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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계속 깨다

요새 미루가 밤에 계속 깹니다.

방이 건조해서 깨는 것 같기도 하고

이빨 나는 게 아파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상구....나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애"

 

거실에서 자던 저는

벌떡 일어나서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밤에 몇 번씩 깨고

한번 깨면 30분 넘게도 안 자는 미루 땜에

주선생님은 밤마다 탈진 상태가 됩니다.

 

미루는 잠이 깼을 때

주로 등을 긁어주면 자는데

자다가 일어나서 애 등 긁어주는 건

10분 넘어가면 너무 지칩니다.

 

"현숙아, 좀 누워 있어..내가 긁을께"

 

미루 옆에 앉아서

저도 꼬박 30분 정도

등을 긁어줬습니다.

 

"돼지들이 등 긁어주면 잘 자는디..."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말이 생각 납니다.

 

오른손으로 긁다가 팔이 아프면

왼손으로 긁고, 그러다 또 힘들면

다시 오른손으로 긁었습니다.

 

정말 지칠 때까지 긁었더니

미루 숨소리가 새근새근 해집니다.

이제 가서 자도 될 것 같습니다.

 

"끼잉..낑...으으..으아앙~~"

 

등에서 손을 떼자 마자

미루는 다시 울기 시작하더니

아예 벌떡 일어나 앉아서 웁니다.

 

결국 옆에 쓰러져 있던

주선생님이 "미루야 쭈쭈~"로

겨우 다시 재웠습니다.

 

이게 어제밤 일입니다.

 

오늘 밤에 미루는 10시에 잠들었습니다.

 

"상구, 갑자기 졸려 죽을 것 같애...빨리 빨래 널자"

 

건조하면 미루가 자꾸 기침을 해서

요새는 빨래 건조대에다가

밤마다 빨래를 널어서

미루 자는 침대 옆에다 놓아줍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열심히 빨래를 널었습니다.

"상구..건조대 좀 방에 넣어줘"

"응"

 

문을 열고

건조대 측면을 두 손으로 들어

게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습니다.

 

소리나면 미루 깹니다.

 

"쿵"

 

소리 났습니다.

 

방문 들어가는 폭하고

건조대와 제 몸통을 합한 폭이 똑같아서

문에 끼었습니다.

 

빠져나가려다가 건조대가

문하고 부딪혔습니다.

 

오른쪽을 쳐다봤습니다.

주선생님이 농담반진담반 표정으로 말합니다.

"조심해! 미루 깨겠다."

 

왼쪽을 쳐다봤습니다.

"끼잉"

 

오른쪽을 쳐다봤습니다.

"아 빨리 들어가아"

 

왼쪽을 봤습니다.

"으....으아앙~"

 

오른쪽을 봤습니다.

주선생님이 좌절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저한테는 머리통 위쪽만 보입니다.

 

저는 지금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있고

주선생님은 지금 다시 미루를 재우느라고 분투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선생님이라면

절 되게 미워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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