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쓸어도 쓸어도

아무리 매일 매일

방바닥, 거실바닥을 쓸어도

 

웬 머리카락이랑 먼지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거 봐, 이거 봐...어제 쓸었는데, 또 이래..."

 

주선생님이 거실 바닥을 쓸다 말고

저한테 머리카락과 먼지 버무림을 보여줍니다.

 

원래 바닥 청소는

주선생님 담당인데

 

어제는 제가 뒤따라가면서

걸레질을 했습니다.

 

"머리 카락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거지?"

 

"머리 숱 많은 3명이 매일 머리카락을 뿌려대니 많을 수 밖에.."

 

제가 얘기했지만

참 적절한 표현입니다.

 

저와 주선생님은 머리 숱하면 정말 남부럽지 않습니다.

미루는 6개월 됐지만 머리는 6살보다 많습니다.

 

세사람한테서 빠지는 머리카락은

'뿌려댄다'고 하는 게 딱 맞습니다.

 

바닥을 다 쓸고 나서 주선생님은

문지방의 여닫이문 길도 청소해야겠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청소 안 한

미지의 세계인데

한번 쓱 보니 역시 먼지의 보고입니다.

 

오래된 먼지가 눌리고 쌓인 게 

책장 속 책 위에 쌓인 먼지보다 더합니다.

 

이걸 어떻게 청소해야 할 지

상상했습니다.

 

빗자루로는 잘 안 쓸릴 것 같습니다.

볼펜으로 긁어내기도 뭐 합니다.

손가락으로 파내는 건, 좀 구차해보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뭔가 그럴듯한 방법을 찾으면

역시 경지에 오른 주부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애서

열심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주선생님이 작은 방에 가더니 뭔가를 들고 나옵니다.

 

작은 진공청소기입니다.

우리집에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위잉~"

 

 

주둥이를, 큰 빨대 눌러놓은 것 같은 걸로 바꿔 끼우니까

볼펜이나 손가락 보다 훨씬 간편하게 청소를 해냅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전 고민하다가 틀림없이 그걸 손가락으로 파냈을 겁니다.

"콧구멍이냐? 손으로 파게?" 이런 소리 들을 뻔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청소 후 얼마 안 있다가

미루가 그 넓게 깔아 놓은 요를 탈출해서

맨바닥에 엎드려 있는 게 우리 눈에 띄었습니다.

 

그냥 놔뒀으면

방바닥 빨았을 겁니다.

 

인제부터는 청소가 진짜 중요합니다.

 

이 일은 주선생님 담당이고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저는 열심히 지켜봐줄 생각입니다.

 

참, 그건 그렇고

미루 머리가 하도 길어서

오늘 머리를 깎아줬습니다.

 

주선생님은 예전부터 제 머리를 공짜로 깎아준다고 해서

절대 안 된다고 버텨왔는데

결국 미루한테 자기 소원을 풀었습니다.

 

"상구, 비닐 좀 갖다 줘..."

 

근데 배냇머리를 깎는 거라서

좀 서운한 모양입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더니 그걸 비닐에 모아 둡니다.

언제까지 갈 지 궁금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