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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빠진 미루

"으앙~으아앙~"

 

밖에 데리고 나갔다 들어와서

바닥에 눕힐려고 했더니

미루가 완강히 거부합니다.

 

"미루야~아빠 힘들어..인제 좀 쉬자...응?"

 

미루는 아빠가 이렇게

좋은 말로 차분히 설명을 해주면

더 웁니다.

 

"으으아으아~으아앙~"

 

"알았어, 알았어...잠깐만 기다려~!!"

 

미루를 우는 대로 그냥 눕혀 놓고

재빨리 음악을 틀어 줍니다.

 

스피커에서 감미로운 발라드가 흘러나오자

미루는 순식간에 눈을 크게 뜨고 울음을 뚝 그칩니다.

 

6개월 조금 넘은 아이한테

이런 고상한 취향이 있는지 몰랐는데

 

미루는 발라드만 틀어주면

하던 일을 다 그만두고 스피커쪽을 바라봅니다.

 

"어머...형부 감성을 닮았는가보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미루는 평소 제 분위기와 꼭 어울리는

부드럽고 유치한 노래들만 나오면

애가 달라집니다.

 

몸짓은 느려지거나 아예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바닥에 천천히 내려놨다 합니다.

무엇보다도 눈이 우수에 가득찹니다.

 

처음엔 너무 걱정했습니다.

6개월짜리가 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눈빛과 표정 때문에

애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었습니다.

 

"괜찮을까?"

 

의사선생님한테 가서

"선생님 애가 발라드만 들으면 우수에 차요..."라고 말할 수도 없고 해서

주선생님한테 말했더니, 주선생님은 이런 대답을 저에게 건넸습니다.

 

"6개월쯤 되면 소리에 민감해져서 음악 틀어주면 좋대..."

 

약간 안심이 됐습니다.

그래도, 다른 노래도 많은데

왜 하필 발라드인지 완전히 걱정이 없어지진 않았습니다.

 

"동요 틀어주면 완전 무반응이잖아..."

"그렇긴 하지...진짜 너 닮아서 그런가?"

 

"쿵쿵짝 쿵짝 오~예...랩랩랩~"

 

집에 놀러온 친구가 저의 얘기를 듣더니

미루한테 발라드와는 다른 세상의 노래를 틀어줬습니다.

 

그랬더니 미루는 발라드를 들을 때와는 달리

더욱 우수어린 표정과 몸짓을 선보였습니다.

 

나중에 말귀 완전히 알아들을 때가 되면

그 표정은 아무때나 쓰는게 아니라고 알려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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