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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아픈 날

"현숙아...나 땜에 너 일도 못하고 미안해 죽겠다..

내가 오늘밤 안으로 꼭 다 나을께..."

 

"빨리 자.."

 

10시 30분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를 잤을까 미루가 깨서 울고 있고

주선생님이 샤워하다 말고 뛰어들어옵니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빨래 돌아가는 소리에 잠이 깹니다. 12시

 

거실에 나가보니 집이 아주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주선생님은 쇼파에 앉아 있습니다.

 

"청소하느라고 고생했겠다..."

"상구..나도 감기 기운이 있어.."

 

아까 샤워하다가 뛰어 나왔을 때

찬 기운이 몸에 확 들어왔답니다.

 

12시 40분

미루가 다시 깨더니 엄청 크게 웁니다.

서러움이 북받친 울음입니다.

주선생님은 체온을 재고, 배 마사지를 해줍니다.

"상구는 어서 자...자꾸 깨지 말고..."

 

한참 뒤척이는 중에

주선생님이 계속 미루를 챙기는 게 느껴집니다.

"지금 몇 시야?"

"응...2시 45분"

 

"콜록, 콜록...케에엑...콜록.."

몸을 일으켜 미루를 봤는데

주선생님이 같이 일어납니다. 3시 20분.

"현숙아 나 몸이 굉장히 많이 좋아졌으니까 지금부터는 미루 내가 볼께..."

"괜찮아..빨리 자..."

 

4시 16분

다시 미루가 기침을 합니다.

"현숙아 진짜 내가 볼께..."

"그래..그럼.."

"콜록, 콜록..." 하필이면 꼭 그때 기침이 나옵니다.

"상구, 안되겠다. 내가 볼께..."

 

그러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유축기 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떠보니 5시.

 

조금있다가 주선생님이 침대에 돌아와 눕고

또 조금 있다가 미루가 발작적으로 웁니다.

 

"내가 볼께~"

 

벌떡 일어나 미루를 달랩니다. 5시 15분

잘 안 달래집니다.

"상구..미루 배마사지 해줘봐.." 배가 아주 딴딴합니다.

주선생님이 체온을 잽니다. 39도.

"안되겠다.."

 

미루를 데리고 나와서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 몸을 씻어서 열을 내려줬습니다.

 

"아바바바..."

 

보행기에 태워 물도 좀 먹였습니다.

 

"우봐봐봐..으브으브..아바바"

 

그 와중에 미루는 계속 떠듭니다.

힘들어도 입은 살아 있는게

자기 엄마랑 비슷합니다.

 

"아이고...아픈 데 너 처럼 말 많은 애기는 첨 봤다...미루야."

 

최악의 컨디션인 건 주선생님도 마찬가지일텐데

목소리가 참 따뜻합니다.

 

'현숙아..너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니...'

이런 말은 속으로만 하고 말아야 그럴 듯해서

진짜 속으로만 했습니다.

 

이렇게 3명이 동시에 아팠던 첫째날이 시작되고

비슷한 상황이 4일쯤 계속됐습니다.

 

그 4일간 주선생님은 정말 끝내주게 우릴 간호했습니다.

인제 거의 다 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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