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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프다

아이들한테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눈에 많이 띕니다.

 

유독 요즘 그런 일이 많은 건 아닐 겁니다.

미루 생기고 나서 주선생님과 제가 민감해진 겁니다.

 

어제 DVD를 빌려봤습니다.

르완다 인종학살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상구...봤어? 애기 젖 먹이는 장면?"

"응...너무 슬프다.."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장면이 계속 되는데

그 와중에 복도 한쪽에서 아이한테 젖 먹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화 속 그 복도에는 사람도 바글거렸고

젖먹이는 엄마는 화면의 구석에 있었는데도

그게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주선생님도 같은 걸 봤습니다.

 

"근데..저 상황에서는 긴장해서 젖도 안 나올 것 같애..."

"아냐, 나올거야..저런 상황일수록 엄마 몸이 더 반응하지 않을까..."

 

역시 젖먹이는 엄마한테는

제가 모르는 특별한 어떤 감성이 확실히 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예전보다 더 심하게 가슴이 아픕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아이들

그 보다 더 안 좋은 일을 당한 아이들을 보면

아이고, 요샌 정말 못 견디겠습니다.

 

"흑흑..."

"현숙아, 왜 그래? 괜찮어..?"

 

같이 인터넷으로 어떤 불쌍한 아이한테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내용을

읽고 있었고, 분위기가 아주 심각했었는데

주선생님이 갑자기 웁니다.

 

"예전에 상구가 미루 재운다고 ....40분 넘게 들었다 눕혔다 했던 적이 있었잖아..미루는 계속 울고..

그게 생각이 나서..."

 

"......"

 

"그때 미루도 너무 힘들어 하고, 상구도 힘들고...엉엉.."

 

잘 자던 미루가 갑자기 안 자기 시작하면서

한때 엄청 고생했었는데, 불쌍한 아이 이야기를 읽다가

그때 안쓰러웠던 감정이 살아난 모양입니다.

 

둘이 부둥켜 안고 울었습니다.

저는 그냥 호응해주느라고 부둥켜 안았던 건데

진짜 눈물이 납니다.

 

갑자기 방에서 자는 미루가 보고 싶어집니다.

 

"엉엉..미루가 보고 싶어..."

 

안 그래도 아까 침대 밑에 머리가 끼어서

낑낑대는 미루를 구해줬었는데

그 생각을 하니까 더 불쌍합니다.

 

"콜록 콜록..."

"상구, 왜 기침해..제발 도라지 다린 것 좀 먹어...엉엉"

 

분위기 심각한 데 도라지 먹으라고 하니까

잔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알았어..흑흑"

"지금 먹어...엉엉..."

"알았어..."

 

울 땐 뭐 먹으라고 하지 말고

그냥 울게 놔뒀으면 좋겠습니다.

 

미루도 그렇고 다른 아이들도 그렇고

아무 사고 없이 잘 크는 것은

참 고마운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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