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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미루가 7시쯤 잠이 들었는데

1시간도 안돼서 깨더니

막 악을 쓰면서 울어댑니다.

 

주선생님이 거실로 데리고 나와 달래는데

그치질 않습니다.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줄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줄

 

졸음이 그대로 눈꺼풀을 잡고 매달려 있어

눈도 잘 못 뜬채로 계속 웁니다.

 

"미루야, 왜 그래...괜찮아..응? 아빠야..."

 

제 목소리를 듣더니

미루는 눈을 크게 뜨고 절 바라봅니다.

더 크게 웁니다.

 

엄마가 품에 꼬옥 안아줘도 울고

얼러줘도 웁니다.

 

아빠가 달래주고,

다시는 안 추겠다고 맘먹었던 댄스를 보여줘도 웁니다.

 

아이들은 낮에 서운한 일이 있었으면

밤에 자다가 울기도 한다는데

그럴 만한 일도 없었습니다.

 

소고기미음이라면서 준 이유식에

소고기가 별로 없었다는 걸 알리도 없습니다.

 

한참 달래다 결국

주선생님이 얼굴로 할 수 있는 표정 천가지 중

20가지를 연속 동작으로 보여주자 겨우 울음이 그쳤습니다.

 

남은 울음 몇 마리가

코 끝하고 입 끝에 매달려 버티긴 하지만

이제 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아무래도 자다가 악몽을 꾼 것 같습니다.

 

"미루야..무슨 꿈 꿨어~? 얘기해봐..."

 

주선생님

미루한테 얼굴을 바짝 대고 얘기합니다.

 

미루는 그냥 멍하게 있습니다.

 

주선생님, 얼굴을 더 바짝대고

다시 물어봅니다.

 

"얘기해보라니까...응?"

 

또 악몽을 꿀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쨌든 미루는 주선생님과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꼬박 3시간 후에 잠이 들었습니다.

 

이게 몇일 전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때처럼 또 오랫동안 고생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주선생님은 미루가 마구 울어대자 필사적으로 달래서 재우고

30분만에 한쪽 눈에 손을 대고 방에서 나왔습니다.

 

"상구, 나 눈 좀 봐줘...미루가 손가락으로 정통으로 찔렀어..."

 

오른쪽 안구가 왼쪽에 비해서

약간 흐리멍텅하고, 부풀어 오른 듯도 합니다.

 

악몽에 거친 행동까지.

미루 컨디션이 말이 아닙니다.

 

내일은 낮에 듣기 좋은 소리만 해서

밤에 재미있는 꿈 꾸게 해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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