더니 곧바로 첫 페이지를 폅니다.

'뭐 있나 한 번 쑥 훑어보기라도 하지' 하고 생각하다 하던 밥 준비를 했습니다.

 

"소. 금. 쟁. 이."

"현숙아~옛날에 소금쟁이 부럽지 않았냐?" "맞어, 디게 부러웠었어..."

 

"물. 방. 개."

"난, 물방개 한 번도 본 적 없어.."

"진짜? 현숙이 넌 도시에 살아서 그런가? 난 본 것 같애.."

 

"물. 자. 라."

갑자기 잘 모르는 곤충이 튀어나왔습니다.

둘 사이의 대화가 끊겼습니다.

슬쩍 보니까 주선생님은 곤충의 생김새를 살피고 있습니다.

 

"게.아.재.비"

들어보긴 했는데 역시 모르는 곤충입니다.

침묵이 흐릅니다.

 

"장구애비"

주선생님, 이번 곤충은 그냥 혼잣말로 읽습니다.

 

"송장헤엄치개"

과연 지구상의 생명체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 이름입니다.

 

밀과 보리, 조, 수수를 구분하게 됐을 때는 기뻤는데

이번엔 충격입니다.

 

"소금쟁이, 물방개...게아재비...송장.."

뭐하나 다시 슬쩍 봤습니다.

 

주선생님, 돌아누워서 혼자 곤충들을 외우고 있습니다.

미루는 혼자 놉니다.

 

한참이 흘렀습니다.

 

"이야~다 외웠다~!!"

 

다시 미루한테 곤충 이름을 말해줍니다.

 

책 맨 뒤편에는 이름없이 곤충 그림만 모여 있는 데

그걸 펴고 하나하나 이름을 댑니다.

 

"소.금.쟁.이.", "물.방.개."

아는 곤충 이름부터 자신있게 말합니다.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갑니다.

 

미루는 전혀 관심을 안 보이고 여전히 혼자 노는데

주선생님은 그 옆에서 겨우 곤충 이름을 다 댔습니다.

헉헉 댑니다.

 

"안되겠다.. 겨울 지나면 밖에 나가서 찾아 봐야지..."

 

인제 그림책 읽어주는 건데

공부할 게 참 많습니다.

 

나중에라도 혹시 모르는 걸 물어볼 때를 대비해서

미리 대답할 말을 생각해놨습니다.

 

"아..그거? 엄마한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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