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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

자고 일어난 주선생님이

얼굴을 꾸기면서 투덜거립니다.

 

"어휴...밤새 꿈에 시달렸어...피곤해.."

 

"안 좋은 꿈 꿨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근데 꿈에 누구 땜에 시달렸는 줄 알어?"

 

"누구? 나?..미루?"

 

"아니...다니엘 헤니.."

 

주선생님은 하루 종일 몸이 찌뿌둥하다면서

기분은 좋아라 했습니다.

 

미루랑 잠깐 나갔다 들어오는 길이었습니다.

 

"근데...꿈에 있잖아..."

 

하루 종일 꿈 얘기입니다.

 

"다니엘 헤니가 자꾸 나한테 와서 달콤한 말을 하는 거야..."

"돈 준다고 했냐?"

 

"걔가 꿈에서 무용하는 앤데..다른 애들은 막 질투하고...

나는 나 땜에 무용 못하면 어떡해..빨리 가..막  이랬어...히히"

 

"좋았겠네..시달렸다며?"

"아...시달려...이게 아니고, 호호 시달려라아~~이거였어...헤헤"

 

주선생님은 신나서 얘기하더니

"아..헤니 얘기를 하니까 기분이 업되네.."하면서

계속 혼자 주절거립니다.

 

"이야..단풍이 빨갛게 잘 들었네...있잖아, 우리도 미루한테 태몽 하나 만들어줄까?"

속으로 '시를 써라 시를...'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말을 걸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왜? 누가 자기 애 한테 없는 태몽 만들어줬대?"

"아니, 그런 건 아니고...아무튼 우리가 산을 막 헤쳐나가는데 빨간 나무 밑에 호랑이가 눈을 꿈뻑거리고 앉아 있는거야...어때?"

 

왜 하필 호랑이냐고 묻는 것도 귀찮아서 가만히 있었더니

주선생님은 스토리를 하나 더 얘기했습니다.

말이 안되는 스토리입니다.

 

"그건 태몽으로서는 좀..."

 

주선생님은 제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더 이상 얘기를 안 꺼냈습니다.

 

이 정도로 끝낼 주선생님이 아닌데

두개 얘기하고 조용해진 것 보면

다시 헤니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가만히 보니까

남들은 거창한 태몽 하나씩 갖고 있던데

미루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나중에라도 미루가 자기 태몽이 뭐였냐고 물으면

그냥 호랑이 얘기라도 해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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