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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변비

옆집에 사는 연우네가 놀러왔는데

연우가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변비 때문이랍니다.

 

연우 엄마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어제까지 우리도 같은 처지였습니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주선생님은 얼굴에 인상을 쓰다 못해

몸까지 비비 꼽니다.

 

"예전에도 관장했었는데 그때 연우가 너무 힘들어해서

오늘은 병원에 갔다가 약만 받아왔어요..."

 

그런데 우리가 딱 보니까

아무래도 이건 관장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연우 배를 만져봤더니

육체미 선수의 복근만큼 단단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막 괴로워하는데

이건 분명, 똥을 밀어내는 장의 작용과 변비의 반작용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고통 때문입니다.

연우는 통증이 올 때면 허리도 못 펴고 웁니다.

 

어제 간호사선생님이 "이렇고 저렇고 할 때만 변비예요."라고 말했던

바로 그 상황입니다.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주선생님도 한번 이런 일을 겪었었는데

그때 병원 응급실에 가서 정말 굉장한 물질을

사투끝에 빼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물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의 균열도 없이

최고수준의 밀도를 자랑했다고, 화장실에서 나온 주선생님이

왼손으로 자기 오른팔 팔꿈치 부분을 잡고 팔뚝을 흔들어 보이면서

저한테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때 '응급실에 이런 일로도 올 수 있는 거구나' 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연우가 바로 그때 힘들어 하던 주선생님과 

똑같은 몸짓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관장해야 할 것 같애요..."

 

저와 주선생님은 한 마음 한 뜻으로

관장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저는 얼른 약국으로 달려갔습니다.

 

관장약을 사서 집에 와 보니

집이 난장판입니다.

 

연우가 오줌을 응접실 여기저기에 뿌려놨고

연우 엄마의 옷도 오줌으로 다 젖어 있습니다.

똥도 조금 나오긴 했는지 여기 저기 묻어 있습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는

어지러진 집이 어울립니다.

 

연우 엄마가 관장약 주입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무래도 약이 잘 안들어갔나봐요..."

 

관장약을 넣고 꽤 시간이 흘렀는데 반응이 없습니다.

1차 시기는 실패입니다.

 

2차 시기의 주자로 나선 것은 

주선생님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주선생님은 매우 단호하게 행동합니다.

 

주선생님은 관장기를 들고, 약을 깊이 주입할 자신이 있다면서

"이런 걸 항문에 대면 알아서 빨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평소에 많이 해본 것 같은 말투인데, 저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지어낸 것 같습니다.

 

암튼 주선생님은

관장기의 길게 나온 입 부분을 항문에 대더니

놀랍도록 익숙한 솜씨로 관장약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3~4분 후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열렸습니다.

무슨 돌덩어리 큰 거 하나가 툭 빠져나왔습니다.

그렇게 단단한 게 뱃속에 있었다는게 놀랍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연우 엄마, 아빠, 미루 엄마, 아빠 모두 기뻐했습니다.

 

주선생님은 그걸 들고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습니다.

냄새까지 맡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연우는 조금 나아져서

하루 종일 밥도 안 먹던 아이가

밥도 좀 먹고, 저한테 윙크도 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해갔습니다.

 

연우 엄마가 그러는데

집에 돌아가고 나서 똥을 두번 더 쌌답니다.

진정 개운합니다.

 

생각해보니까 어제 미루는 변비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평소랑 같은 똥에 전혀 딱딱하지도 않았습니다. 울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꽤 오랜만에 똥을 싼 겁니다.

우리가 또 호들갑 떨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조심해야 겠습니다.

 

변비, 참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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